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하나님.
다시 성탄절이 다가 오지만
충격과 좌절, 절망의 신음들이
온 나라 안으로 번지고 있기에
‘메리 크리스마스’의 인사가
사치처럼 느껴지고 있습니다.

이천년 전에
작은 나라 유대 땅,
작은 고을 베들레헴,
작고 냄새나는 마구간을 통해
억압 받던 자들 가운데로 보내셨던
구주 예수님을
그 날 유대 땅같이 되어가는 이 나라에
다시 보내주옵소서.

로마제국과 결탁하여 권력과 금력을 누리고 있는
헤롯 왕궁이나 대제사장의 화려한 사제관이 아니고,
숙박비가 없어 해산한 아기를 말구유에
누여야만 했던 가난한 목수 요셉의 가정을 통해
구주를 보내신 것처럼

무수한 별빛들마저
절망의 깜빡거림으로 보았을 목자들에게
그 밤하늘에 찬란한 광채와
천사들의 찬양으로 가득 채우시고
구주탄생의 좋은 소식을 알리신 것처럼

예언의 말씀만 믿고 오랜 인고 끝에
만난 큰 별빛을 따라
산 넘고 물 건너 찾아와
아기 예수님께 경배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린 나그네 박사들처럼

일생동안 성전을 떠나지 않고
금식기도하며 구주를 기다렸던
시므온과 안나의 품에서
감격의 찬송을 받으신 것처럼

오, 하나님이여,
권력(權力)과 금력(金力)을
독점한 강자(强者)들의 횡포 때문에
신음소리가 깊어만 가는
이 나라 수많은 약자(弱者)들 가운데
이번 성탄에 구주를 보내 주옵소서.

세월호 유족들 가운데,
쌍용차 해고노동자 가운데,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 가운데,
실업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가운데.
빚더미 위에 앉은 자들 가운데,
지하도에 시신처럼 누운 노숙자들 가운데,
모든 외로운 노인들에게,
모든 빈민촌 주민들에게,
억울하게 갇힌 자들 가운데,
헐벗은 북한 주민들 가운데,
텅 비어 가는 농어촌교회 가운데,
빚만 쌓여가는 개척교회 가운데,
병고와 위험에 시달리는 선교사들 가운데,
희생적으로 봉사하는 착한 사마리아인들 가운데,
이번 성탄에 구주를 보내 주셔서
위로와 희망의 등불을 보게 하옵소서.

오, 하나님, 무엇보다
우리에게 사랑의 능력을 부어주심으로
작은 예수가 되어
주린 자, 목마른 자, 나그네 된 자,
헐벗은 자, 병든 자, 갇힌 자들을
돌보는 일에 동참하게 하옵소서(마25:35-36).

2015년 새날을
다시금 희망을 품고
시작하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2015년 성탄절에는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를
목청껏 부를 수 있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