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일, 설교를 준비하며 묘한 감동을 받았다.
나는 모든 주일 설교에 번호를 매긴다.
지난주일, 2013년 마지막 주일예배 설교가 999번이었다.
그러니까 새해 첫 설교가 1000번, 새해 첫 주일 설교는 1001번!
우리교회 부임한지 만 19년이 지났고, 이제 20년째이기에 가능한 수이다.
전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세월이 갈수록 남다른 감정이 생긴다.

한 교회에서 10년 동안, 거의 똑같은 사람들에게 설교를 한다는 것,
그것도 어디 주일설교만 하는가? 매일 새벽, 기도회, 모임,
게다가 각종 성경공부, 심방, ....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학교의 학생들은 3년마다 바뀌기나 하지, 교회는 평생 간다.
그야말로 평생 동지, 아니 영원한 동지이다.

이들에게 주의 말씀을 20년째 하고 있다는 것,
오, 정말 정말 놀라운 일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말 재주 없는 어리숙한 목사에게서
여전히 주일 설교 때마다 은혜를 받고 있다니
왕중 교회 성도들은 정말이지 대단한 분들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1000번의 설교, 주의 성령께서 감동을 주시기에
오늘까지 은혜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1000번, 문득 이런 감동이 찾아든다.
새로운 천년 시대다. 새 마음, 새 영으로 새롭게 시작해라.
지난 시간들, 그 많은 .... 다 잊고 새롭게 새 천년의 목회를 해라.
새로운 이들도 보내주마. 새 마음으로, 새 영으로 설교해라.
아마도 그러시는 것 같다.
주일 설교 천 번을 넘어선 이 부족한 목사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