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28:1-10)

1.

난 대학 시절에 합창단 활동을 하였습니다. 많은 연주회가 있었는데, 연주회가 있을 때마다 열심히 준비하였습니다. 더욱이 합창단 학생 대표가 되어 연주회를 준비할 때의 긴장감과 열심은 다른 때 보다 더하곤 했습니다. 이러한 나를 보고 집에선 ‘네 전공이 철학이냐 합창이냐?’ 하며 야단을 치시곤 했었습니다. 이런 정도로 연주회를 준비하고, 실제로 연주회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앞에서 훌륭하게 연주회를 마쳤을 때, 기분이 어떠했을까요? 매우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연주회를 그렇게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면, 집으로 돌아갈 때 가장 허전했습니다. 그토록 허전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연주회가 있는 날에는 언제나 집에 갈 때 터벅터벅 걸어가곤 했습니다. 그 허전함을 그대로 안고 집에 들어가기가 싫었습니다.

부활절이 지난 주일이었습니다. 그 부활절을 앞두고 사순절을 보냈고, 수난주간 새벽마다 주의 전에 찾아 나와 기도를 올렸습니다. 때론 금식도 하고, 금욕도 하고, 성찬예배 때는 주님을 못 박은 굵은 못을 잡아보고 가시 면류관을 느껴보고 피 같은 물에 손을 담가보고, 그리곤 성찬을 받으며, 십자가를 목에 걸고 울기도 했고 은혜도 엄청 받았습니다. 부활을 기다리며 말입니다.

그런데 그 부활절이 지난 주일이었습니다. 우리가 기대한 대로 예수님은 부활하셨고, 우리에게 기쁨을 주셨습니다. 그러면 이제 할 일은 다 끝난 것인가요? 예수 부활 했으니 그러니 어떻다는 건가요? So what?

2.

지난 부활주일 설교 본문을 기억하십니까? 오늘 본문 바로 앞부분입니다.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이 생전에 부활할 거란 말을 기억하고 예수님이 부활 못하도록 무덤 문을 완벽하게 막아버렸고, 행여나 제자들이 예수님의 시신을 훔쳐갈까봐 총독 빌라도에게 부탁하여 로마 군인으로 무덤을 지키게 하였습니다. 그리곤 오늘 본문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도, 총독이 예수님의 무덤을 법으로 봉해버리고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음에도 그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가는 여인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바보 같은 사람들이 어디 있습니까? 로마 총독이 법으로 금했는데, 이미 무덤 문이 봉해졌고, 로마 군인들이 지키는 상황인데, 뭘 어떻게 해 보겠다고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거길 찾아갔습니까? 이해할 수 없는 바보들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믿음의 열정은, 주님을 사모하는 열정은 바보 소리를 들으면서도 자기의 마음을, 자기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기적이라는 하나님의 역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계산적으로, 머리에서 돌아가고 이해되는 정도로만 예수 믿으면 그저 상식적인 선에서 여러분에게 은혜가 임합니다. 그러나 조금 무식해도, 바보 소리 들으면서도 예수님에 대한 열정을 갖고 믿음 생활을 하면 상식을 뛰어넘는 놀라운 축복을 맛보게 됩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그러셨습니다. ‘네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

평생 예수 믿는데, 상식선에서만 믿어 상식선에서만 은혜를 받고 가는 이들이 있고, 열정으로 믿어 하나님의 영광, 기적같은 은혜를 맛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런 성도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 가운데,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상황에서도 여인들은 예수님을 그리워하며 그 무덤으로 향하여 갔습니다. 그리곤 그곳에서 여인들은 예수님의 빈 무덤을 발견하였고, 그곳에서 천사를 만나 부활절 메시지를 받습니다.

“그가 여기 계시지 않고 그가 말씀하시던 대로 살아나셨느니라. ...... 빨리 가서 그의 제자들에게 이르되 그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셨고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시나니 거기서 너희가 뵈오리라 하라”

천사의 부활절 메시지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예수님은 평상시 말씀하시던 대로 살아나셨다는 축복의 부활 소식, 그리고 그 다음, “너희 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시나니 거기서 너희가 뵈오리라 하라”

예수님께서 죽음의 권세를 이기시고 다시 사셨습니다. 부활하셨습니다. 할렐루야! 그러면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부활의 아침, 부활의 축복을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드디어 주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그토록 사모하던 일이 실제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면 다 끝난 것인가요? 그래서 뭔가 허탈한 심정으로 내년 부활절을 다시 기다리며 살아야 하는가요? 부활절을 이렇게 절기로만 여기고, 보내는 이들의 심정은 이럴 것입니다.

