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고보서 4:6 그러나 더욱 큰 은혜를 주시나니 그러므로 일렀으되 하나님이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 하였느니라

1.

울산의 어느 교회에 젊은 목사가 부임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교회 장로 중에 영향력이 큰 의사 장로님이 있었는데, 사사건건 목사님의 목회를 참견하고 훈수 두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선한 뜻으로, 자신이 젊기에 걱정이 되어서 그러시나 보다 했는데,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졌습니다.

주일 예배 시 찬송은 2곡만 하시오, 설교는 20분만 하시고, 예배는 1시간 안에 끝내시오, 출근은 몇 시에 하시고, 퇴근은 몇 시에 하시오, 찬송 부르며 박수 치지 마시오, 너무 큰 소리로 기도하지 마시오, 헌금자 명단은 밝히지 마시오.

참다못해 목사님이 장로님 병원으로 찾아 갔습니다. 마침 장로님이 수술실에 들어가셨다는 말을 듣고, 수술실로 슬그머니 들어갔습니다. 수술실에 들어오는 목사님을 본 장로님은 생각하기를 ‘아마도 수술 장면을 통해 뭔가 배우려나보다’하여 묵인하고 그냥 수술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자 조금 있으려니 곁에서 바라보던 목사님이 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니, 장로님, 거길 자르면 어떡합니까? 여길 잘라야지요. 그건 그렇게 꿰매면 안 되지요. 수술 칼은 왜 그렇게 잡으십니까? 꼭 돼지 잡는 것 같습니다. 무슨 수술을 이렇게 오래 하세요, 20분 안에 끝내셔야지요.”

장로님이 어이가 없어서 목사님을 수술실 밖으로 데리고 나와 물었습니다. “목사님, 왜 이러십니까? 이건 장난이 아닙니다. 한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인데 수술실에서 왜 전문가인 의사를 못 믿고 참견하십니까?” 이에 목사님이 그랬답니다. “장로님, 우리 교회는 5백 명이 넘는 양이 있고, 때로는 잘못하면 5백 명의 영혼이 죽을 수도 있는 목회 현장인데, 어째서 장로님은 목회 전문가인 목사를 믿지 못하고 참견하십니까?”

실화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목회자들 세계에선 내려오는 전설적인 이야기 입니다. 그런데 오죽 했으면 그랬을까.

2.

그런데 말이죠, 정말 교회 내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교만한 장로가 있을까요? 그리스도인으로 이런 식으로 교만한 태도를 보이는 성도가 있을까요? 하나님의 백성으로 노골적으로 하나님께 교만한 자세를 갖고 있는 이가 있을까요?

결코 그런 이들은 없을 것입니다. 겸손, 이것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간판입니다. 그건 우리의 트레이드마크(Trademark)입니다. 나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노골적으로 교만한 사람은 없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어딜 보나 겸손해라, 겸손해라 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겸손한 사람 같이 보이는데, 겸손하지 않은 그리스도인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주 겸허한 사람 같아 보이는데, 전혀 그 내면이 겸허하지 않은 그리스도인이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초신자로서 아직 좌우를 구분 못하는 이가 철없는 교만을 부리는 경우가 있지만, 이건 별로 심각한 게 아닙니다. 문제는, 성경이 지적하는 것은, 내면적 교만,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쌓이는 내적 교만, 영적 교만입니다.

어느 집사님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기도하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리고 1년이 넘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 4시에 일어나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너무 피곤해서 그만 제 시간에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그 때 누군가가 깨우기 시작했습니다.

“이 집사, 일어나. 일어나서 기도해야지.” 그래서 얼떨결에 “누구요?”하고 물었더니 “나? 마귀야.”라고 대답하더랍니다. “아니, 무슨 마귀가 나한데 기도하라는 거야?” 그러자 마귀가 그러더랍니다. “시대가 변하면 마귀도 변하는 거야. 나도 가끔은 착한 일을 해. 빨리 일어나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해야지. 4시야, 4시.”

이 사람이 기도하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마귀가 내게 유익을 줄 리가 없는데 왜 기도하라고 깨웠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1년 넘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기도하면서 마음속에 교만한 생각이 쌓여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4시에 일어나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교만 말입니다. 그리고 그 교만한 마음은 다른 사람들을 멸시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말은 하지 않지만 속으로 ‘이름만 장로면 뭐해 기도를 해야지. 명색이 권사가 되어서 기도도 하지 않고 …….’

