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에 교회당을 짓기 직전 우리는 앞으로 맞이할 새로운 목회 환경, 낯 선 아파트 문화에 대해 '어떻게 전도를 해야 하는가?' 주제를 놓고 세미나 겸 전도훈련을 한 적이 있다. 강사로 오신 분이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치는데 가만 들어보니 이건 좀 거시기 하다.

문을 안 열어줄 때는 어떻게 하라. 문이 조금 열렸을 때는 한쪽 발부터 문 안으로 집어넣고 대화하라.  적어도 3사람이 한 조를 이루어 방문을 하고 각자의 역할 분담이 이렇고 저렇고 ... 한 참 듣고 있다 보니 이건 정말이지 딴 세상 이야기였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거야 말로 외판원, 세일즈 맨 수준이다. 복음을 이렇게까지 해서 전해야 하나 하는 서글픔이 스며들었다. 그 강사는 아파트 전도 전문 강사라고 자신을 내세우며 계속해서 이런 훈련을 해야 교회 성장의 기회를 잡는다고 내게 계속 자기를 초청해 줄 것을 은근히 압박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스타일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런 스타일을 사양한 이유는 어느 글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사람이 아파트로 이사를 왔는데 어떤 이웃이 그날 저녁, 밥을 해 갖고 방문하였다. 이사 온 첫날이라 가스도 연결이 안 되어 밥도 못 했을텐데 하면서 손수 밥을 지어온 것이다. 얼마나 감사하고 감격스러운지...

이튿날 그 분이 다시 방문하여 동회랑, 주변 학교, 은행 등등 필요한 관공서에 같이 동행해 주며 세심하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얼마나 친절한 분인지 ... 이사 와서 이렇게 친절하고도 좋은 분을 만난 게 행운이었다. 이 분은 그 뒤에도 종종 간식을 들고 찾아와 안부를 묻곤 했다. 그래서 진심으로 그 분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 어느 날인가 그 분이 자기가 교회를 나가는데 함께 한 번 가보자고 한다. 거절하기 어려워서 몇 번을 따라 나갔다. 나가보니 거기에도 이 분 못지않은 좋은 이들이 수두록 하였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싶어 몇 주를 따라 다녔다. 어느 날, 예배가 마쳤음에도 그 분이 회의를 해야 한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해서 예배당 로비에서 기다리다가 무료한 차에 탁자에 놓여 있는 어느 인쇄물을 보게 되었다.

제목이 ‘전도 전략’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그 내용을 읽으며 이 분은 충격을 받았다. 그 전략 내용에 의하면 자신은 낚인 거였고, 저 분들이 자신에게 그토록 친절하게 대해 준 것은 처음부터 다 목적이 있어서 그런 거 였다.  좋은 분들이라고 여겼는데 갑자기 그들이 무섭고 음흉한 이들이란 느낌이 확 들었다.

그래서 그 뒤로 교회 발길을 끊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라도 전도를 해야 하나.... 전도를 할 수 없는 통제사회, 독재 사회, 타종교사회라면 모르겠는데 이렇게 자유롭고, 인권이 존중되고, 언론의 자유가 있는 사회에서
과연 이런 식으로까지 전도를 해야 하는가? 전도가 과연 전략으로 이루어지는 것인가?

그래 그런 식으로라도 밀어붙이면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 그러나 한국 교회 전체적으로 볼 때 부정적인 영향이 훨 더 크다. 전도를 전략으로 하던 시대는 지났다. 전도는 진실함으로, 인격으로, 삶으로 하는 것이다.
사회에서 칭찬받지 못하면 전도하지 마라.

이런 기막힌 소리를 들었다. 우리 동네에 새로 건축된 교회로 대형교회 둘, 우리 같은 사이즈 셋. 그렇게 다섯이 있다. 모두 오래된 동네 교회들이다. 그런데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대형교회들이 가가호호 전도를 해야겠는데 아파트 출입구 비밀번호를 몰라 난감하였다.

그러자 누군가가 기발한 전략이라고 가르쳐 줬는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에게 출입구 비밀 번호를 알려주면 먹을 걸 줬단다. 그러다 문제가 생기자 왕십리중앙 교회에 다닌다고 했다나....내 원 참, 우리 교회는 가가호호가 뭔가, 깔깔호호 그저 새 예배당, 좋은 목회 환경을 즐거워 하다가 그런 거 할 기회 다 놓쳤는데...

내가 제일 못하는 게 노방전도요, 가가호호 방문전도인데 우리 교회가 그랬다고? 어이구... 참 못된 이들이다.
자기들이 해 놓고는 안 좋은 여론이 생기자 작은 교회로 책임을 미루는 큰 교회의 횡포 .... 하기사 오래 전에 중국 여행 갔을 때,  어떤 조선족 가이드가 간단한 중국어를 가르쳐주다가 그런다.  ‘중국에서 실수를 하거나 잘못 했을 때는 뭐라고 하는 지 아시죠?’ 뭐라고 하는 데요? ‘스미마셍....’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