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2013년 성탄이 다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어둠이 이 나라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어디 하나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2000년 전 초라한 베들레헴, 한없이 누추한 곳에
임재 하셨던 주님, 이 누추해진 땅에 다시 임재하옵소서.

바리새인들로 변질된 교회권력가들이 풍기는 위선의 악취가,
사두개인으로 변질된 기득권자들이 풍기는 탐욕의 악취가,
돈 몇 푼을 받고 ‘예수를 못박으라’고 고함치던
무지몽매한 후예들이 오늘의 거리에서도 활개치며
의로운 자들을 향해 질러대는 살인적인 고함이
우리의 숨통을 조이고 점점 절망의 나락으로 몰고 있습니다.

부자에게 냉대 받고 쫓겨난 거지 나사로들,
여리고 언덕에서 강도를 만나 신음하는 자들,
먼지 이는 길에서 부르짖는 장님 바디메오들,
병원과 식구들에게 외면당한 채
절망의 기도를 하는 혈루증 않는 여인들이,
오늘의 거리에 늘어만 가고 있나이다.

오, 주여, 다시 이 누추한 거리에 임재하옵소서.

열 처녀의 등불이 깜박거리듯
희망의 빛들이 점점 약해지고 있지만,
들에서 밤새 양을 지키던 저 목자들처럼
자기에게 맡겨진 양들을 신실하게 지키는 목회자들이 있기에,
주님을 앙망하며 먼 길로 구도의 길을 떠나던 동방박사들처럼
위선과 탐욕의 자리에서 일어나 의의 길로 나가는 교회 지도자들이 있기에,
강도 만난 이웃을 희생적으로 돌보던 사마리아인처럼
오늘도 누추한 자리 외면치 않고 찾아와 사회 약자들을 돌보는 평신도들이 있기에
희망의 빛은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 주여, 그러한 이들마저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누추해져만 가는 한국사회와 교회에 임재하옵소서.
저 의로운 이들에게 희망의 기름을 부어주소서.
2014년 새해를 환하게 밝힐 용기의 빛을 돋아 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