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12시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성탄절 이브 24일은 우리들의 해방구였다.

밤새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좋은지.
예수님은 정말 이 땅에 잘 오셨다고 좋아하였다.
예수님 덕분에 이렇게 밤새 돌아다닐 수 있다면서.

어디 그 뿐인가, 부장님, 대장님 댁에서 밤샘을 하며
사치기 사치기 쌋쌋뽀... 곰발바닥 새발바닥...
그리고 기발하게 준비한 선물도 나누고,
새벽녘에는 떡국 또는 팥죽을 배부르게 먹고
두툼하게 껴입고 추운 새벽길로 나선다. 새벽송 돌기 위해!

길, 밀려오는 그 알 수 없는 평안함과 거룩함의 여운...
즐겁게 떠들며 가는 것조차 죄송스러운
거룩한 밤 고요한 밤의 그 성탄 새벽.
기쁘다 구주 오셨네 ... 저 들 밖에 한 밤중에 ...
참 반가운 신도여 ... 그 맑고 환한 밤중에 ...
아, 그 거룩하고도 순박한 희열...
예수님의 탄생, 성탄절은 저 멀고 먼 순백의 나라로
우리를 늘 이끌고 갔다.

정작 성탄예배 때에는 대부분 꾸벅꾸벅 졸았지만
그래도 성탄의 기쁨은 우리 성도들에게 가장 순수하고 컸다.
미운 사람? 예수님의 사랑으로 감싸지 않으면
예수님을 마구간에 태어나게 한 바로 그 범인(?)인 듯 하여
어떻게 해서든지 카드를 보내고, 눈치를 보내며 화해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곤 했었다.
예수님은 정말 우리들에게 용서와 화해, 사랑과 평화를 전하여주셨다.

그런데 요즘엔....

성탄의 순백과 희열과 평화와 사랑을 회복하자.
그 거룩한 기쁨과 신령한 교제를 회복하자.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