이 사람은 자신의 마음속에 교만이 꽉 차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고, 마귀가 그 교만을 유지하도록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도하게 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어 즉각 회개 기도를 드렸답니다.

어느 목사님이 교우들에게 40일 금식 기도하겠다고 공포하고선 기도원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교우들은 목사님이 얼마나 힘드실까 싶어 열심히 목사님을 위해 기도하였습니다. 그런데 목사님이 39일 만에 교회로 돌아오셨습니다. 40일을 채우지 못한 것입니다. 실망한 교인들의 얼굴을 보며 목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예수님이 40일 금식하셨는데, 제가 어찌 40일을 금식하겠습니까? 그리고 혹 40일을 금식하면 제가 평생 교만한 마음을 가질까봐 39일만 했습니다. 결코 배가 고파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맞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요? 그 내면이 두렵습니다. 자기 내면에 그걸 이루었다는 자부심 속에 교만함이 자리 잡을까 두려운 것입니다. 자기도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교만이 자리 잡을까봐 그게 두려운 것입니다.

요즘엔 그런 목사님들을 못 보았는데, 20년 전만 해도 몇 목사님의 명함, 또는 부총회장 출마한 목사님의 경력을 보면 ‘새벽기도 40년’이란 대목도 있었습니다. 자신은 새벽 기도를 40년, 50년 동안 해왔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입니다. 그걸 명함에 까지 새깁니다. 도대체 그런 새벽 기도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새벽 기도는 중요하지만, 그게 자신을 은연중에 교만함으로 이끌어 간다면 당장 그만 두십시오. 새벽 제단을 안 쌓는 것보다 교만함에 빠지는 게 더 무섭습니다. 왜?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라고 성경이 아주 분명히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

대개의 교회에서 목회자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집사 때에는 아주 겸손하여, 장로감이다 또는 권사감이다 하여 세우면 어느 순간부터 목에 힘이 들어가고, 목회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목회에 장애가 되는 교만한 이들이 있다고 합니다. 긴장하지 마십시오, 우리 교회 얘기 아닙니다. 우리 교회에선 아직까지 그런 분들을 못 보았습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왕십리중앙교회에 부임했을 때, 나는 이런 기도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하나님, 나는 맘이 약합니다. 나는 능력도 부족합니다. 나는 대드는 교우들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나는 순종 잘하는 양을 돌보는 양 목사이지, 들이박기 잘하는 염소를 돌보는 염 목사가 아닙니다. 그러니 주님, 이 부족한 종이 이곳에서 목회할 수 있도록 저에게는 순한 양만 보내주시고, 염소는 저 큰 교회 염 목사님에게 보내주십시오.’

그래서 그런지 하나님은 들이박기 잘하는, 순간순간 똑 부러지는 소리 잘하여 코너에 목사를 몰아붙이고 쾌감을 누리는 그런 염소들은 다 제거하여 주셨습니다. 나에겐 양들만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양 목사입니다. 할렐루야!

우리 교회를 다녀가는 강사님들은 모두 한결같이 그러십니다. ‘목사님, 이 교회 분위기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우리 당회 이야기를 해주면 ‘목사님, 참 행복하시겠습니다. 장로님들이 너무 좋습니다.’ 부러워합니다. 그러면 내 한 마디 해 줍니다. “목사님도 기도하세요. 양만 보내달라고.”

그런데 주위의 교회들을 보면, 노회에 나가보면 정말로 그런 교만한 이들이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피상적으로 만나보면 그렇게 겸허하고, 눈물 뿌리고, 정말 좋은 성도 같은데, 그 교회 목사님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이 땜시 못 살겠다고 할 정도입니다. 목회를 못할 정도로 교만하다고 합니다.

왜 교만해지는 걸까요?

4.

어느 순간부터 자기가 중요한 인물로 느껴집니다. 자기는 이 공동체에서 이제는 대접을 받아야할 존재라고 여겨집니다. 전에는 뭐 자기와 의논하지 않아도 그러려니, 그럴 수도 있지 하였는데, 이제는 자기를 빼놓고 하면, 무시를 당한 것 같아 기분이 나쁩니다. 이제는 자기가 모르는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되면 억세게 기분 나쁩니다. 자기가 매우 중요한 존재가 된 것입니다.

