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아 10:12-13) 

1.

사순절입니다. 사순절은 엄밀히 말해 성경에 근거한 절기는 아닙니다. 성경이 가르친 절기도 아닙니다. 성경적 권위를 갖는 엄격한 절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성도들의 신앙생활 과정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십자가를 앞에 두고,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16:24)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에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다 부활절을 앞두고 40일 동안 십자가를 지는 경건의 훈련을 하자 해서 생긴 절기입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세례 예비자들의 교육과 입교 훈련이 있고, 기존의 성도들은 금식과 기도로 경건 훈련에 임하였습니다. 세상 오락을 삼가고, 예수님을 닮아가기 위해 늘 예수님을 묵상하는 그런 시간으로 활용하였습니다. 즉, 사순절은 그리스도인들에겐 십자가에 더욱 바싹 다가가는 그런 절기입니다.

2.

오늘, 사순절 첫 주일, 우리 왕중 식구들에게 하나님께서 선지자 호세아를 통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자기를 위하여 공의를 심고 인애를 거두라. 너희 묵은 땅을 기경하라. 지금이 곧 여호와를 찾을 때니 마침내 여호와께서 오사 공의를 비처럼 너희에게 내리시리라.” 공의를 심고, 인애를 거두랍니다. 그리곤 묵은 땅을 기경하라십니다.

공의, 인애는 알겠는데 묵은 땅이 뭔가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온갖 잡초와 돌들로 인하여 그 상태로는 도저히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쓸모없는 땅을 말합니다. 그러려니 하고 버려둔 땅입니다. 오랫동안 손대지 않은 땅입니다. 그 땅이 어디 가나 하여 방치한 땅입니다. 씨를 뿌릴 수 없는 그런 땅입니다.

어쩌면 그 땅은 본래 좋은 땅이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냥 내버려두었습니다. 맘만 먹으면, 뭐든 뿌리기만 하면 언제라도 풍성하게 거둘 수 있다고 내버려둔 그런 땅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묵은 땅입니다. 씨가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씨도 안 먹힙니다.

“너희 묵은 땅을 기경하라.” 우리에겐 뒤집어엎어야 하는 마음이, 영이 있다는 뜻입니다. 웬만해선 하나님의 말씀이 파고들 수 없는, 자리 잡을 수 없는, 늘 길가에 떨어지고 마는 그런 굳어버린 묵은 땅, 묵은 마음, 묵은 영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묵은 땅은 왜 생겼을까요?

3.

묵은 땅을 기경하라 하면서 이어지는 말씀, “지금이 곧 여호와를 찾을 때니” 합니다. 그러니까 묵은 땅은 하나님을 찾지 않아서 생긴 것입니다.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고 잠3:6절이 일러주는데도, 범사에, 모든 일, 모든 경우에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하나님의 지도가 없습니다. 그러니 점점 하나님과의 관계가 소원해집니다. 일부러 하나님을 배반하고 죄악을 저지르고, 대죄를 지은 것은 아닌데 그러려니 하고 그냥 살다보니 그냥 그렇게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너는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신6:5)하셨기에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해야 했는데, 그냥 그러려니 하였습니다. 대충 사랑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을 향한 마음에 굳은 땅이 생겨버렸습니다.

기도하라고 하는데도, ‘뭘 이런 걸 갖고 다 기도하나...’하며 하나님을 찾지 않았습니다. 일을 시작하며 예배드리고 하라는 데도 ‘뭘 이런 걸 위해 다 예배드리나’하고 하나님을 찾지 않았습니다. ‘이런 거야 내 노력하기 나름이지 .... 내가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얻는 거지 뭐, 그 크신 하나님께서 이런 것 까지 다 챙기실까...’하며 하나님을 찾지 않았습니다. 그러기에 그의 신앙의 대지엔 풀이 너무 많이 자랐습니다.

길이란 자주 다녀야 생기는 법인데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하나님을 찾지 않아 믿음의 길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한 때 은혜 받고 생겼던 소로(小路), 그 작은 길은 다니지 않아서 아예 없어져 버렸습니다. 기도도 안 하고, 예배도 소홀히 하고, 전도와 봉사는 생각도 못하고, ... 그러면서도 자신은 하나님의 자녀라고,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생각하면 뭐 하나, 거기엔 이미 하나님과 구체적으로 대화가 없고, 영적 교제가 없어 길이 사라져 버렸는데. 모처럼 기도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봉사 한번 하려면 뭐 그리 핑계거리가 자꾸 생기는지 늘 마음으로 끝납니다. 성경 한 장 읽으려면 웬 잡생각이 그리 많이 떠오르는지...

