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 전, 왕십리 뉴타운이 전격적으로 발표된 이후 우리 교회는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지역 발전에 교회가 교회 이익을 위해 걸림돌이 되지 말자! 그래서 웬만하면 추진위원회, 그리고 조합이 원하는 것들을 거의 모두 다 들어주었다. 심지어 조성되는 단지 안에 도로와 공원 부지를 위해 교회 대지 90평을 내놓아야 한다는 억지 주장, 감보율이 그렇다며 그것이 법이라고 하는 바람에 넘어가 그것까지 내 주고 말았다.

그 때 분한(?) 맘에 나는 개인적으로 치아 5개를 순식간에 잃어버렸다. 스트레스가 커지니까 어느 날 그냥 쑤욱 빠져버리더라.  물론 우리의 억울함을 아시는 주님께서 후에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셔서 성전 건축을 용이하게 할 수 있었다. 뉴타운 안에서 제일 먼저 교회당을 짓고 우리는 날마다 날마다 장차 지어지고, 조성될 뉴타운을 바라보며 축복하고 기도하고 축복하고 기도하고, ...

뒤이어 본격적인 아파트 공사, 터파기 공사 등으로 그 엄청난 먼지와 소음, 그런 것으로 새 건물이 낡은 건물이 되어도 우리는 단 한 번도 민원을 넣지도 않았고 도리어 축복하며 기다렸다. 공사하는 방향의 교회당 벽에, “왕십리 뉴타운, 우리 동네 우리 집, 튼튼하고 이쁘게 자~알 지어주세요. 꿈이 있는 왕십리중앙교회”라고 큰 현수막을 걸 정도로 동네를 축복하였다.
 
그리곤 우리의 기도대로 교회가 있는 2구역이 제일 먼저 올 해 주민들이 입주하였다. 얼마나 반갑고 감사하고 축복하고 싶던지... 우리는 동네교회를 지향하며 입주민들을 번거롭게 하지 말자고 그 흔한 가가호호 방문을 겸한 전도도 하지 않고 뉴타운 한 복판에 관리소의 허가 속에 부스를 차리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선물과 교회 소개지, 예쁜 화분을 이사 오는 집들마다 선물하고 축복하였다. 우리 교회 생리가 가가호호 전도하는 것을 좀 버거워하는 편이다.  
 
이렇게 주변이 모두 조성이 되자 문제가 생겼다. 차로변의 우리 교회 땅이 인도로 설계가 되어 있었다. 사유지를 도로로 일방적으로 그려놓은 것이다. 처음으로 민원을 넣었는데 사실 해결책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그냥 묵인하다 시피 하며 다만 주일에는 그 길에 교회 차량을 주차시키었다. 그 결과 주일에 아무래도 주민들의 통행에는 불편이 생겼고, 상황을 알지 못하는 입주민 몇이 집요하게 차량 단속을 구청에 요구하였으며 그 결과 많은 성도들의 차량이 애꿎게 딱지를 떼게 되었다.

차량 문제를 해결하고자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아직 많이 비어 있어서 관리소와 협상하여 주일 2부 예배 시간을 기준으로 주차비를 지불하는 걸로 계약을 하고 지난주일 처음으로 29대의 차량이 아파트 주차장, 그 텅 빈 주차장에 주차하였다. 그러자 그 집요하게 민원을 넣던 주민 몇 분이 왜 교회가 일방적으로 아파트 주차장에 맘대로 들어오느냐 시비를 걸었다. 결국 그것도 무산되었다.

몰라서 그랬겠지 하는 생각, 교회가 주민들을 위해 얼마나 기도하며 축복했는지, 얼마나 양보했는지 몰라서 그러겠지 하며 마음을 달래는데,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에 서운함이 밀려온다. 아, 이건 아닌데 ... 그 집요하게 민원을 넣던 이들도 들리는 말에 의하면 교회에 다니는 이들이라던데 .... 더 기도해야겠다. 이들로 인해 의도적인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지 않도록, 이들의 마음을 돌이켜 달라고 기도해야겠다.

우리만큼 지역을 위해 희생한 교회가 별로 없는데 ... 교회가 가만있으니 툭 하면 조합에서 뭘 먹었나보다 라는 말까지 들으며 참아 왔는데 ... 우리 교회는 조합으로부터 뭔가 부당한 것을 받은 적이 없고 요구한 적도 없다. 도리어 지역 내의 타교회들은 모두 100% 환지를 받은 반면 우리는 조합에 넘어가 90평을 지역에 내놓기까지 하였다. 개발 전에 340평 대지가 260평으로 줄어들었다.

기막힌 억울함을 당했지만 그래도 지역의 발전을 위해 우리가 희생을 했다는 생각에 스스로 달래며 여태까지 왔는데 어떤 이들이 우리 교회가 조합으로부터 엄청 많은 것을 받았다는 의식을 갖고 이야기를 한단다. 어이구 ... 아마도 대개의 개발 지역내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기에 우리도 그럴 거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지 말자. 더 기도하자.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축복하라. 축복하고 저주하지 말라.”(롬12:14)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롬12:21)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