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동안 전국의 산야는 크게 몸살을 앓았습니다. 봄 꽃의 향연이 펼쳐진 곳마다 서울 도심 한 가운데든 먼 시골 뒷산이든 사람이 몰리고 차가 몰렸습니다. 때로는 하루종일 도로가 마비될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몰려다녔습니다. 그만큼 꽃이 좋은 계절입니다.

저는 멀리 나가보지는 못하고 아내와 함께 청계천 주변을 산책하면서 꽃구경을 했습니다. 요즘 가장 화려한 꽃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벚꽃과 매화일 것입니다. 전국 어디에나 잘 자라고, 나무도 크고, 꽃도 화려하기 때문입니다. 청계천 주변을 현란하게 수놓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도 벚꽃과 매화입니다. 그런데 어느 것이 매화이고 어느 것이 벚꽃인지 도무지 분간을 할 수 없었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시대인지라 즉석에서 검색을 해보니 매화와 벚꽃을 분간하는 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있었습니다. 그러한 친절에 고맙기도 했고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벚꽃과 매화를 구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꽃잎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벚꽃은 꽃잎의 끝이 톱니처럼 오목하게 파여 있고, 매화는 꽃잎의 끝이 둥글둥글 합니다. 그래서 벚꽃은 좀 더 화려한 느낌을 주고 매화는 아담한 느낌을 줍니다. 벚꽃은 꽃자루가 길게 나오기(버찌를 연상하면 됩니다. 버찌의 긴 꼭지) 때문에 긴 꽃자루 끝에 꽃이 달렸지만 매화는 꽃자루가 아주 짧고 가지에 바로 붙어있습니다. 그래서 벚꽃은 봄바람에 하늘하늘거리지만 매화는 거의 흔들리지 않습니다. 벚꽃은 한 곳에 다섯, 여섯 개의 꽃이 뭉쳐서 달려있기에 꽃 자체의 수효가 많아서 꽃이 나무를 덮어서 가릴 정도입니다. 매화는 하나 혹은 둘 정도가 띄엄띄엄 피어서 여백이 많은 동양화와 같은 모양입니다. 매화는 벚꽃에 비해 색깔이 더 다양하며 향도 달콤하고 강한 편입니다. 벚꽃은 앵두보다 작은 버찌가 맺히지만 매화는 큰 열매(매실)를 맺습니다. 아직은 춥다 싶은 2-3월에 매화가 피고 벚꽃은 봄기운이 완연한 때인 3-4월에 핍니다.

꽃을 구분하고 나서 가만히 바라보면 느낌이 분명히 달라집니다. 가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발하듯 화려하게 피어 바람에 하늘거리는 벚꽃은 벚꽃대로의 어지러운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나뭇가지 군데군데 꽃을 피우고 점잖게 가만히 앉아 있는 매화는 매화대로 단정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나무도 종류마다 다르고 아름다움도 다양한데 사람은 서로마다 더더욱 다르고 그 아름다움도 훨씬 더 다양할 것입니다. 나무마다 땅과 공기와 햇빛에 따라 다양한 솜씨를 뽐내듯이 사람도 성품과 환경에 따라 나름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성급하게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보다 나무를 바라보듯 가만히 사람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꽃보다 사람이 더 아름답지요!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너희가 알지니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
(약1:19)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