감사(Thank)는 생각(Think)에서 나온다고 했다.
뭘 감사할까....?

급작스런 위출혈로 병원에 입원하여 한 주간을 갇혀 지내며 생각해 보았다.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갇혀 꼼짝 못해야 하나,
당장에 이번 주일 ‘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예배는 어떻게 하나,
피택자 훈련, 안드레 공부, 그 많은 준비, 준비들은 또 어떻게 하지...
심방을 기다리는 성도들은 또 어찌 할꼬 ...
그나저나 이게 뭐꼬, 주의 종이 채신머리없이 병원신세라니...
이런 처지에 앞으로 몸이 아픈 이들을 위해 머쓱해서 어떻게 기도하나 ...

마음이 복잡했다.

그런데 며칠 뒤,
내 소식을 듣고 어느 동기 목사님이
동기 홈피에 이런 기도문을 올린 것을 보았다.
“하나님! 우리 양목사를 불쌍히 여겨주시옵소서.
남을 위해서는 기도와 말씀과 눈물로 암환자도 고치더니
자기를 위해서는 손 끝 하나 맘대로 안 되는 연약한 종일뿐입니다. ...”

아멘, 참으로 그러했다.
나는 연약한 종일뿐이었다.
눈물이 앞을 가리며 교만한 심령을 회개하고,
주님을 바라보니 새로운 은혜가 찾아든다.

생각해 보니 감사하다.
뜸들이다가 입원했다면 그동안 얼마나 맘이 힘들었을까?
갑자기 그랬으니 뜸들일 것도 없이 입원했고,
그래도 실려 오지 않고 내 발로 왔으니 감사하고,
출혈량에 비해 위의 상태는 비교적 양호하다니 감사하고,
‘속 많이 썩으셨군요’ 동정(?)받고 목회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분들이 생기니
그것 역시 감사하고,
몸뿐 아니라 마음도 영혼도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는데
옥에 집어넣듯이 병실에 가둬두시니
그 바쁜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어 감사하고,
주님밖에 볼 이도 없게 하셨으니 감사하다.

주말과 주일에 소식 듣고 여러 성도들이 찾아와 위로해 주시니
그 위로가 참으로 감사하고,
서먹했던 분들까지 찾아와 눈물로 기도해 주시니
이거야 말로 주님 주신 큰 은혜요,
부담스럽던 치료비도 성도들의 이러저러한 사랑의 손길로 치르고도
12광주리니 감사하고,
3인실에 혼자 넣어주어 여유있게 시원한 곳에 있게 해주셨으니 감사하고,
늘 깎던 수염,
한 주간 길렀더니 여러 분이 멋있다고 길러보라고 하니 제 멋에 흥겨워 감사하고 ...
토요일 아침까지 물 한 모금 주지 않아 쏘옥 빠진 체중,
- 이건 곧 제 형태 찾아갈 것 같지만 - 이 역시 감사하다.

그렇다.
생각해 보니 감사하다.
생각 없이 쫑알대고, 불평하고, ...
그런데 생각해보니 감사하다.
우리 주님의 인도하심엔 실수가 없으시다.

주님, 평생, 생각하며, 감사하다 가게 하옵소서.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