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구석구석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온통 우울하고 슬프고 답답한 소식들입니다. 경제침체, 세월호 가족들의 단식, 소모적 여야 갈등, .......지난 주 24-25일에는 남부지방에 시간당 130mm에 이르는 집중호우가 내려서 큰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창원시에서는 불어난 물에 시내버스가 휩쓸려가서 운전사 등 약 6명이 실종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어두운 소식들 가운데 두 눈을 번쩍 뜨게 할 만큼 반가우며 감동적인 소식도 있었습니다. 기록적인 폭우가 곳곳에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목숨을 걸고 이웃들의 생명을 구한 용감한 시민들의 이야기였습니다.

부산시 기장군 좌천리에는 바다의 만조시간까지 겹쳐서 성인 남자의 가슴 높이까지 물이 들이차서 마을의 대부분 집들이 창문만 남긴 채 잠기게 되었습니다. 128가구 정도 되는 마을 주민들은 대피방송을 들은 후 모두 가까운 산 위로 피신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집에서는 아기 엄마가 4개월 된 아기 수유를 하다가 방송을 듣지 못한체 같이 잠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집안에 물이 차서 다급해졌는데 문은 열리지 않고 물이 목까지 차올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기라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반쯤 보이는 창문 밖으로 아기를 들어 올리면서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야산 높은 지대에 피신을 가 있던 마을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고 야단이 났습니다. 몇몇 남자들이 노끈으로 서로를 묶은 채 들어가서 아기를 받아든 다음 빨간 고무대야에 아기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노끈을 이용해서 아기 엄마도 건져내었습니다. 마치 아기 모세를 갈대상자에 담았던 것처럼 이 아기는 김장용 빨간 고무대야에 담겨서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아슬아슬한 이 장면을 지켜보던 마을 주민들은 고무대야를 이용해 아기와 엄마를 무사히 구조해서 빠져나오자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고 합니다.

강원도 인제군 내설악 계곡에서 가족 여행을 온 정모씨와 그의 딸이 급류에 휩쓸려 떠 내려갔습니다. 이때 수영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여행을 왔던 한모씨(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이비인후과 운영)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곧바로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한씨는 정모씨의 딸을 물 밖으로 밀어 올린 뒤 아버지 정씨도 구한 다음 정작 본인은 거센 물살에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어두운 시대에도 착한 행실을 통해서 빛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직 희생적으로 사랑하며 섬기는 행동만이 빛이 납니다. 슬프고 어두운 시대일수록 더욱 사랑으로 섬기며 살아가야겠습니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요15:13)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