이미 그 신앙의 대지엔 잡초가 무성합니다. 왜? 하나님께 실제로 달려간 적도 없고, 하나님께서도 찾아주신 적도 없습니다. 그저 생각만으로, 멀찍이서 눈치로만 교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잡초로 우거진 묵은 땅에는 길이 없습니다. 하나님과 나 사이에 길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저 멀리 하나님이 보입니다. 여기 있는 나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이 보입니다. 그런데? 길이 없습니다. 그저 생각뿐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신앙의 묵은 땅은 이렇게 생각만으로 생활하는 이입니다. 실제적으로 교제가 없습니다. 하나님을 찾지 않습니다. 무슨 이런 것으로 수고를 다 끼치는가 하며 예의는 바른데, 하나님과 사이에 정이 없습니다. 사랑이 없습니다.

4.

여러분, 이번 사순절엔 이런 묵은 땅을 기경하십시오. 갈아엎으십시오. 그러려니 하는 생각을 버리십시오. 관념적으로, 추상적으로만 생각하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버리십시오. 그건 없느니만 못한 자세입니다. 차라리 하나님을 모른다면 공부하면 되는데, 어렴풋이 안다는 것 때문에 살아계신 하나님을 체험하지 못하고, 그 분과 교제하지 못하고 그저 ‘믿어’ 하는 정도로 자기 영적 삶을 겨우겨우 이어갑니다.

이런 묵은 땅은 갈아엎으십시오. 차라리 ‘나는 초신자입니다’ 하고, ‘나는 불신자나 다름없습니다, 주여 나를 도와주옵소서’ 하고 두 손을 드십시오. 그러면 하나님께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입니다. 그 분과 인격적 놀라운 교제가 시작될 것입니다. 기도의 골방으로 들어가십시오. 무릎을 꿇으십시오. 새벽의 제단으로 나아가십시오, 묵상하고 명상하십시오. 구체적 섬김의 현장으로 나아가십시오. 주님께서 손을 잡아 주시고 새 은혜가 넘치게 될 것입니다!

묵은 땅은 저절로 기경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자기가 수고해야 합니다. 자기가 자기 마음을 갈아엎어야 합니다. 남 탓하지 마십시오. 자기가 자기 마음을 잡아야 하고, 자기가 뒤집어야 합니다. 세월이 흘러가면 해결이 된다? 천만에요! 세월은 내 마음을, 내 믿음의 대지를 더 굳게 할 뿐입니다.

그러기에 여러분, 우리는 우리 스스로 하나님을 찾아야 합니다.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족속에게 이와 같이 말씀하시기를 너희는 나를 찾으라. 그리하면 살리라.”(암5:4) 하나님을 찾으면 삽니다! 자기 마음을 뒤집어 놓고, 회개하며 부지런히 하나님을 찾으십시오! 회개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하나님의 말씀을, 하나님의 공의를 구하십시오!

그동안 우리는 13절 말씀처럼, “악을 밭 갈아 죄를 거두고 거짓 열매를 먹었다.” 왜? “이는 네 길과 네 용사의 많음을 의뢰하였음이니라.” 자기의 길, 잘 나가는 자기 길을 의지했습니다. 자기 머리를 의지했습니다. ‘용사의 많음’, 즉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의뢰했습니다. 그 모든 것을 세우시고, 허무시는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그분께 의뢰하지 않고 자기 잘난 것, 자기 가진 것만 의지하고 기대어 살아왔습니다. 그러기에 하나님을 알면서도 하나님을 찾지 않았습니다. 진심어린 기도도 없었습니다.

자기 편한대로, 자기 생각대로, 자기 스타일대로, 자기 취향대로 그렇게 막연한 신앙생활을 해왔습니다. 알맹이 없는 껍데기 신앙생활을 해 왔습니다. 능력도 없이 그저 형식만 있는 그런 맹맹한 신앙생활을 해왔습니다.

5.

사순절입니다. 오늘부터 자기 마음을 뒤집읍시다. 자기의 묵은 마음을 기경합시다. 하나님의 정의를, 하나님의 도우심을 세밀하고도 세세한 나의 삶의 영역에서 구합시다.

묵은 땅을 기경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씨를 뿌려도 소용없습니다. 아니 묵은 땅을 기경하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더 이상 좋은 씨, 축복의 씨를 뿌려주시지도 않습니다. 하나님 앞에 회개하며, 자신의 영적 나태함, 무심함을 갈아 엎어버리십시오.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고 섬기십시오. 자신을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 판에 새깁시다.

하나님과 명목상으로만, 관념적으로만 막연히 교제하는 게 아니라 살아계신 하나님과 구체적으로 매일 매일 인격적인 교제를 하십시오.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고, 경건의 훈련을 하십시오. 막연히 예수 믿는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의 심장으로 사는 참 예수 믿는 이가 됩시다. 막연히, 그러려니 하는 자세를 갈아엎고, 새 마음과 새 영으로 우리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그리하면 여러분과 하나님 사이에는 잡초가 우거진 묵은 땅이 아닌, 눈물 골짜기를 기막힌 샘으로 만드는 축복의 시온의 대로가 생길 것입니다. 꼭 그리 되기를 !!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