물론, 자기 자존감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신앙적으로, 영적으로, 하나님의 전에서 자기를 내세우는 자존감은 의미 없습니다. 교회 안에서 만큼은 자존감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건 하나님께서 주십니다. 나는 목회를 하며 이런 기도를 드립니다.

“하나님, 내가 일부러 내세우고 만드는 권위는 평생 가까이 하지 않으렵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권위만 붙들겠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경우, 정말 목사로서 교회 안에서 무시를 당했을 때, 사실 기분 나쁩니다. 잠도 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때 이렇게 기도드립니다. “하나님, 맘이 몹시 아픕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권위를 세워주시지 않으셨기에 그런 줄 알고 참으렵니다. 하나님이 권위를 주시지 않는데 제가 고집부린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나는 사람들에게, 교우들에게 무시 아니라 멸시를 당하는 한이 있어도, 그것 때문에 하나님께로부터 긍휼을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그것을 택하겠습니다. 사람들이 다 나를 짓밟아도, 내 목회 현장에 온통 교만한 이들이 둘러싸여 있다 할지라도 주님께서 나를 불쌍히만 여기신다면 나는 그걸 택하겠습니다.

미국의 어느 비행기 안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한 백인 여성이 스튜어디스에게 거센 항의를 한 것입니다. 옆 좌석에 앉아있는 흑인하고 동석하여 여행을 할 수 없으니 다른 자리로 바꾸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스튜어디스는 정중하게 빈자리가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곤 한참 만에 돌아 와서 말합니다. “손님, 일반석에는 빈자리가 한 자리도 없습니다. 기장님께 특별히 부탁을 하여 한 자리를 구했는데 그 자리는 귀빈만을 모시는 VIP 자리입니다. 그 자리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이 여인은 어깨를 으쓱이면서 자기의 짐들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스튜어디스가 하는 말이 “당신이 아니라 옆에 앉아 있는 흑인 분을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자신을 VIP로 생각했던 그 여인은 부끄러움을 당하고 말았지만 백인 여인으로부터 무시를 당했던 그 흑인 남자는 귀한 자리로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포지션, 우리의 체면, 우리의 권위, 하나님께서 세워주십니다. 그걸 기다리십시오. 하나님의 집, 교회 안에서의 자리와 위치, 하나님께서 정해 주시는 것입니다. 내가 획득하는 것 아닙니다. 봉사 많이 했기에, 기도 많이, 헌금 많이. 그래서 드디어 획득하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린 교회 안에서 다 겸손해야 합니다.

그뿐 아니라, 하나님은 당신의 사역을 결코 교만한 자를 통해 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께선 겸손한 자를 찾으시고 택하십니다. 모세, 잘났다고 으스대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집트 왕궁에서 왕자로 40년을 교육받고 왕실 법도로 컸습니다. 그리고 그에 맞는 권세와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는 정말 잘 났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잘난 그를 그대로 쓰시지 않았습니다. 그가 갖고 있는 것들이 아예 뿌리째 뽑힐 때까지 40년 동안 광야에 내버려두셨습니다. 그리곤 마침내 모세의 의식 속에 자기는 아무 것도 아니란, 자기는 정말 무지렁이에 불과하다고 여길 때, 그 때 모세를 들어서 쓰셨습니다.

이 사실을 아십니까?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골드러시'가 일어났을 때, 여기저기 금광에서 금을 캐낼 때, 그 금을 운반한 것은 말이 아닌 볼품없는 나귀였습니다. 금을 캐는 광부는 언제나 신실한 동반자로 당나귀를 선택했습니다. 왜 말이 아니고 나귀였을까요? 말의 발굽은 보기는 좋았지만 구부러진 황야길, 미끄러운 강가의 돌들을 가로지를 수 없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광석 중 하나인 금가루와 금괴를 나른 짐승은 당나귀였습니다. 못생겼지만 신실하고 튼튼한 발을 가진 당나귀만 금을 나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은 너무 잘 났고, 자신은 너무 멋지고, 자신은 사람들의 이목을 받기에, 주목을 받고 존경을 받기에 너무 합당하다고 여기는 멋진 말들은 그런 귀한 사역에서 제외됐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입성하실 때 택한 짐승조차도 잘난 말이 아니라, 못난 나귀, 겸손의 상징인 보잘 것 없는 나귀였습니다. 주님은 철저하게 교만한 이를 내치십니다. 나귀와 같은 겸허한 심령, 그런 이를 주님은 붙들어 일으켜 세우십니다.

