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추억으로
주기도문 때문에 늘 갈등했던 게 있다.
‘대개’ 때문이다....
먹는 ‘대게’가 아니라 ‘대개’이다.
어떨 때는 이 ‘대개’가 들어 있더니
어느 순간에는 안 하는 거란다.
그러더니 언젠가는 또 하는 거란다.
도대체 뜻도 모르는 ‘대개’ 때문에
헷갈린 추억이 있다.
‘대개’를 하는 교회는 어떤 교회라느니
안 하는 교회는 저떤 교회라느니 ...
지금 생각해 보면 좀 그렇고 그런 거였다.

언젠가는 한 번 고백을 해야겠다고 여기던 것이다.
몇 년 전부터 한국교회는 또다시 이런 유사한 갈등을
교인들에게 선사하였다.
자기 교회 내에서 신앙 생활할 때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연합회에 가면 늘 주기도문 때문에 또 다시 고민한다.
몇 년 전부터 주기도문이 바뀐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고집스럽게 기존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웬 고집....?
나이가 들어 새로 외는 것이 힘들어서 그럴 거라는 추측도 있지만
실은 그게 아니다.

기존의 주기도문 앞부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새로된 주기도문 앞부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차이점이 뭔가?
기존의 것에 ‘아버지의 이름, 아버지의 나라, 아버지의 뜻’이
첨가되었다.
왜 그랬을까?
헬라어 단어에는 모두 성(性)이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이름, 나라, 뜻’이 모두 남성형이다.
그래서 여기에 착안하여 주기도문의 의미를 좀 더 분명히 하려고
남성형의 대표 ‘아버지’ 단어를 넣으며 의역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고민이 여기에 있다.
주기도문은 사도신경과 달리 주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것이다.
사도신경이야 신앙고백 문으로 인간이 만든 거지만
주기도문은 말 그대로 주님의 기도문이다.
우리에게 이렇게 기도하라고 하면서까지 가르쳐 주신 기도문이다.
그런데 주님이 가르쳐 주시지 않은 단어를 굳이 넣어야 하는 이유,
그게 뭘까?

현대 신학에서는 이미 ‘하나님 아버지’에 대해 많은 반감을 갖는다.
해외에서는 하나님은 중성이라고 주장한다.
하나님은 영(靈)이시기에 성이 없는데 왜 ‘아버지’라고 못을 박느냐고 한다.
뉴욕신학대학에서 공부하고 논문을 쓸 때
우리의 익숙한 표현 ‘하나님 아버지’란 표현 때문에 수도 없이 지적을 당한
기억이 있다.
물론 ‘하나님 아버지’란 표현이 더 강렬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러나 주님께서 ‘아버지’란 단어를 쓰시지 않았고,
세계 신학의 흐름에도 맞지 않는 것인데
그걸 굳이 ‘아버지의 이름, 아버지의 나라, 아버지의 뜻’이라고
고쳐가면서까지 기도해야 할 이유가 뭘까?
혹시 그것을 주도한 신학자, 목회자들이 보수적인, 가부장적인 분들은 아닐까?
그런 차원에서 이해 못할 것은
왜 우리나라 여성신학자들이 가만있는가 하는 점이다.

성경에 없는 것을
의미를 돕는다고 덧붙여 고백하는 것은 위험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언젠가 또 다시 ‘대개’가 있다 없다 있다 없다 한 것처럼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는 우리 교회에서는 고집스럽게 기존의 것을 사용한다.
물론 교단의 정책으로 필수적으로 다 사용하라고 한 것이면
교단의 정책을 따라가야 하겠지만
내 기억으론 이건 필수가 아니라 권장사항으로 보여진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이 고백문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긴다.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문으로도 충분히 의미는 다가온다.
교인들을 헷갈리지 않게 하는 것이
신학자, 목회자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신학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성경의 본문이 그걸 말하느냐가 중요하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