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믿음의 역사는 성령께서 하신다고 믿는 이 중에 하나이다.
유명한 목사가,  똑똑하고 논리적인 박사가
사람을 변화시키고, 성숙시키는 것이 아니다.
신앙의 역사는 철저하게 하나님의 영께서
우리 안에서 감화감동으로 주장하시는 것이다.

젊은 시절,  나의 고민 중에 하나는
누군가에게 세뇌당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
어떤 이를 보면 그가 그렇게 고집불통인 것은
누군가에게, 어떤 사상으로 철저하게 세뇌당하여 ...
그 때 나는 마음 깊이 결심했다.
나는 결코 세뇌당하지도, 시키지도 않으리라고.

그런데 고민거리는 그럼 신앙은 뭔가, 세뇌당하는 것은 아닌가...?
그 후 나의 신앙여정은
늘 이 주제를 염두에 두고 살피는 여정이었다.
세뇌를 당하면 무조건 그것만, 모르면서도
오로지 그것만 해야 맘이 편하고 기분 좋은 것.

그러나 내가 살피고 내린 결론은
참된 신앙은 세뇌당하는 것이 아니다.
신앙은 고민하고 고뇌하며
그리곤 마침내 성숙한 방향으로 결단하는 것.
그것을 돕는 이가 있는데
바로 주의 영, 우리의 힘, 성령이시다.

어떤 목사님들, 그 설교를 들어보면
철저하게 자신이 의도한 대로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
무언가 집요하게 말하고 또 말하며
교인들을 설득하려고 애를 쓰거나 강요한다.
뭔가 고민할 필요 없이
다수의 바람과 다수의 흐름에 따르게끔 유도한다.

그러기에 그런 분들의 설교는
거의 완벽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허술한 설교를 하고프다.
나는 여기저기 틈이 생기는 설교를 하고프다.
내 의도가 논리적으로 흐르는
완벽한 그런 설교보다는 흠이 많은 설교를 하고프다.
그래서 그 흠들마다 성령의 감화감동의 역사가
채우고 메꾸고 이끌어가는 그런 설교를 하고프다.

이른바 나의 설교에서는
성령의 활동 무대를 더 많이 만들어 드리고프다.
나의 어리숙한 설교로
주의 영께서 활동할 장들이 더 많아져
자유자재로, 당신의 뜻대로 역사하시는 그런 설교.
양의섭 목사는 생각도 나지 않는
오로지 하나님의 뜻이 이거로구나 하는 설교.

이런 설교를 하려면 무엇보다 공부 많이 해야 한다.
쉽게 허술하게 하려면 본문을 꿰어야(?) 한다.
기도,  하나님께 무릎 꿇는 시간이
온 힘과 정성과 마음을 다하여 성령의 역사를 청해야 한다.
그리곤, 두렵고 떨리는 맘으로
사람을 바라보지 말고 하나님의 영을 바라보아야 한다.

요즘 설교들은 공부 안한 설교자들이 넘 많다.
기도 안하고 의지 안하는 설교자들이 넘 많다.
그러다보니 설교가 완벽(?)하고 의도적이고 치밀하다.
그러기에 역설적이지만 매우 논리적이고 세뇌적이다.
다른 생각, 고민을 못하게 만드는 무식(?)한 설교이다.
성장과 성숙은 마다하고 주는 대로 받아먹으라는 것뿐이다.

결국 세뇌시킨다.
자율성과 자원하는 영은 사라져간다.
인간적으로 천박한 그러면서도 매우 의도적인
완벽으로 위장된 멋진 설교들이 난무한다.
좀 허술해도 주의 영께서 더욱 자유롭게
멋지게 활동하시며 이끌어가는 설교를 꿈꾸어 본다.

나의 무식한 설교에 나의 의미 없는 ‘가나다라마바사 ...’에
주의 영께서 모두 의미로, 언어로 전달하시기를 기대한다.
나는 허술한 설교를 원한다.
그래서 주의 영께서 완벽하게 역사하시는 설교를 원한다.
세뇌가 아니라 고민과 고뇌를 통한
자원하는 영으로 한층 더 성장 성숙하는 그런 설교를 꿈꾼다.

지금의 나? 어림도 없다.
여전히 요원한 꿈일 뿐이다.
그러나 그 꿈은 결국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질 것이다.
왜? 주의 영께서
나를 이대로 버려두지 않으실 것이기에!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