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일이다. 정부(情婦)의 집을 방문한 군소교단의 어느 지도자가 그녀의 남편이 들어오자 급히 피신하여 아파트 베란다에 매달려 있다가 그만 추락하여 저 세상으로 갔다. 어느 젊은 목사는 다윈의 진화론을 진리로 이해하고，인류의 시조가 유인원이란 말을 설교 중에 하다가 한 우직한 집사에게 핀잔을 받았다. 그는 성경의 창조과정을 설화로 이해한 모양이다. 그러자 그는 노회의 비호 하에 계속 그 교회를 섬기고，지적한 집사는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60대에 들어선 한 목사는 행실에 문제가 있는 여인을 기도해주기 위해 혼자 심방했다가 의처증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고 이 일이 알려지자 교회를 떠나야 했다. 이런 씁쓸한 말을 들을 때 마다 중세 가톨릭교회의 부패상을 떠올리게 한다. 면죄부 판매, 교황의 세속권력 위에 군림，죽거나 순교한 사람에 대한 성인화 작업，추기경 등 성직자의 호화생활，성직의 판매 등이다.

1517년 수도사인 마틴 루터는 심히 고뇌하다가 자신이 강의하던 비덴부르크대학 교회 정문에 95개 항에 달하는 반박문을 내걸었다. 개혁을 향한 루터의 망치소리는 전 유럽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개혁은 성경으로 돌아가는 운동이다.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의 기초위에 서게 하는 것이다. 당시의 교회는 성경보다 더 큰 권위를 가지고 있었다. 성경을 멋대로 해석하고 평신도로 하여금 성경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나님의 자녀인 왕 같은 제사장이자 예언자인 하나님의 사람 위에 성직자들이 군림하고 성직까지 판매하고, 돈을 받고 죄를 사하여 준다며 면죄부 구입을 강요하고, 돈을 내면 조상이나 친지가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호^했다. 추기경이나 신부들은 여인까지 거느리고 호사스러운 생활을 했다. 오늘의 한국교회가 당시 가톨릭의 부패에 미치지는'못하나 잘못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또다시 종교개혁주일이 찾아왔다. 루터가 반박문을 내건 10월 31일을 기념하여 설정한 날로 개신교회의 생일날이다. 이제 그 생일을 맞아 한국교회를 진단해 보아야할 때이다. 교회지도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 중 하나가 ‘개혁’이라고 한다. 우리 장로교파 교회는 개혁교회(Reformed Church)인데 무슨 개혁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개혁교회는 변화되지 않는 로마 캐톨릭과 구별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으로 항상 개혁해 나가는 교회를 뜻한다. 이제 한국교회는 변화돼야 한다. 변화되지 않고는 부패할 수밖에 없고 부패한 교회는 혁명 전 러시아 정교회처럼 버림받게 된다. 이제 개혁교회로의 정체성을 살려 꾸준히 개혁해 나가야 마이너스 성장의 고리가 끊어질 것이다. 우리 평신도 지도자는 개혁교회의 중요한 구성원이 아닌가.

정달영 장로(평신도신문 논설위원, 홍익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