그런데 부활절의 매우 중요한 메시지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두 가지입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사셨다!’는 것과 ‘그 부활하신 예수님은 이미 갈릴리로 가셨고, 그곳에서야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반쪽 메시지 ‘예수님께서 다시 사셨다’는 소식만 들은 이들은 어쩌면 지금쯤 허탈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이 두 번째 메시지, ‘예수님께서 지금 갈릴리에 계시다’는 메시지에 접해야 합니다. 천사도 그랬고, 부활하신 예수님도 그러셨습니다. “갈릴리로 가라. 그곳에서 나를 만날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에게 남아 있는 과제는 갈릴리로 가야하는 것입니다.

3.

그러면 왜 주님은 갈릴리로 가셨을까요? 내가 예수님이라면 부활하여서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 갈보리 언덕, 골고다 언덕이었을 것입니다. 당신이 자랑스럽게 사탄의 유혹을 물리치고 기꺼이 온 인류를 위해 죽으셨던 곳, 정말이지 죽기까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여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룬 그 골고다 언덕, 그 처형당한 언덕에 제일 먼저 가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어디 그 뿐이랴, 자기를 무시하고 결국 음모로 자기를 십자가에 죽인 대제사장 가아뱌의 집에도 가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 잘난 체 하던 이들을 부끄럽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호사스런 집에 가고 싶었을 것입니다. 아울러 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신성시하는 성전에 찾아가 많은 사람들에게 당신이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다고 과시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당장에 가보고 싶으셨던 곳이 어디 한 둘이겠습니까! 정말이지 부활하신 몸으로 직접 찾아가 보고 싶은 곳이 이스라엘의 중심부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 구석구석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그런 곳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언급도 하지 않습니다. 주님은 대뜸 갈릴리로 가신다고 당신의 행선지를 밝히십니다. 그곳에서 만나자고 하십니다. 왜 주님은 하필 갈릴리로 가셨을까요? 왜 그곳으로 제자들을 초청하셨을까요?

갈릴리는 이스라엘 행정 구역으론 최 북쪽 지역입니다. 갈릴리 호수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행정 구역입니다. 역사를 보면 주전 734년에 디글랏 빌레셀에 의해 앗시리아 제국에 흡수되었고(왕하 15:29), 그 후 600년 동안 이 지역은 차례로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마케도니아, 이집트, 그리고 시리아로 넘겨지는 등, 외국인의 침략이 빈번하였던 지역입니다. 이러한 외국의 쉴 새 없는 침략으로 이 지역은 순수 유대인들 못지않게 이방인들이 많이 이주해 와 살던 그런 곳이었습니다. 혼혈인들이 그만큼 많던 동네입니다.

그래서 남쪽, 예루살렘과 유대 지역을 중심으로 사는 정통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갈릴리 지역은 변방이요, 이방인이 많이 사는 부정한 지역이었고, 유대인들의 자존심으로 볼 때 그곳은 율법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무식한 상것들이 몰려 사는 그런 천한 지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예수님은 영광스러운 부활의 역사를 이루시고, 유대인들이 그토록 거룩히 여기는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에 머물지 않고, 그 변방 갈릴리 지방으로 가셨을까요?

4.

주님의 의도가 보입니다.

무엇보다 갈릴리는 천시 받는 동네였습니다. 잘난 사람들, 경건한 사람들, 배운 사람들, 가진 자들이 볼 때에 그곳은 무식한 이들이 모여 사는 부정한 동네였습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갈릴리 출신이다 하면 무조건 무시부터 하였습니다. 더군다나 이 지역의 사투리가 독특하여서 갈릴리 출신인 것을 감출 수도 없었습니다. 예수님이 대제사장의 집에 끌려가셨을 때, 몰래 뒤따라갔던 베드로, 그 집 사람들이 ‘너도 예수 따라다닌 갈릴리에서 온 그 도당이지?’했더니 얼떨결에 ‘나 아니랑께’ 했다가 그 말투, 갈릴리 사투리 때문에 걸려들 정도였습니다.

갈릴리는 역사의 중심에 한 번도 떠오르지 못했습니다. 늘 변두리 지역이었고, 무시당하는 지역이었습니다. 이것을 사회학자들은 ‘주변인’(the Marginal people)이라고 부릅니다. 단 한 번도 주인공이 되어 보지 못하고 늘 조연으로 사는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 갈릴리입니다.

아마도 왕십리가 이런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왕십리!’ 하면 여러분은 그 단어가 정겨울지 모르지만, 사실 그 단어는 기분 나쁜 단어입니다. ‘왕’자가 들어 있어서 임금 왕을 생각하는데, 아닙니다, 그 ‘왕’자는 갈 ‘왕’(往)자입니다. 얼마나 더 가라? 십리!

그러니까, 여기가 아니다. 여기가 목적지인 줄 아는가? 천만에! 여기에서 십리를 더 가야 한다는 불완전의 의미입니다. 우리는 그래도 상왕십리에 사니까, 위로 십리를 더 올라가야 하지만, 하왕십리에 사는 사람은 밑으로 십리를 더 내려가야 하는 기분 나쁜 단어입니다.