5.

심리학자 엘리스가 쓴 책('Reason and Emotion of Psychotropic')에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스스로 ‘나는 사랑을 받고 있다, 나는 필요한 존재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상적인 사람의 경우 2%밖에 안 된다.” 무슨 말인고 하면 정상적인 사람은 늘 ‘나는 부족하다. 다른 사람들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아내는 늘 ‘난 부족해서 남편에게 미안해’하고, 남편은 ‘내가 남편 노릇을 잘 못해서 …….’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입니다. 부모는 ‘부모 구실을 제대로 못해서 자식에게 미안하다’는 느낌, 자식은 ‘자식 노릇을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

그런데 정신병자의 경우에는 65%가 ‘내가 제일 낫다. 나는 없으면 안 되는 존재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이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가리켜 비합리적인 믿음이라고 합니다. ‘내가 제일 잘 낫다, 나는 꼭 필요한 존재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나같이 교만합니다. 세상이 다 잘 못됐고 저는 완전하고 저는 꼭 경이롭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몰라줍니다. 그러니 미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에게서 출발하지 않습니다. 잘나 건 못나 건 그리스도인이다 하면, 하나님의 백성이다 하면 하나님 앞에서 출발합니다. 모든 판단과 가치의 기준은 자신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이요,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하나님의 은총 속에서 살면서 자신이 그 중심에 자리 잡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보다 하나님의 말씀이 우선입니다. 하나님 앞에 결코 자기 머리를 드는 자가 아니라 숙이는 자입니다.

“주께서 곤고한 백성은 구원하시고 교만한 자를 살피사 낮추시리이다.”(삼하 22:28)

한 때 세계를 주름 잡았던 복싱 챔피언이었던 무하마드 알리, 그는 현재 파킨슨씨병에 걸려 투병 중입니다. 이 병 때문에 그는 애틀랜타 올림픽 성화를 점화 하러 나와서는 제대로 점화를 못 할 정도로 덜덜 떨었습니다. 그가 누구입니까? 전성기 때 “내가 최고로 힘이 세다. 세상에서 제일 강한 자다.”라고 큰소리치던 사람이 아닙니까? 자기가 최고라고 이름조차 ‘케시어스 클레이’에서 ‘무하마드 알리’로, ‘무하마드!’ 위대한! 이란 단어를 쓸 정도였습니다. 그런 사람이 덜덜 떨면서 성화도 겨우 점화할 만큼 약한 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기자 회견을 하면서 이런 의미 있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사람보다도 하나님이 더 강하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제가 이 병에 걸렸습니다.” 본인에겐 아픈 일이지만, 말인 즉 백 번이고 옳은 말입니다. 하나님 앞에 겸손하십시오! “심히 교만한 말을 다시 하지 말 것이며 오만한 말을 너희 입에서 내지 말지어다.”(삼상 2:3)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들은 어떤 시대를 살고 있습니까? 오늘날은 염치가 없는 세상, 무례가 판 치고, 목소리 크고, 밀어붙이기 힘 센 이들이 주목 받고, 정상에 서는 그런 무례함의 시대입니다. 겸손이 사라졌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본래 겸손은 자유 시민의 덕목이 아니었습니다. 로마 시대에, 성경이 쓰여 지던 그 시대에 겸손은 노예들의 덕목이었습니다. 주인을 섬겨야 하는 노예가 겸손해야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면 자유 시민의 덕목은 뭐였을까요? 그건 교만이었습니다.

교만해야 그는 정말 자유 시민이요, 당당한 시민이었습니다. ‘그 사람 겸손해’ 하면 그건 모욕이었습니다. 그 사람을 노예로 대한다는 경멸의 뜻이었습니다. 이러한 사회의식 속에서, 예수님은 겸손을 하나님의 백성의 얼굴로 승화시키셨습니다. 초대 교회는 그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습니다.

“너희 중에 높아지고자 하는 자는 낮아져야 하리라.” “섬김을 받고자 하는 자는 섬겨야 하리라.” “어린아이와 같아야 천국에 가리라.”

