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죽음이 자신에게는 멀었다고 느낄 때에는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불치의 병이거나 나이 많이 드신 분들의 경우,
그 앞에선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개의 경우 이런 분들을 찾아가면
희망을 주기 위해 건강과 고침 받을 것을 권하고 온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러고 올 때마다 뭔가 허전하다.
일러줄 말을 못 일러줬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하다.
참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늘의 소망을 확실히 알고,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라면 그 어떠한 경우에라도
죽음에 대해 편안히 말을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끝까지 ‘나을 겁니다, 고쳐줄 겁니다’만 이야기하다
갑자기 의식불명에 들어가면 참으로 맘 아픈 일이다.
그 분이 준비를 하지 못했기에...

며칠 전, 일죽 근처의 한 호스피스 병원엘 다녀왔다.
잘 아는 사모님이 2달 정도 남았다고 하기에 찾아뵈었다.
나의 설교를 좋아하시고, 기도를 즐거워하셨던 고운 분.
많이 쇠하신 사모님의 손을 꼬옥 잡고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사모님, 우린 꼭 다시 만날 거예요. 준비되셨죠?
주님의 평화가 밀려오기를 기도할게요.
우리 다음에 만날 때에는 지금보다 훨씬 즐거운 곳에서 뵐 거예요.’
슬프면서도 슬프지 않았다.
아하 이게 구원의 확신이 있는 이들이 나눌 수 있는
영혼의 평안함이요 위로구나!
병상에서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며 미소 짓는 사모님,
꼭 다시 만날 것이다. 우리 주님 앞에서.

그런데 그 시골구석 호스피스 병원은 기독교 자원봉사자들로
운영이 된다는데, 그날 봉사자들은 왕십리교회 교인들이었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