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는 10월 20∼26일 금강산에서 남북 각각 100명씩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형언하기 힘든 이산가족의 아픔과 고통을 생각하면 상봉행사가 재개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정부에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가족은 총 6만 6000여 명에 이릅니다. 그런데 남한에서 살고 있는 전체 실향민 가족은 800만명 정도이며, 직접 월남한 1세대 실향민은 100만명 정도라고 합니다. 상봉을 희망하는 가족관계는 남북 이산가족 모두 부부·부자, 형제·자매, 3촌 이상 순으로 많다고 합니다.

남한 내 이산가족을 만나게 해주려는 노력은 1973년 10월 라디오방송에서 시작됐고, 10여년간 342가족이 재회했습니다. 1983년 6월 30일 시작된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출연신청이 쇄도하면서 11월 14일까지 138일간 계속됐다. “엄마….” 이 한마디와 함께 솟구친 눈물은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온 나라를 적셨다. 그해 한반도는 이산가족 상봉의 열기와 재회의 기쁨, 간절한 기다림, 안타까움으로 가득했습니다. 이산가족 사연 5만3536건이 방송에 소개됐고, 이 가운데 1만189건이 상봉의 감격으로 이어졌습니다.

남북에 흩어져 살던 이산가족 상봉은 1985년에 첫 만남이 성사되었습니다. 본격적인 상봉은 2000년에 시작돼 지금까지 총 19차례의 대면상봉과 7차례의 화상상봉으로 2만6000여명이 재회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이번에 합의한 남북 각 100명씩의 상봉 규모로는 모든 이산가족의 간절한 소망을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우리 측의 끈질긴 요구에도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의 반대급부를 바라고 있는 것인지 너무나 소극적입니다. 무엇보다 상봉 규모를 확대하는 것과 정례화는 물론 수시상봉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더불어 이산가족의 생사확인 및 서신교환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이산상봉은 사실 ‘이별을 위한 만남’입니다. 상봉 후 다시 만나거나 재결합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신청후 만나기가 마치 로또식인 데다 만나봤자 금방 헤어집니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최종 목표는 재결합이어야 합니다.

북한은 오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와 핵실험 가능성을 잇달아 시사해 이산가족 상봉 성사 여부가 우려됩니다. 이럴 경우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상봉 행사가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부부가, 부모와 자녀가, 형제가 헤어져 산다는 것은 너무나 큰 고통입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가족이 얼굴을 보며 만날 수 있고, 또 함께 산다는 것은 얼마나 큰 복인지 모릅니다. 이번 추석에는 가족이 함께 하는 기쁨이 가득했으면 합니다. 아무리 갈등이 있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도 함께 얼굴을 보며 살 수 있다는 것이 헤아릴 수 없는 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마른 떡 한 조각만 있고도
화목하는 것이
제육이 집에 가득하고도
다투는 것보다 나으니라(잠17:1)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