예수님과 초대 교회는 노예의 덕목이었던 겸손을 그리스도인, 하나님의 백성들의 최고의 덕목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기독교 잡지 중에 ‘Christian Century’라고 하는 유명한 잡지가 있는데, 거기에 로널드 고에츠 박사가 기고한 논문 중에 이런 제목이 있습니다. “A period of anti-modesty” 즉 ‘반(反) 겸손의 시대’라고 하는 제목입니다. 현대는 겸손이 미덕이 아니고, 자기 긍지, 자기주장, 자기를 들어냄이 미덕이랍니다. 이러한 사상의 뿌리에는 칼 마르크스, 프로이드, 니체가 있답니다. 마르크스의 이론이 뭡니까? 프로이드가 뭘 생각하고 있습니까? 니체의 초인간 철학은 뭘 말하고 있는 것입니까? 하나 같이 겸손은 미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 세상에서는 마르크스의 말이 맞고, 프로이드의 이론이 합리적이고, 니체의 사상이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겸손이 노예의 덕목이었던 그 시절에, 우리 예수님은, 우리 믿음의 선배들은 겸손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습니다. 바보 소리 들어도, 미련하다, 자기 권리 주장도 못한다, 어리석다는 소리를 들어도 겸허함을 자신의 삶의 기본으로 삼았습니다.

그러자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당시에는 정말 어리석고 바보 같았지만, 결국 이 세상을 이긴 이는 겸허한 자들입니다. 겸손이 교만을 이겼습니다.

연세대학교의 창설자 ‘언더우드’ 박사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한국 농촌을 다니며 보리밥과 된장찌개를 우리나라 사람들과 함께 즐겨 먹으며 고락을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어떤 시골 주막에 들려 밥을 먹는데 버릇없는 한 젊은이가 선교사님을 놀려댔습니다. “그것이 밥을 다 먹을 줄 아네?” 그러자 언더우드는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국도 먹을 줄 압니다.” “아니, 그것이 말도 할 줄 아네?” “예, 저는 글도 쓸 줄 압니다.” 겸손하고 온유한 태도에 젊은이는 감화됐고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초기 한국 선교의 1등 공신인 게일(Gale) 박사는 말을 타고 다니면서 전도를 하였습니다. 어떤 마을에 들어가서 전도를 하는데, 이상하게 생긴 그를 보고 한 노인이 물었습니다. “당신 성이 뭐요?” 그러자 게일 박사는 자기 이름을 한자로 표현하면 ‘기일(奇一)’이 된다 싶어, “네, 기(奇)가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노인이 “그럼 본(本)은 어디요?”라고 묻자, 본이 무엇인지 모르는 게일 박사는 그러나 순간적으로 이렇게 겸손하게 대답했답니다.

“서양 사람에게 본이 어디 있나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상놈이지요.” 그러자 노인이 웃으며 그를 가까이 하여 그 집안이 다 예수를 믿게 되었다고 합니다. 겸손은 어디서나 통할 수 있는 권세가 있습니다.

6.

성경에 약속된 교만과 겸손에 관한 말씀을 보시겠습니까?

대하 26:16 “저가 강성하여지매 그 마음이 교만하여 악을 행하여 그 하나님 여호와께 죄를 범하되 곧 여호와의 전에 들어가서 향단에 분향하려 한지라.” 교만해졌다 하면 반드시 뒤 따라오는 것이 악행이었고, 하나님의 진노였습니다.

대하 32:25-26 “히스기야가 마음이 교만하여 그 받은 은혜를 보답지 아니하므로 진노가 저와 유다와 예루살렘에 임하게 되었더니 히스기야가 마음의 교만함을 뉘우치고 예루살렘 거민들도 그와 같이 하였으므로 여호와의 노가 히스기야의 생전에는 저희에게 임하지 아니하니라.”

시 5:5 “오만한 자가 주의 목전에 서지 못하리 이다.”

잠 14:3 “미련한 자는 교만하여 입으로 매를 자청하고 지혜로운 자는 입술로 스스로 보전하느니라.”

잠 16:5 “무릇 마음이 교만한 자를 여호와께서 미워하시나니”

잠 16:18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

렘 13:15 “너희는 들을지어다, 귀를 기울일지어다, 교만하지 말지어다,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느니라.”

벧전 5:5 “젊은 자들아 이와 같이 장로들에게 순복하고 다 서로 겸손으로 허리를 동이라. 하나님이 교만한 자를 대적하시되 겸손한 자들에게는 은혜를 주시느니라.”

욥 22:29 “네가 낮춤을 받거든 높아지리라고 말하라. 하나님은 겸손한 자를 구원하시느니라.”

