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사회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새정부가 시작된 지 몇 개월이 지났음에도 정치가 안정이 되기커녕 혼란의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희망이 보이는가 싶던 남북관계가 다시금 경색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다가 주요 언론들이 바른 소리를 전혀 내지 못할 정도로 장악됨으로 국민의 불만이 극에 달해 촛불집회의 크기를 전국적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한국 사회의 지도자들의 철학과 역사의식이 너무나 빈곤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2일자 주간 경향에서 유인경 선임 기자는 글을 쓰기를 “예전에는 세상사가 답답하면 찾아갈 어르신이 참 많았다. 김수환 추기경, 성철 스님, 강원용 목사 등 종교계 지도자는 물론 정치원로나 학자들도 많았다. 요즘은 어르신을 찾기도 힘들지만, 아랫사람들조차 “이런 수구꼴통 노인에게 무슨 이야기를 듣냐”거나 “그 영감은 뼛속까지 빨간 원조 좌파”라며 존경심은커녕 색깔논쟁을 벌여 난감하다.”

“그래도 아직 후배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언론에서도 ‘길을 묻는다’며 찾아가는 이가 조순 선생(86)이다. 경제학도의 필독서인 <경제학원론>의 저자,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한국은행 총재, 초대 민선 서울시장, 한나라당 총재 등 정·관·학계를 아우르는 이력도 화려하지만, 무엇보다 그 어느 자리에서도 학자다운 풍모를 잃지 않아서다.”라면서 그 분과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는 초기에 고소영(고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정부란 지적을 받았는데 이번에 또 성시경(성균관대 고시 경기고) 내각이란 비난을 받습니다. 서울시장이나 한은 총재 등을 하면서 인재 등용에도 신경을 썼을텐데요.
“인재등용은 예술과 같습니다. 그만큼 조화롭고 균형감각이 있어야 합니다. 영조 임금이 존경받는 이유도 고른 인재를 등용한 탕평책을 폈기 때문이죠. 인재는 재능과 인품만으로 뽑아야 하지만, 학연과 지연 등을 따지는 이유는 너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면 성향과 목표도 같아져 발전이 없기 때문입니다. 창조경제를 강조한다면, 내각이나 청와대 인사 등등에서 새로운 인재를 발굴해야죠. 너무 아는 사람, 친한 사람이 아니라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사람, 유명하지 않은 사람 중에서도 골라내야 합니다. 진흙 속에서 보석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런데 왜 매번 이런 상황이 반복될까요. “지도자들의 철학이 빈곤하기 때문이죠. 왜 지도자가 되었는가, 어떻게 나라를 운영해야 할까. 어떤 것이 국민들에게 이익이 될까를 고민하고 역사에서 답을 얻는 등 철학하고 깊게 사색하면 됩니다. 철학은 결국 세상을 보는 눈입니다. 철학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니 항상 지도자나 정치가 욕을 먹습니다만….”>

그렇다. 전임 대통령의 독재나 비리, 현 대통령의 인사 난맥이나 무능, 그리고 현 한국사회를 주도하고 있는 지도급 인사들의 문제점은 다 철학이나 역사의식의 빈곤에 기인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사회는 정권에 등용할 재목감들마다 온통 비리투성들의 인물들로 가득한 이유가 무엇인가? 선비정신 대신 물질만능주의의 가치관이 주도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부터 시동된 경제근대화가 한국사회 상류층 지도자들을 도덕적으로 병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군사정권이 경제성장에 주력한 결과 1980년대부터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회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나 도덕적으로는 오염도가 극심해지기 시작했다. 그 때까지 한국사회의 지도자들은 선비정신을 지조처럼 품고 있었다. 그러나 경제근대화 과정에서 선비정신 대신 경제제일주의가 가치관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쿠테타로 정권을 장악한 군사정권이 배워준 대로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투적인 삶이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사회 밑바닥에 흐르던 맑은 선비정신의 청류(淸流)를 장사치의 탁류(濁流)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특별히 출세에 가장 민감한 상류 지도층인 정치가들, 대기업의 중역들, 고급공무원, 고급 장성은 물론이고 사회를 정화시켜야 할 법조인들, 교수들, 예술인들까지 선비의 가치관을 내던지고 장사치의 술수에 맛들이기 시작했던 것이 한국사회의 비극의 시작이었다.

그들은 권력자들에게 줄을 서기 위해 엄청난 뇌물을 바치고 정경유착과 정략결혼을 서슴없이 결행하고 정보를 미리 빼내어 부동산투기, 자녀 군대면제 등, 힘 있는 자리와 좋은 머리를 마음껏 활용했던 것이다. 더욱 불행을 가중시킨 것은, 군사정권 30년 동안 민족의 스승들을 의도적으로 도태시켰던 사실이다. 민족의 사상적인 샘이 되었던 <사상계>를 폐간시켜 버렸고 함석헌, 김성식, 홍이섭, 유달영, 김형석, 백락준, 안병욱. 장준하 등 많은 민족적인 스승들의 입을 틀어막아 버렸다.

민족 사상의 샘을 아예 봉쇄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대신 '우리도 잘 살아보자.'라는 새마을 노래를 동사무소의 스피커를 통해 새벽부터 억세게도 들려주곤 했다. 시민들은 서서히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번 물질로 잘 살아보기’ 위해 아무 철학적 바탕도 없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처럼 벌었다. 그 으뜸의 방법이 부동산투기였다. 그리하여 판자촌이 가득하던 도시 위에 거대한 빌딩의 타운이 건립하게 되었다.

그러나 바른 철학과 역사의식의 관점에서는 사상누각에 불과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사회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선진국은 정신과 물질이 병행하면서 발전하는 사회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신은 병들고 물질만능주의 만이 판을 치는 사회가 되어있다. 이제는 너무나 늦었지만, 바른 철학과 바른 역사의식을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른 언론이 필요하다.

민족의 스승을 모셔 와야 한다. 물질만능주의로 오염된 한국사회 속에 바른 철학과 역사의식의 샘을 공급해야 한다. 너무나 오염되어 있기에 조그마한 샘으로는 치유하기 힘들지만, 그러나 미래의 인재들을 양육하기 위해 시작 해야 한다. 그러한 일을 한국교회가 앞장 서야 한다. 한국교회의 강단은 성과주의와 맘몬주의를 강력히 배제하고 성경에 입각한 바른 철학과 역사의식, 나눔 실천을 강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