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한국장로신문)

히틀러가 언제나 황흔을 등지고 중요한 연설을 했듯이, 할아비도 인생의 종착 점이 가까워진 80 나이니 황혼빛깔이다. 나도 그 빛 등에 엎고 한마디 하려 한다. 내 손자 송헌! 진지하게 읽어 주겠지? 2013년 10월 어 느 날, 네가 큐슈대 전자공학과에 국비장학생으로 선발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할아비는 전선에 감전이 된 듯 온몽에 새로운 기운이 도는 듯했다. 두 손이 번쩍 하늘로 뻗쳐지길래 만세 3창부터 하고 하나님께 강사를 드렸다.

일본공대의 국비장학생이 되었다는 건 노벨상의 후보가 됐다는 말과 같다고 어느 교수가 하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광스러운 대열에 내 손자가 당당히 끼어들었으니, 나는 이 세상을 무의미하게 다녀가는 것이 아니라 너로 인해 보람 있게 살다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헌'아! 그제 C신문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 중 고등학생들이 수학, 과학, 읽기 등 주요과목 성적이 (최근 몇 년간) 세계 3위도 아니고 1, 2위 순서에 들어가는 데, 학교를 졸업하고 나가면 책을 덮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너는 대학원으로 진학해서 교수가 되고 노벨상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니, 고맙다. 힘껏 응원을 보내고 싶다. 일본으로 떠나는 날 아침, 인천공항에서 기내에 들어가기 직전에 네가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할아버지! 건강하세요. 잘 다녀 오겠습니다” 했을 때 피붙이의 반가운 목소리여서일까, 눈물이 핑돌고 목이 메어 할아비는 대답도 못 하고 우물거리다가 전화를 끊고 말았지.  '헌'아! 너는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일 본에 간 셈이다.

일본나라의 돈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니 일본국에 감사해야 한다. 보은도 생각해 봐야 되겠지. 그리고 일본인 들은 너를 인해 한국인을 판단할 것이다. 늘 올바르고 당당하면서도, 매너 있게 행동해야 한다. 또 너의 뿌리는 한국이니 어떤 경우에도 뿌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계인 '성 김' 주한미국대사도 그련 심정으로 대사직을 수행하다가 3개월 전 쯤 본국의 훈령을 받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너도 이젠 이성(異性)이 그리워질 때이니 연애를 하라든지, 공부에 지장이 있으니 안 된다든지 그련 말이 너에겐 필요치 않은 것 같다.

 '헌'이는 자제력이 강하고 무슨 일에나 신중하고 의지적이고 결단력이 남다르다는 것을 할아비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과 친구 문제엔 한두 마디 첨언을 하려 한다. 건강은 너무 평범한 말이지만 근본적인 문제여서 백 번을 강조해도 과하지 않는 말이다. 건강은 평생의 습관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젊은 시절에 좋은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음식과 규칙적인 운동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병이 나더라도 지혜롭고 단호하게, 또 의지적으로 대처해 나가면 다스려질 수 있다. 건강관리는 남이 보기엔 '무신경한 듯이' 보이게, 그러나 스스로에겐 1 분 1초라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친구 관계에 있어서는 태도가 중요하다. 누구라도 (상대가 미워도)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을 꼭 가지고 대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기지우(知己之友)나 막역지우(莫逆之友)는 누구나 다 될 수는 없다. 선택도 중요하지만 노력과 관리가 더 중요하다. 인생길에 막역지 우는 꼭 필요하다. 타향살이 땐 더욱 그렇다. 그련 친구를 구하려면 네가 먼저 상대방에게 그련 친구가 되어줘야 함을 잊지 마라. 인생은 일회성 나그네길이니 후회 없이 매사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길 바란다. 겨울방학 때 만나자!

/새문안교회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