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분노는 / 종교보다 깊고 / 불붙는 정열은 / 사랑보다 강하다 / 아- 강남꽃 보다도 더 푸른 / 그 물결위에 / 양귀비 꽃 보다도 더 붉은 /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 높게 흔들리우며 /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 죽음을 입 맞추었네! / (중략) /흐르는 江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 그대의 꽃다운 혼 / 어이 아니 붉으랴 / 아- 강남꽃 보다도 .../ (하략) 

수주 변영로 시인(1989~1959)은 이렇게 진주의 관기였던 논개를 추모하고 있다. 논개(論介)가 누구인가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593년 곡창지대 호남의 관문인 진주성에서 김시민의 항전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 일본군은 저12차 침공을 통해 뜻을 이루게 되자 많은 양민을 학살한 후 촉석루에서 승전 자축연을 즐겼다. 이때 관기인 논개가 적장인 게야무라 로쿠스케를 강변 바위로 유인하여 그를 포옹한 채 남강으로 투신한 애국 여성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그녀의 순국이 국가로부터 인정받기까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역 주민들의 노력에도 유교윤리에 젖어있던 집권계층의 편견과 무관심 및 방해로 인해 120년이 지난 후였다. 왜군을 피하여 의주로 몽진했던 비겁한 임금과 정치인들에겐 부끄러웠을 것이다. 필자는 얼마 전 진주를 방문한 일이 있다. 시가지를 관통하고 있는 남강 가에 자리한 촉석루는 논개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입구 좌편엔 위의 시가 큼지막한 돌판 위에 새겨져 있고 의암으로 불리는 촉석루 바로 밑 바위에서 논개가 일본 장수를 포옹하고 투신한 현장이 잘 보존되어 있다. 그리고 촉석루 뒤편엔 사당이 있다. 영정 앞에 향을 피우는 사람이 여럿 이었다. 논개의 성은 주(朱)씨이고 호남의 양민이었는데 왜군의 학살에 분노하여 기생이 되었고 끝내는 진주까지 와서 장한 최후를 맞게 된 것이다.

어디 °순국한 사람이 논개 뿐이겠는가? 그러나 그의 충정을 인정받는 데는 한 세기가 훌쩍 지나서였디. 오늘날 우라 정치권을 보는듯하여 몹시 마음이 아프다. 적과 대치해있고 그 적이 우리의 동포라는 데서 종북하거나 친북하려는 세력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들까지도 입국하여 북한을 찬양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시원한 체벌을 가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은 날마다 언어폭력을 일삼고 있다.

서해해전만 해도 그렇다. 북의 공격에 맞서 산화한 우리의 군인이 어떠한 대접을 받아왔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세월호의 보상보다 적어서야 어찌 나라를 위하여 피를 흘린단 말인가. 논개가 그리워지는 시대이다. 그 장렬한 순국에 침묵했던 선조임금을 비롯한 조선조의 정객들의 어리석음을 본받아서야’되겠는가?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홍익교회 장로, 전서울노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