조선 초기, 궁터를 정할 때 무학 대사가 이곳에 와서 기가 막히게 좋은 장소라고 마음에 들어 할 때, 어디선가 소 모는 노인이 나타나서, ‘이 바보야, 십리를 더 가라’해서 ‘왕십리’(往十里)가 되었고, 무학 대사는 십리를 더 가 지금의 안국동 경복궁 터를 찾아내어 그곳을 조선의 중심지로 삼은 역사가 있듯이, 잘 하면 궁터가 들어설 기막히게 좋은 자리였는데, 그 소 모는 노인 때문에 이 나라 역사 무대의 중심에 오를 뻔 하다가 미끄러진, 그 십리 때문에 놓쳐버린 한 많은 동네, 이 왕십리가 서울의 갈릴리입니다.

더군다나 이씨 조선은 얄궂게도 성벽을 쌓으며 왕십리를 품고 쌓지 않고 바로 성 밖으로 밀어내 놓고 사대문 벽을 쌓았습니다. 이씨들이 못 됐습니다. 조금만 더 넓게 쌓았다면 왕십리도 문안의 동네가 되었을 텐데 바로 왕십리를 경계로 성벽을 쌓는 바람에 한 많은 사람들, 성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 머리는 좋으나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인해 출세하지 못한 이들이 모여 사는, 그러면서도 문안의 사람들로부터 늘 무시를 당하듯 ‘왕십리 뭔 파리’라고 놀림을 받는 그런 곳이 이 왕십리이고, 성경의 갈릴리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부활하신 예수님은 어디에 계신다구요? 예루살렘 성전이 아닙니다! 이 갈릴리, 이 왕십리에 거하신 답니다. 예수님은 지금 여러분과 함께 하십니다. 비록 세상에서 무시당하고, 힘없고, 병들고, 나약하지만 그래도 주님은 그런 이들과 함께 하십니다. 왜? 그 부활의 생명 권세를 연약한 이들에게 주려고 말입니다. 도와주려고 말입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사41:10)

왜 힘이 없습니까? 왜 삶이 두려우십니까? 왜 허전하십니까? 서울의 갈릴리, 왕십리에 와 계시는 부활의 주님을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운데 거하시는 살아 계신 주님을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부활절 메시지를 온전히 들으십시오! 주님은 부활하셔서 살아 계시고, 그 분은 지금 모든 이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갈릴리, 그 서민들의 삶터에 와 계십니다!

그곳은 제사나 드리는 구분된 거룩한 곳이 아니라 오만가지 서민들이 모여 온갖 애환 속에 삶을 이어가는 현장이었습니다. 거룩하게 폼 잡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부활하신 거룩한 몸으로 이곳을 찾아가셨습니다. 그리곤 당신을 만나려면 이곳으로 오라하며 우리를 부르십니다. ‘교회에서, 거룩한 성전에서 쑥덕거리듯이 만나지 말라. 이곳으로, 너희들의 삶의 현장으로 오라, 거기서 내가 너희를 만나겠다’ 하신 것입니다.

더 이상 무덤가에서 어슬렁거리지 마십시오. 더 이상 성전에만 머물러 떠들지 마십시오. 그 분은 이미 우리들의 삶의 현장으로 가셨습니다. 그곳에서 이미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고 계십니다. 병든 자를 치유하고 계십니다. 낙심한 자를 격려하고 계십니다. 배고픈 자에게 먹을 것을 주고 계십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쇼를 하기 위해 부활하신 것이 아닙니다. 뭔가를 보여주겠노라고 깜짝 쇼를 하려고 부활하신 것이 아닙니다. 그 분은 우리와 삶을 같이 하려고, 우리의 벅찬 삶 속에 함께 하시며 우리로 이 세상을 이겨나가게 하기 위해 부활하셔서 우리의 삶의 현장으로 찾아오셨습니다. 거룩한 성전 뒤로하고, 그 기념비적인 고난의 골고다 언덕 뒤로하고 여전히 삶이 벅차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삶터, 갈릴리로 가셨습니다.

5.

부활하신 주님, 어디서 만날까요? 여러분의 삶의 현장에서 만나십시오! 겸허한 심령과 사모하는 심령으로 능력의 부활의 주를 만나십시오! 그 분과 함께 무슨 일을 하든지 승리하게 될 것입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병실에서, 시장에서, ... 고민만 하지 말고, 부활의 주님을 만나십시오!

우리가 사는 현장이 바로 갈릴리입니다. “그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셨고 너희 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시나니 거기서 너희가 뵈오리라!” 갈릴리, 이곳에서 우리를 돕기 위해, 힘주시고, 치유하시고, 격려하시기 위해 주님은 거룩한 예루살렘 성전도 마다하시고 우리의 땀의 현장으로 먼저 오셨습니다.

이 주님과 함께 하십시오! 당당하게, 생기 넘치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믿음의 권세를 누리며 사는 살아계신 예수 믿는 성도들이 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