잠 22:4 “겸손과 여호와를 경외함의 보응은 재물과 영광과 생명이니라.

사 57:15 “지존 무상하며 영원히 거하며 거룩하다 부른 자가 이같이 말씀하시되 내가 높고 거룩한 곳에 거하며 또한 통회하고 마음이 겸손한 자와 함께 거하나니 이는 겸손한 자의 영을 소성케 하며 통회하는 자의 마음을 소성케 하려 함이라”

그리스도인의 성공의 비결이 뭡니까? 믿음의 분량? 맞습니다. 큰 믿음이 있으면 크게, 작은 믿음이면 작게!

그러나 여기엔 변수가 있습니다. 믿음이 작아도, 하나님의 긍휼을 얻으면 그는 크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는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긍휼을 얻을 수 있는 길은 뭡니까? 겸허함입니다. 겸손함입니다. 겸손한 자, 겸허한 자에게 하나님의 긍휼이 임합니다.

오늘 성경 야고보서가 증언합니다. “... 그러므로 일렀으되 하나님이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 하였느니라.”

하나님의 물리치심을 당한다면 얼마나 서러운지 아십니까? 얼마나 두려운지 아십니까? 물리치심을 받지 말고, 주목을 받고, 은총을 받으십시오. 겸손한 이에게 그리 하신다고 성경은 목이 쉬도록 증언합니다.

자꾸 자기가 커 보이십니까? 자꾸 자기가 더 중요한 존재인 것으로 여겨지십니까? 인사하지 않는 김 집사가 눈에 거슬리십니까? 날 보고 웃지 않는 이 집사가 맘에 걸리십니까? 자신에게 사전에 말해주지도, 의논해주지 않는 박 집사가 괘심해 보이십니까?

혹시 교만한 것은 아닙니까? 교만은 스스로 갖는 게 아닙니다. 그건 자연스레 자라나는 것입니다. 풀은 한번 벌초했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그건 그대로 두면 자연스레 또 다시 끊임없이 자랍니다.

제발 교만하지 마십시오. 겸손 하십시오. 하나님 앞에 겸허 하십시오. 하나님의 사자에게 겸손 하십시오. 하나님의 성도들에게 겸허 하십시오. 하나님의 백성이면서 어찌 하나님 앞에 노골적으로 대드는 교만을 보이겠습니까? 그럴 리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성도들을 무시하는 것, 하나님께서 세우신 영적 권위에 도전하는 것, 교회를 자기 안방으로 여기는 것, 신령의 헌신, 봉사, 열정을 세속적으로만 바라보는 것. 그래서 자꾸 자꾸 자기 생각, 자기 의견, 자기감정, 자기주장이 더 중요해 보이고, 자기 존재가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여기는 그런 자세로 나아갈 때, 그는 매우 깊이 교만의 길로 들어선 것입니다.

7.

사랑하는 여러분, 하나님 앞에 겸허 하십시오. 하나님의 은혜를 받고 싶다면, 하나님의 은총을, 하나님의 축복을 받고 싶다면 교만한 심령을 버리십시오. 그리고 겸손 하십시오. 낮아질 때 우리 주님께서 세워주실 것입니다.

신명기 30:19절이 증언하는 바입니다. “내가 오늘 하늘과 땅을 불러 너희에게 증거를 삼노라. 내가 생명과 사망과 복과 저주를 네 앞에 두었은즉 너와 네 자손이 살기 위하여 생명을 택하고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고 그의 말씀을 청종하며 또 그를 의지하라.”

하나님을 의지하며 사는 이, 그의 기본자세, 그의 심령은 언제나 겸허함입니다. 결코 교만함이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의 백성 이 신앙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비중이 너무 커 보이거든, 회개하십시오. 오직 주님만이 커 보이게, 오직 성도들만이 커 보이게 회개하십시오.

생명과 사망, 축복과 저주, 우리 앞에 다 있습니다. 택함은 우리 자신의 몫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하나님의 몫입니다. 여러분의 삶, 여러분의 영원한 신앙을 위해 기도하는 목사로서 권면합니다. 겸허함으로 생명과 축복을 택하십시오. 하나님의 능하신 손아래, 겸손 하십시오. 하나님께서 높여주실 때까지 겸허 하십시오.

오늘 성경이 우리에게 분명히 증언합니다. “하나님이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 하였느니라.” 아멘!

/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