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에서 그로기(groggy) 상태라는 것이 있다.
더 이상 쓸 힘이 없어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자기를 때리는 상대방을 붙잡거나 교묘하게 기대어 버틴다.
그러다 불운하면 결정적인 한 펀치에 무너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로기 상태라고 꼭 지는 것은 아니더라.
무너질 듯 무너질 듯 하다가도
역전 KO승을 거두기도 하더라.
그리고 그게 더 드라마틱하고 사람들을 뒤집어 놓더라.

인생에서도 그런 때가 있지 않을까?
너무 너무 힘들게 하는 그것에 기대어
버틸 때까지 버티며 시간을 버는 그런 때가 있다.
그것을 기둥삼아 끝까지 버티는 그런 그로기 상황이 있다.

어떤 분이 전화를 하여
‘목사님, 제가 너무 힘들어요. 그로기 상태예요’한다.
그 아픔과 속상함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어떻게 할까... 타월을 던져 포기하라 할까 ...

버텨보자.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그로기 상태에서 무너질 듯 하던 내 영혼을 소생시키신다.
누가?

내 영혼의 목자 야훼께서 나를 붙드신다..
끝까지 버티는 거다.
기막힌 역전의 상황이 찾아들 것이다.
휘청휘청 대지만 나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