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팟캐스트 ‘한국교회의 길을 묻다’를 제작한지 1년이 되었다. 작년 12월 초에 벙커원교회 방송실에서 강동수 목사님을 모시고 첫 번 인터뷰 한 후 일 년 동안 18분을 모셨다. 때로는 안동교회 당회실이나 덕수교회 봉사관에서, 때로는 인터뷰할 분의 사무실이나 자택을 이동식 방송장비를 들고 찾아가면서 했다. 나는 인터뷰할 분의 자료를 통해서 질문지를 만드는 작가의 역할을 했다면 유 목사님은 인터뷰한 내용을 편집하여 파일을 만드는 피디의 역할을 했다.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함에도 수고비나 기름값을 받기는커녕 자비를 들여가는 희생이 따름에도 보람을 느끼며 일 년을 보냈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만나는 분들의 일생에서 배우는 점이 많았다. 인터뷰한 분들은 대부분 한국교회를 위해서 나름대로 공헌한 분들이었다. 그러므로 그 분들의 음성 파일을 역사적인 자료로 남긴다는 것은 보람된 일이다. 또한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들의 기록을 남긴다는 역사적인 자긍심도 있었다.

인터뷰한 분들은 일생 특히 올 곧게 목회하신 분들, 교단이나 교계에서 크게 활약했던 분들, 민주화를 위해 고난의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은 분들, 존경받는 신학자들 등등, 거의 유 목사님과 평소 교류하던 분들이었다. 그런 존경하던 귀한 분들을 모시고 인터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내게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또한 일 년 동안 원로 팟캐스트를 제작하면서 유 목사님과 내가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발견한 점도 보람 중의 하나였다.

30대 나이에 부임하여 한 교회에서 30여 년 동안 큰 과오 없이 소신껏 목회한 후 66세에 조기은퇴한 점, 노회 임원 8회 연임할 정도의 성실성, 그 흔한 목회학박사 취득도 욕심내지 않았던 선비정신, 한국교회와 한국정치에 대해 개혁 의지 등이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공교롭게도 군대 학보병 출신이라는 점도 같고, 많은 시간 컴퓨터로 작업한다는 점도 흡사하다.

그런 반면 유 목사님과 나는 다른 점도 많다. 유 목사님은 서울대 출신인 반면 나는 지방대인 강원대 출신이고, 유 목사님은 경신고 교목과 상류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안동교회에서 장기 목회하셨다면 나는 농촌교회와 청계천 하류변 서민교회에서 일생 목회했다. 한 마디로 유 목사님은 엘리트 코스를 걸어 오셨다면 나는 변두리 코스를 걸어온 셈이다. 유 목사님은 지성적인 면이 강하다면 문학지망생이었던 나는 감성적인 면이 강하다.

유 목사님은 노회나 총회, 대사회를 향해 부당한 일에는 단호하게 나서 직언(直言)하는 분이라면 나는 글에는 강하나 말에는 유약하여 메모 없이는 잘 나서지 못한다. 그런 공통적인 면과 상반적인 면이 묘하게 상호보완을 이루면서 콤비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한다. 그런 반면, 모든 면에 유능한 유 목사님에게서 여러 가지를 배우면서 형님 같다는 생각이 점점 깊어간다. 여하튼 원로 팟캐스트 제작을 언제까지 할 것인지 미지수이지만, 지속되는 기간까지 하나님이 맡겨주신 사역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