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마음보다는 두려운 마음이 더 컸습니다. 너무 오래 떠나 있어서 그랬는지 이 기후, 이 환경에 다시 적응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차올랐습니다. 5년 전이야 모르고 들어갔지만 알만큼 알고 다시 들어가는 마음은 또 달랐습니다. 첫째와 둘째를 치앙마이에 두고 막내만 데리고 다카성읍에 입성했습니다. 새로 생긴 건물들과 도로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알 수 없는 어떤 불변성에 압도됩니다. 백년이 지나도 변할 것 같지 않은 사람들...그 익숙한 여전함이 저희를 사정없이 반겨줍니다.

두터운 먼지 속 쌓여있던 박스를 풀고, 클리닉에 나가 환자를 다시 보기 시작하고, 현지 ㅈㅇ학교 아이들과 다시 뒹굴기 시작했습니다. 뒷켠에 놓아두었던 이곳 기억 하나하나 꺼내어 업데이트 합니다. 방글라 말 적지 않은 부분이 바람에 겨 날리듯 사라져 버렸습니다. 정신 수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ㅈ님 주신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많은 일을 하기 보단 그 분이 내 속에 말씀하시는 그 일을 매일매일 해 나가기를 원합니다.

막내 보리는 고향을 찾아온 듯 설레는 낯빛을 감추질 못합니다. 한국을 떠난 아쉬움은 아쉽게도 전혀 없어 보입니다. 다만 한 달 가까이 늦어진 수업과 일 년 넘게 묵혀둔 언어로 인해 따라가느라 애를 먹고 있습니다. 곧 언니들과 같이 상급 학교에 진학해야 할 텐데... 국어, 영어, 방글라 중 어느 하나 제대로 못하는 어중이 떠중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늘이와 나라는 호스텔(기숙사)에 오니 집처럼 편안하다고 합니다. 좋은 돔부모를 만나 행복한 중고등학교시적을 보내 참 감사합니다. ‘무섭다’ ‘무섭다’ 하면서도 웃으면서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한 나라...본격적인 입시준비에 분주해 하면서도 즐겁게 학년을 시작하는 하늘이....저희 가정에 복된 선물임을 새삼 느낍니다.

아직 비자가 나오지 않아 공항에서 받은 30일 비자를 연장해 가며 살고 있지만 그렇게 걱정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몇 달째 계속되고 있는 이 지리한 프로젝트 승인기간이 끝을 봐서 소속된 엔지오가 안정되게 이 땅에서 일하는 시간이 왔으면 합니다.

올해는 특히 많은 단기일꾼들(1개월~1년)이 오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비자상황이 어려워 이 땅에 사람을 심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저희 부부도 아직 경험이 없어 지혜와 힘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이 어려워도 이 일꾼들이 이 땅에 계신 ㅎㄴ님을 만나고 또 이 척박한 땅에서 소망의 나무를 키워갈 것을 기대해 봅니다.

몇 주 비가 와서 시원축축 했는데 요즘 해가 나기 시작하더니 천지에 가득한 물방울이 팔뚝에 송글송글 내려앉아 뚝뚝 듣습니다. 한국은 홍역같은 더위를 치루고 가을로 치닫고 있겠지요...참 좋은 계절, 몸도 마음도 풍성해 지시길 소원합니다....

2015년 가을어귀에서 아름다운하늘나라보리드림

<아룀 제목>

1. (사역) 벵국에 들어가기 전 태국에서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되어 감사. 다시 시작된 벵국 생활에 재적응에 성공해서 ㅈ님께서 저희들에게 뜻하신 것들만 이루어 내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2. (사역) 아름이가 클리닉에서 일들을 다시 잘 찾아가고 재정립할 수 있도록. 다운이가 청소년 매일 ㅅㄱ을 번역하고자 하는데 인도함을 잘 받아서 꼭 필요한 ㅅ역이면 그렇게 인도함 받기를.‘바’현지ㄱㅎ에서 어느 자리에서 어떤 역할로 섬겨야 하는지 잘 깨달도록. 앞으로 오게 될 단기 일꾼과 저희가 잘 준비되어 지도록.

3. (가족) 중풍으로 쓰러지신 아름이의 아버님의 왼손이 지속적으로 회복되어 도움 없이 혼자 생활을 하실 만큼 좋아지시도록. 허리가 불편하신 어머님이 아버님으로 인한 충격과 스트레스를 주님 안에서 잘 이겨내셔서 두 분의 삶 가운데 간섭과 은혜가 임하도록. 다운이의 부모님의 건강을 지켜주시고 특히 아버님이 하나님을 만나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4. (가족)보리의 정서적 어려움과 엉켜버린 사춘기를 잘 이겨내기를 그리고 또 옆에서 돕는 엄마 아빠에게 힘과 사랑과 인내를 주시기를.

5. (감사)새롭게 벵국에서 시작하는 새 학기가 보리(6학년)에게 기쁨이 되어 감사. 뒤쳐진 학업을 잘 따라 나가도록. 진로를 결정하며 나아가야 하는 하늘이(11학년)가 구체적인 인도함을 받으며,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나라(9학년)가 학교생활을 즐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