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2월 4일은 입춘이었습니다. 입춘은 새해의 첫 번째 절기입니다. 양력으로는 아직 봄을 말하기 이른 2월 초지만 옛 사람들은 이때부터 겨울의 찬 기운이 물러가고 ‘봄(春)이 들어선다(立)’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입춘이 되었건만 찬바람은 여전하고 동장군은 물러설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따뜻한 기운이 시작되는 입춘이라지만 예나 지금이나 춥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입춘에 장독 깨진다’ ‘입춘 추위에 김칫독 얼어 터진다’는 한번쯤 들어본 속담입니다. 오죽하면 ‘입춘 추위는 꿔도 한다’는 말이 있을까요. ‘입춘을 거꾸로 붙였나’라는 속담이 이를 말해줍니다. 대문에 ‘입춘대길’을 붙였는데 날씨가 따뜻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답답해서 나온 말일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24절기 중 첫 절기인 입춘 날에 여러가지 민속행사를 개최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입춘첩’(立春帖)을 붙이는 것입니다. ‘입춘대길’을 비롯, ‘국태민안’(國泰民安), ‘건양다경’(建陽多慶),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자손만세 같은 문구를 선호했습니다. 간혹 도시의 가정 문 위에 가시나무인 업나무 또는 탱자나무 등을 걸어놓은 것을 볼 수 있는 데 이것들은 부적의 대용으로, 귀신을 물리치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 어느 성도님의 가정에 심방을 갔더니 붓글씨로 ‘立春大吉(입춘대길)’이라고 쓴 종이를 문 입구에 붙여 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라’는 뜻의 입춘대길 글귀를 거는 것은 귀신을 쫓고 새해를 맞는다는 미신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택신앙이며 수문신(守門神)을 염두에 둔 우상숭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손으로 만든 입춘대길에다 신성을 부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미련하고 우둔한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대문의 출입을 단속하여 좋은 복만 들어오게 하고 악한 재화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입춘첩 등을 붙이는 것은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으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난히 각종 귀신을 많이 섬겨온 우리 민족의 무속신앙에 바탕을 둔 이런 세시풍속은 끊어버리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만복의 근원은 오직 여호와 하나님 한 분 뿐입니다. 그래서 이런 찬송가 문구를 써서 벽에 붙이고 묵상하는 것이 진짜 복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복의 근원 강림하사 찬송하게 하소서
한량없이 자비하심 측량할 길 없도다
천사들의 찬송가를 내게 가르치소서
구속하신 그 사랑을 항상 찬송합니다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