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전서 4:2~5 그리고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 너희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판단 받는 것이 내게는 매우 작은 일이라 나도 나를 판단하지 아니하노니 내가 자책할 아무 것도 깨닫지 못하나 이로 말미암아 의롭다 함을 얻지 못하노라 다만 나를 심판하실 이는 주시니라 그러므로 때가 이르기 전 곧 주께서 오시기까지 아무 것도 판단하지 말라 그가 어둠에 감추인 것들을 드러내고 마음의 뜻을 나타내시리니 그 때에 각 사람에게 하나님으로부터 칭찬이 있으리라

1.

우리는 모두 주어진 세월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맡겨진 것들로 살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본래 내 것이라고 여길 수 있는 것들이 없습니다. 우리에겐 이건 확실하다고 큰소리치며 내놓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받은 것, 주어진 것들로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기에 세상에선 이걸 명(命)받고 산다 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하늘로부터 뭔가 명령을 받고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이러한 인생을 청지기 인생이라고 합니다. 맡겨진 인생이란 뜻입니다. 마치 마 25장에 나오듯,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달란트를 주시고 마지막 날에는 그걸 회계하는 인생이랍니다. 아니, 어떨 때는 맡겨진 것들로 우리가 충실하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도중에 그걸 회수해 가는 그런 청지기 인생이랍니다.

어느 목사님에게 물었습니다. 교인들이 십일조 생활을 잘 합니까? 그러자, 네, 100% 십일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합니다. 대단하십니다. 비결이 뭡니까? 하고 묻자, 네, 40%는 자기들이 십일조를 하고, 나머지 60%는 하나님께서 직접 거둬 가십니다.

청지기 인생, 맡겨진 인생에게는 얼마든지 그 원 소유주 하나님께서 회수해 갈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 그건 충성입니다.

2.

충성! 충성하면 뭐가 생각나십니까? 열중하는 것, 열심 내는 것, 물불 가리지 않고 열의 내는 것. 일편단심, 목숨 받치는 것, 맞습니다. 충성에는 이런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성경에 나오는 충성이란 단어를 살펴보면, 조금 더 분명한 이미지가 보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충성은 헬라어 ‘피스토스’입니다. 이 ‘피스토스’ 충성과 어원이 같은 단어가 있습니다. ‘피스티스’로, ‘믿음’이란 단어입니다. 그러니까 성경에서 말하는 충성이란 단어의 뜻은 믿음이란 단어와 유사하여, 믿을 수 있다는 뜻이 강합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의 ‘충성’이란 단어를 영어 성경은 ‘faithful’, ‘믿을 수 있는, 신뢰할 만 한’이란 단어로 번역하였습니다.

맡겨진 생을 사는 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충성인데, 그건 무작정 열심을 내고 열중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충실해야 합니다. 신뢰할 만해야 합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내고 있는데 그 주인이 볼 때 믿을 만하지 못합니다. 저 것이 딴 생각이 있지 할 때는 충성하는 것, 아닙니다.

내가 아는 여의도에 사는 어떤 분은 하루아침에 망했습니다. 견실한 기업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믿고 모든 것을 맡긴 심복(心腹) 같은 한 직원의 배신으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10년 이상, 너무나도 충직한 사람이었기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었는데, 이 사람이 몇 년 동안 회사의 모든 것을 빼돌리는 작업을 해 왔던 것입니다. 열심히 일하고, 충성스럽다고 여기던 그 시간에도 실상 그는 회사를 빼돌린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을 충성스럽다고 하지 않습니다. 밤 잠 안자고,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고, 그렇게 열심히 일한다고
충성스러운 사람이라고 여긴다면 여러분도 실수하는 것입니다. 충성은 신뢰할만한 이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충성스러운 사람입니다. 두 마음이 없는 사람입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보실 때 어떤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까? 믿음직스러움을 드리십니까? 신뢰할 만 하다고 기뻐하십니까?

3.

요즘 우리 시위 현장에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이, 그리고 NCC의 ‘목회자 정의실천 평화협의회’ 목사님들이, 또, 불교계의 승려들도 나타났습니다. 해외에 있는 교포들이 자세한 내용도 모르고 인터넷에 오른 사진과 기사들만 보고 한국에 큰일이 난 줄 알고 걱정스러운 소식을 전해옵니다. 성직자들까지 시위할 정도면 나라가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답니다. 맞습니다, 시위 현장에 성직자들까지 나서서 ‘부정부패, 탄압, 인권 유린, 독재로 못 살겠다’고 외치는 그런 나라, 그런 정부라면 큰일입니다. 성직자들은 어느 시대나 그 사회의 마지막 희망, 마지막 소리 아닙니까? 모두들 입을 다물 때, 이건 죄악이다 싶은데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말 한마디 잘못하면 잡혀가는 그런 무서운 폭정과 압정 하에서 초연히 말할 수 있는 마지막 존재가 그 사회의 성직자 아닙니까? 그러므로 성직자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하면, 이건 매우 심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시위 현장에 각 종교계 성직자들이 나타났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큰일 난 것이 아닙니까?

이를 두고 걱정만 하지 아무도 말하지 않기에 한 마디 합니다. 요즘 시위는 정의와 불의의 문제가 아닙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이런 갈등과 시위는 ‘목회자 정의실천 평화협의회’가 십자가 들고 나올 사안이 아닙니다. ‘정의 구현 사제단’이 나올만한 그런 정의의 문제가 아닙니다. 요즘 갈등은 ‘이념’과 ‘정치’의 갈등이지 정의와 불의의 갈등, 자유와 억압의 갈등, 진리와 거짓의 갈등이 아닙니다. 내가 볼 때 이것은 순전히 개인의 생각과 자세, 처세의 갈등입니다.

