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대기획 ‘신의 길 인간의 길’이 기독교계의 높은 관심 속에서 방영되고 있다. 이 특집은 기독교 신앙의 근간이 되는 교리와는 입장이 다른 신학자들의 성경 해석을 다루고 있어 개신교 단체인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격한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특집 방영이 가져 온 언론과 종교 사이의 긴장을 보면서 몇 가지 중요한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하나는 ‘예수가 신인가 인간인가’ 하는 문제가 언론이 다루기에 적절한 주제인가 하는 점이다. 한기총이 특히 문제 삼는 부분은 제1부의 주제인 ‘예수는 신의 아들인가?’ 라는 부분이다. 기독교계 내부에서 이 문제를 놓고 뜨거운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면 그것은 시의성 있는 주제가 된다. 그런데 예수가 신인가 인간인가 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기독교 내부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 사항은 아니다. 이것은 신학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신앙의 영역이고, 논증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믿음과 체험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신의 길 인간의 길’ 제작진은 “이 특집은 종교 간, 특히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간 소통과 화해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기획되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분쟁의 상당 부분이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적대적 태도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모두 하나님을 유일신으로 믿는다는 점에서 그 뿌리가 같은 세 종교의 화해를 모색하는 특집은 큰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세 종교의 화해와, 예수가 신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특집은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예수가 무함마드와 다름없는 인간이라는 점을 논증하는 것만으로는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화해의 기초가 되기에는 모자랄 것이다.

그렇지만 SBS 특집에서 다룬 주제가 시의성이 없다고 하여 이에 대한 한기총의 태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우선 ‘신의 길 인간의 길’ 방영이 ‘종교의 자유의 본질에 대한 침해’이며, ‘기독교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라는 한기총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종교의 자유는 어떤 신앙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하는 것이지, 교리를 분석하거나 비판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또한 기독교 교리에 대한 다른 생각을 전한다고 하여 이를 기독교에 대한 도전이라고 보는 시각이야말로 전형적인 독선이다.

기독교 역사는 끊임없는 개혁의 역사라고 말할 수도 있다. 마르틴 루터, 츠빙글리, 칼뱅 등 개혁자들이 당시의 가톨릭 교리에 맞서 개신교의 길을 열었고, 가톨릭 스스로도 트리엔트 공의회와 두 차례에 걸쳐 열린 바티칸 공의회를 거치면서 변화를 거듭함으로써 살아남을 수 있었다. 기독교가 오늘과 같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성경 구절의 과학적 정합성을 논증하거나, 다른 주장들을 강압적으로 눌렀기 때문이 아니라 논리의 세계를 뛰어넘는 믿음과 체험의 세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독교계 일각에는 “성경의 말씀은 모두 역사적 사실이며, 모든 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라야 한다”는 성경 해석을 고수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눈에는 성경에 대한 다른 해석은 바로 기독교에 대한 도전으로 비치게 되고, 평신도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로 보일 것이다.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기독교 교리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들을 ‘왜 평신도들은 몰라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다. 기독교 신앙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상식을 뛰어넘는 믿음의 차원에 들어서야 한다. 그것은 다른 견해와는 담을 쌓은 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교육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기독교를 체험의 종교라고 하는 것이다.

더욱이 한기총이 SBS에 대해 특집 방송의 중단을 강압적으로 요구했다는 것은 종교 자유의 이름으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 SBS는 기독교계 방송이 아니라 일반인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민영방송이다. 언론의 자유는 개인의 의견이나 사상을 외부에 발표하는 자유이며 법에 의하지 않고는 이를 제한할 수 없다. 한기총은 종교의 영역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는 그만큼 언론의 영역에 대한 존중도 보여주기 바란다.

이 글은 <SBS노보>에 실린 글입니다.

/ 교회 집사, 전 <한겨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