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1년째이다.
매해 추석합동추도예배로
이 길을 올라간 것이.
그런데
이 길을 올라갈 때마다
궁금한 것은
동산 입구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벗겨진 밤톨들.
어떤 부지런한 이가 벌써 ...

가파른 길을 숨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올라간다.
몸도 몸이지만 태어날 때부터
폐활량이 부족하여
숨찬 일을 하는 게 벅차다.
다행이 이젠 지팡이를 잡아도
될 만한 나이가 되어
지팡이를 짚으며 천천히 올라간다.
그러다보면 갑자기 신천지(?) 같은
탁 트인 공간에 여기저기 봉분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반가운 분들,
묘석에 새겨진 이름만 읽어도
그 분이 내 눈앞에 나타난다.
‘목사님, 올라오시느라 고생했습니다.
올 해는 얼굴이 많이 편안해 보이네요.
....’
그리운 분들 ....
그토록 정겨운 분들의 손을 잡고 올라간다.

저어기 그리운 이들의 안식의 뜰,
나는 그곳에서 마침내 그 분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불러본다.
그러면 그 분들의 열매인 그 후손들이
그 분들을 대신하여 대답을 한다.
‘내가 여기 자아알 있습니다~~~!’
애구 보고픈 이들...
그런데 대답이 없는 분들의 이름,
허공에 메아리친다.
그러면서 주변에 버려진 채 흉한 봉분으로
거의 파헤쳐지다시피 한 봉분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묘소는 후손이 돌보는 것이고,
그 후손은 부모의 믿음의 영역, 유산까지 돌보는 거지.

이러저러한 중얼거림을 혼자 하면서
2015년 합동추도예배를 마치고 내려왔다.

아, 그래 동산관리부장 정진철 장로님,
얼마나 고생을 하셨는지
게다가 떡까지 자신이 준비하여 모든 분들을 섬겼다.
그리고 오광수 집사님이 함께 고생했다지?
말없이 섬기는 귀한 분들,
그 후손에게 믿음의 축복이 갑절로 있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