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읍을 벗어나 약 17km 쯤 달리면 김포읍 하성면과 접하게 된다. 이곳엔 북한 땅을 가장 가까이 내려 볼 수 있는 애기봉이란 그리 높지 않은 봉우리가 있다. 매년 대림절이 되면 등탑에 전구를 설치하여 대형크리스마스 트리가 북한을 향해 불을 밝혀온 곳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빛으로 사랑으로 오심을 기념하여 동토의 땅을 향해 사랑의 빛을 비쳐주던 사랑과 은혜의 땅이기도 하다.

하기사 이곳은 우리 주님의 사랑의 빛만이 서려있는 곳만은 아니다. 움력 4월 초파일 전후엔 전구로 된 연등을 점등하여 불탄의 기쁨(?)을 전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한국을 대표하는 기독교와 불교계에서 종교적으로 깊은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선 종교적 갈등도 없고 포교의 갈등도 없다. 사랑에 굶주려 있는 북한 땅에 주님의 사랑은 물론 불타의 자비의 빛이라도 비쳐주던 곳이다.

그런데 금년 성탄절부터는 이러한 사랑의 빛을 비추어줄 수 없게 되었다. 이 등탑에 사랑의 빛을 비춰 준지 43년 만에 일이다. 근 반백년을 밝혀 온 성탄절 트리가 애기봉에서 사라지 게 된 것은 남북관계를 의식한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모양이다. 우리 군 당국은 지난해 11월 국방부 경기남부시설단에 동탑의 안전진단을 의뢰하여 붕괴가 우려되는 D)등급을 받아 이미 철거를 마치고 평화공원으로의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성탄절 트리는 최근 불거진 북한에 풍선날리기와 함께 대북 심리전의 상징이 되어왔다. 1960년대에 애기봉에 주둔하고 있던 해병대가 한국교회의 도움을 받아 15m 규모의 성탄트리를 세워 점화하고 16개의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성탄축하 메시지，민간 성가대의 캐롤송등을 북한 땅으로 흘러보냈다. 북한과는 불과 2km 거리이고 개성에서도 볼 수 있는 곳이어서 북한에 교회 를 알리는 중요한 역함 중에 하나가 되었다.

1971년엔 18m 규모의 철탑을 세워 성탄트리를 점등했다. 북한 측은 조준 사격하여 격파하겠다고 위협까지 했다. 노무현 정권 때엔 북에 압력으로 점등을 중단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천악함 폭침이 터지고 한국교회의 요청으로 종교단체의 점등행사를 허용했다.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의 실세 3인방이 남한을 방문하여 그 예우차원에서 헐게 되었다는 말도 있다.

북한과는 아직도 전쟁 중이요，휴전이라 하더라도 북한의 도발은 계속 되어왔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기독교 등 종교단체를 앞세워 대화를 하고 지원과 교류를 통해 북한 땅 밟기와 함께 북한을 흔들어야 한다. 북한 측이 남한에 종교자유가 보장되어 있고 종교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성탄절 트리나 초파일 연등은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종교단체를 앞세운 지원도 고려해볼만하다. 일석이조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평신도신문 논설위원. 홍익교회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