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한국장로신문)

오는 2월 18일은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입니다. 그런데, 한국교회의 많은 성도들은 사순절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그것이 어떤 기간이며, 또 그 기간에 우리가 해야'할 것은 무엇이고，그것을 통해 우리는 어떤 유익을 얻을 수 있는지조차 모른 채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순절이 시작되는 이 절기를 맞아서 사순절이란 무엇이고，사순절이 우리에게 어떤 영적인 유익을 가져다주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사순절은 부활절 전까지 주일을 제외하고 40일을 거꾸로 세어서 그 기간을 사순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주일까지 계산하면 실제로 46일이 됩니다. 하지만 주일을 계산하지 않는 이유는 주일은 초대교회 시절부터 작은 부활절로 지켰기 때문에 '그 날은 사순절의 기간에 계산하지 않게 됩니다. 이렇게 40일의 기간 동안 절제할 것은 절제하고 또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경건훈련을 하면서 부활절을 준비하게 됩니다.

사순절은 원래 부활주일에 행해졌던 세례를 준비하기 위한 절기였습니다. 즉 초대교회 당시에는 사순절 기간 동안 일상생활에서 떨어져서 상당히 어려운 준비를 거친 후 부활주일 전날 밤부터 새벽, 혹은 부활주일 아침에 세례를 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사순절은 어거스틴 때에 이르러서 세례와 상관 없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의 수난에 접하고 머무르는 준비의 기간으로 발전되어 갔습니다.

이것은 성인세례가 줄어들었기 때문인데, 성인세례가 없으니，세례를 준비하는 그 시간에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현격히 줄어 전 교회적인 현상이 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례와 관련된 의미는 줄어들고，참회적인 차원의 사순절의 의미가 더욱 강조되었습니다. 사순절 중에는 주로 금식을 했는데, 하루 종일 금식을 한 것이 아니라, 저녁 때에는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식사 시간에는 육류를 전혀 섭취할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는 생선류와 계란류 심지어는 유제품도 섭취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사순절은 우울한 절기가 되었고, 금지하는 것이 더욱 강화된 율법주의적인 절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종교개혁자들은 이런 것이
복음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울한 것이 복음이 아니라, 사실은 기쁨이 넘치는 삶이 참으로 복음적인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부활의 기쁨을 누리고 작은 천국을 누리는 것이 참된 신앙인의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종교개혁자 츠빙글리는 사순절 기간 동안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외치며 성도들 일부가 소시지를 먹게 되고, 츠빙글리도 여기에 대해서 긍정하면서 육식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츠빙글리도 이런 훈련을 거부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거듭난 성도의 자유를 천명하고자 했던 것이었습니다.

루터는 금식이나 훈련에 대해서 거부하지 않았고, 자원하는 마음으로 하는 감사와 순종은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칼뱅도 금식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지만, 그것을 규범화하고 날을 정하는 데에까지 나아가면 그것이 미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종교개혁자의 후예인 우리에게 사순절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성경에서 금식은 혼자 등장하지 않고，항상 기도와 함께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금식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집중해서 기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을 통해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생각할 수 있는 기간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순절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 땅에 오셔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고난당하신 주님을 묵상하고，또 부활을 통해서 그 기쁨을 누리면서 그 사랑을 나누는 절기로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이렇게 참회의 절기를 보낼 수 있는 여건도 되지 않았고，결국 참회 없이 그저 물질적 성공만 빌었던 과거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날을 정해서 지나친 금욕을 요구한다거나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재앙이 올 것처럼 위협하지 않는다면 사순절을 통해서 우리의 죄악을 고백하고, 부활절을 통해 죄 사함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고, 우리의 신앙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규 목사(총회강남지역훈련원장 • 양평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