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지만, '개똥쑥'은 중국의 학자에게 노벨의학상을 안겼습니다. 이 개똥쑥이 지구촌 말라리아 퇴치에 크게 공헌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지난 10월 5일에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는 올해 노벨의학상 수상자로 중국중의과학원 종신연구원 투유유를 지명했습니다. 투유유는 중국에서 최고 과학자에게 주는 원사(院士)나 박사학위, 유학 경험이 없는 ‘삼무(三無) 과학자’였습니다. 투유유 교수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약초인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제 성분을 찾아내어 말라리아 퇴치에 크게 기여한 점이 이번 수상의 결정적 요인이 됐습니다. 투유유 교수는 1600년전 중국 고대 의학서를 연구한 끝에 개똥쑥에서 뽑아낸 성분인 '아르테미시닌'으로 말라리아 특효약인 '칭하오쑤'(靑蒿素)를 개발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연인원 10억명이 아르테미시닌을 투약받았고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으며, 생명을 건진 대부분의 환자는 어린이들이라고 합니다.

개똥쑥은 사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약초입니다. 초롱꽃 목국화과의 쌍떡잎식물 한해살이 풀로 지리산 일대에 많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손으로 뜯어 비벼보면 개똥 냄새가 난다 해서 이름 붙었습니다. 지역에 따라선 향이 난다 해서 '계피쑥'으로, 북한에선 잎이 자잘하게 갈라진다 해서 '잔잎쑥'으로도 불립니다. 일본과 중국, 아무르와 몽고, 시베리아와 인도, 유럽과 북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으로 분포해있습니다.

앞서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은 지난 2012년 '암저널'에 실은 논문을 통해 "개똥쑥이 암세포를 죽이는 능력은 기존 약품보다 1200배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개똥쑥에서 뽑아낸 아르테미시닌이 암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데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다는 연구였습니다. 개똥쑥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 성분 역시 면역력 강화나 피로 회복 등에 큰 효과를 갖고 있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약재로 지정돼있습니다. 실제로 개똥쑥은 위벽 보호 기능과 간 해독 기능, 또 풍부한 섬유질로 변비와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고 생리통 치료에도 효능이 있어 한방에서 널리 쓰여왔습니다.

길 가에 흔히 피는 개똥쑥이 탁월한 항암제와 말라리아 치료제로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우리 주변의 작고 사소한 것들이 보기에 따라서는 놀라운 효과와 능력을 나타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따뜻한 말 한 마디, 칭찬의 말 한 마디가 그렇습니다. 마음을 담은 작은 음료수 한 병이 그렇습니다. 정성을 담은 작은 초대장이 그렇습니다. 자꾸만 생각나게 하는 환한 미소가 그렇습니다. 작은 것도 소중히 여겨 큰 효과를 톡톡히 보는 지혜로운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또 작은 생선 두어 마리가 있는지라
이에 축복하시고 명하사
이것도 나누어 주게 하시니
배불리 먹고 남은 조각
일곱 광주리를 거두었으며
사람은 약 사천 명이었더라
(막8:7-9)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