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역사의 야사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하나.

마카리우스란 사람이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주님은 힘겹게 힘겹게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것이었다.
마카리우스는 얼른 달려가 주님의 십자가를
마치 구레네 시몬처럼 자신이 대신 지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나 주님은 대답도 없이 그냥 걸어가셨다.

마음이 아픈 마카리우스는 다시 주님께 달려가 간청했다.
“주님, 제발 저에게 십자가를 넘기십시오. 제가 대신 지겠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주님은 모른 체 하시며 묵묵히 걷기만 하셨다.

마키리우스는 가슴이 아프고 당혹스러웠지만,
그래도 끈기 있게 주님 곁에 따라붙으며 십자가를 넘겨달라고 다시 애원했다.

그러자 주님께서 십자가를 양 어깨에 둘러맨 채 발걸음을 멈추시더니
마카리우스에게 몸을 돌리셨다.
그리곤 마카리우스가 예수님을 처음 목격했던 자리를 손으로 가리키시며
다정하게 말씀하셨다.

“아들아, 이것은 내 십자가란다.
네가 조금 전에 내려놓은 네 십자가는 저기 있지 않니?
내 십자가를 져주려고 하기 전에 내려놓은 네 십자가부터 지려무나.”

놀란 마카리우스는 얼른 그 내려놓은 자기 십자가를 걸머지고
주님이 기다리시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그런데 와보니 놀랍게도 주님의 어깨에 걸려있던 십자가가 없어졌다.
“주님, 주님의 십자가는 어디로 간 것입니까?”
주님이 빙긋이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아들아, 네 사랑으로 네 십자가를 질 때는 내 십자가를 지는 것이나 다름없단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