그러기에 이런 마당에 길거리로 나서는 성직자들, 그 지지자들에겐 멋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하나님 보시기엔 결코 충실치 못한, 충성하지 못하는 행위입니다. 진지하게 십자가를 앞세웠지만 그건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쇼입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신실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것으로, 이념과 정치와 권력의 이동으로 인해 성직자들이 길거리로 나와야 한다면, 종교는 권력의 시녀가 되고 말 것입니다. 자기 편향의, 자기를 지지해 주는 그런 정치 집단에 야합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런 성직자를 그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너 참 나를 위해 충직하구나’라고 인정해 주시겠습니까?

예전에 유신 독재 시절이나, 전두완 정권 시절에, 말 한 마디 잘못하면 잡혀가는 그런 무서운 독재 시절에 십자가를 앞세우고 ‘자유와 정의, 진실과 생명’을 주장하며 행진하는 목사님들, 신부님들은 정말 멋있었습니다. 시민들이 모두들 숨죽이며 부당한 압력과 독재, 폭력에 자유와 진실을 빼앗기고 힘들어 할 때 일어선 성직자들은 당시 우리 사회의 빛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추억하는 그 후배들이 어쭙잖은 현장에 어쭙잖게 그 모습을 재연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이 무슨 정의의 문제입니까? 미국 소고기 수입하지 말라, 이명박 정권은 퇴진하라, 탄핵하라, 북한과 공조하여 민족의 자존권을 찾자는 것은 성직자들이 나설 안건이 아닙니다. 정치적이고 상당히 사회주의적 이념의 무리들, 그러나 얼마 전까지 권력을 누리던 이들이, 그 영화(榮華)를 그리워하는 세력들이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복권(復權)의 기회를 노리는 추한 현장일 뿐입니다.

이건 아닙니다. 거긴 성직자의 복장으로, 십자가를 앞세우고 나타날 자리가 아닙니다. 사복으로 나타났다면 자기 성향이 그러하니 상관없지만, 성직의 이름으로 주목을 받겠다는 것은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것이요, 하나님의 거룩함을 손상하는 것이요, 충성스럽지 못한 일입니다. 그렇게 해서 대체 누구를 구하겠다는 것입니까? 자기들 인간적인 속셈, 취향, 이념, 정치적 성향에 ‘거룩함’의 이름을 악용하여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는 일입니다. 그건 결코 하나님을 위한, 우리의 주인이신 예수님을 위한 충성스러운, 충직한 청지기의 모습이 아닙니다.

4.

사랑하는 여러분, 하나님 앞에 충성하십시오. 오직 하나님 앞에 충직하십시오. 하나님 보시기에 믿음직스러워지십시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셨습니다. 생명, 건강, 물질, 재능, 지식, 환경……. 하나님으로부터 모든 것을 받고 사는 우리들, 하나님 보시기에 믿음직스러운 삶을 삽시다. 헌신하고 봉사하고, 성실한 삶을 삽시다. 살되 하나님이 보시고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그런 충직한 삶을 삽시다.

오늘 말씀이 분명히 증언합니다.

그리고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 너희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판단 받는 것이 내게는 매우 작은 일이라 나도 나를 판단치 아니하노니 내가 자책할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나 그러나 이를 인하여 의롭다 함을 얻지 못하노라 다만 나를 판단하실 이는 주시니라 그러므로 때가 이르기 전 곧 주께서 오시기까지 아무것도 판단치 말라 그가 어두움에 감춰진 것들을 드러내고 마음의 뜻을 나타내시리니 그 때에 각 사람에게 하나님께로부터 칭찬이 있으리라

주님께서 마침내 어두움에 감춰진 것들을 드러내고, 마음의 뜻을 나타내십니다. 그리고 그 때 각 사람에게 하나님께로부터 칭찬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맥추 감사주일, 2008년 상반기를 주님의 은혜 안에 잘 보냈습니다. 이제 하반기 세월이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하반기 동안 살아갈 건강과 능력, 재능, 힘, 지혜……. 필요한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어떻게 살 것입니까?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쇼를 하듯이 살지 맙시다. 진실성도 없고, 헌신성도 없는, 위선적인 생을 살지 맙시다. 믿음직스러운, 충성스러운 생을 삽시다. 우리 예수님이 그리 사셨습니다. 성부 하나님께 명을 받고 누가 뭐라 하던 십자가를 향한 삶을 충직하게 사셨습니다. 떠들지 않아도 됩니다. 요란스럽지 않아도 됩니다. 촌스러워도 됩니다. 충직하기만 하다면, 믿음직스럽기만 하다면 우리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보시며 우리를 향한 미소를 지으실 수만 있다면 그의 인생은 충성스러운 인생입니다. 마침내 하나님께 축복받을 인생입니다.

5.

충성, 하나님께 충성하십시오. 그리고 자신의 삶에 충실하십시오. 하나님을 경홀히 여기지 말고, 자기 자신을 속이지 마십시오. 생(生)을 명(命)받고 이 땅에서 여전히 생명(生命)이 있는 이들은 하나님과 자신에게 충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 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오라 하시는 날까지 하나님께 충성, 그리고 자신에게 충실! 충성된 자에게 그 충성된 삶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우리 주님께서 채워주실 것입니다.

믿음직스러움과 열정이 여러분의 삶 속에 충만하기를…….

/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