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 토요일 오전,
교회에 가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길을 헤매는 듯하다.
물었더니 딸네를 찾아 전라도에서 올라왔는데
주소만 있지 어딘지 찾을 수가 없단다.
그래서 주소를 봤더니 봉천 2동이었다.
신촌에서 봉천 2동을 설명하려했더니 도무지 설명이 안 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아주머니랑 버스를 타고 봉천동을 찾아갔다.
봉천동이 그렇게 골목 골목으로 주소가 엉망인지 몰랐다.
반나절을 고생해서 결국 집을 찾아주고
그냥 훌쩍 가기 뭐해서 빨리 교회 가야 한다고 했더니
그 아주머니가 그런다.
“교회 다니는 청년이었군요? 내 그럴 줄 알았어요.”

내가 그렇게 한 이유는,
내가 맘이 착해서, 정이 많아서, 여려서 그런 거 아니다.
그 순간,
누가복음 10장에 있는 강도 만난 사람,
그를 지나쳐간 레위인, 제사장들이 생각났고,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그랬던 것뿐이다.
우리네 삶을 움직이는 것, 예수 밖에 없다.
나는 예수님 말씀 때문에,
예수님 사랑 때문에, 예수님의 감동 때문에 나는 움직인다.
꿈쩍도 안 하는 나인데
예수님께서 가라 하시면 가고 서라 하면 서고,
웃으라 하면 웃고 울라 하면 웃는다.
주라 하시면 주고, 나누라 하면 나눈다.
그래서 나는 예수쟁이이다.
무늬만 예수가 아니라
속까지 예수가 되기를 바라는 예수쟁이이다.
짝퉁이 많은 이 세상에서 말이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