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2:1-13)

1.

경상도의 어느 학교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이랍니다. ‘안득기’라는 아이가 수업시간에 졸다가 선생님께 불려나갔습니다. 선생님이 묻습니다. “니 이름이 뭐꼬?” “안득깁니더.”

선생님은 아이가 못 알아들은 줄 알고 다시 묻습니다. “안 드끼나? 니 이름이 머냐꼬? 드끼제?” “예!” 선생님은 은근히 짜증이 났습니다. “이짜슥바라! 내... 니 이름이 머냐꼬 안무러봤나?” 그러자 학생이 답합니다. “안득깁니더.”

약이 오른 선생님, “정말 안 드끼나?” 학생, “예!” 이에 선생님 말씀, “그라모, 니 성 말고, 이름만 말해 보그라.” 학생, “득깁니더.” 그러자 선생님, “그래! 드끼제? 그라모 성하고 이름하고 다 대보그라.” 학생이 큰 소리로 말합니다. “안득깁니더.”

마침내 화가 폭발한 선생님, “이 자슥바라, 드낀다 캤다 안 드낀다 캤다. 니 지금 내한테 장난 치나?”

대화를 하는데 통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는 참으로 수많은 말을 하며 사는데, 내 마음을 이해해주고, 통하는 이들은 별로입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함에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오늘 성경은 이와 다른 놀라운 현장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2.

오늘 말씀을 기록한 이는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 누가이며, 그의 직업은 의사입니다. 다시 말해 과학자라는 뜻입니다. 소설가가 아닙니다. 즉 그는 몇 개의 자료를 갖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글을 쓰는 이가 아니란 뜻입니다. 그는 확실한 증거를 갖고 말하는 과학자입니다. 그러기에 그는 의사답게 매우 조직적이고, 관찰력 있게 성서를 기록했습니다.

다른 어느 제자도 기록하지 못한 오순절 성령 강림의 현장을 그가 증언한 것이 오늘 본문입니다.

앞 선 1장의 내용에 의하면 예수님께선 승천하시며 제자들에게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열심히 기도하면서 하나님께서 약속한 성령을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제자들은 이 말씀에 순종하여 예루살렘을 떠나지 않고 마가의 집에 모여서 생전의 예수님의 말씀을 서로 이야기하며 기도하고 있었는데, 오순절 날이 이르자 갑자기 하늘로부터 성령님이 임하였습니다.

오순절은 무슨 절기인가요? “제 50”의 뜻을 갖고 있는 단어인데, 구약 성경에서는 칠칠절, 맥추절, 첫 열매의 날 이라 불리고, 오순절이란 명칭은 구약이 아닌 외경에서 사용된 명칭입니다. 유월절 둘째 날 누룩 없는 떡을 먹는 날부터 계산하여 50일째 되는 날에 벌이는 축제로서, 일종의 추수감사제입니다. 그들은 보리와 밀을 주식으로 했기에 요즘이 추수 때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오순절은 성령 강림과는 전혀 관련이 없던 날이었습니다.

이 오순절에 성령이 강림하였습니다.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그들이 앉은 온 집에 가득하며 마치 불의 혀처럼 갈라지는 것들이 그들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임하여 있더니”

오순절 강림한 성령은 2가지 모습으로 상징되어 있습니다. 강한 바람입니다. 바람은 형체가 보이지 않으면서도 분명한 역사를 하기에 느낄 수 있습니다. 바람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강한 바람은 모든 것을 뒤흔들며, 날려 버리며, 무너뜨립니다. 볼 수 없다고 없다고 한다면 바보입니다. 성령님은 이와 같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때로는 믿음 생활을 하며 성령의 바람을 타십시오. 계획되고 의도된 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성령의 바람을 타십시오! 그 자유로운, 그러나 성부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는 성령의 바람을 타십시오!

또 성령은 불로서 상징됩니다. 불은 모든 것을 태워 버립니다. 소멸시켜 버립니다. 우리의 죄를 태워 버리고, 추악한 과거를 태워 버리고, 더러운 생활을 태워 버립니다. 불필요한 모든 것들을 태워 버리고 우리들을 정금같이 만듭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그리곤 새로운 에너지를 주어서 뭔가를 향하여, 새로운 것을 향하여 달려가게 합니다.

이렇게 성령께서 바람과 같이 불의 혀같이 임하자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요?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이 변화되었습니다! 어떤 이들로? 견딜 수 없는 심령의 사람들로 변화되었습니다!

3.

지난 주중에 성동 시찰회에서 선교지 라오스를 방문하였습니다. 우리교회에선 나와 이호진 장로님이 다녀왔습니다. 월요일에 출발하여 어제 토요일 아침에 도착하였습니다.

라오스는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미안마, 중국에 둘러싸여 있는 동아시아에서 유일한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입니다. 라오스의 역사를 보니 늘 주변 국가들의 수많은 외침을 당한 불쌍한 민족, 슬픈 나라였습니다. 정말 예수가 필요한 나라였습니다. 주변 국가들로도 부족하여 프랑스, 일본의 통치를 받기도 했습니다. 천연 자원이 없는 나라이기에 국가 경제의 80%가 외국 자본에 의해 유지되는 연약한 나라입니다.

1975년부터 사회주의 국가가 되어 인권이 탄압받고, 종교의 자유가 상실된 통제된 불교국가였습니다. 우리는 그곳에 가 있는 한 주간 동안 ‘목사, 장로’란 호칭을 못 쓰고 모두 ‘사장님’으로 불렸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원 없이 ‘사장’ 소리 들어봤습니다. 찬송도 크게 부르지 못하고, 기도도 큰 소리로 못하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식당에서도 밥을 앞에 놓고 눈을 뜬 상태에서 잠깐 묵도하는 정도였습니다. 밤에 원주민 청년들과 함께 기도할 때도 불 꺼놓고, 창문문을 다 닫고 해야만 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물론 교회가 있지만, 여전히 타종교에 대해 감시와 통제가 심한 종교적으로 매우 열악한 환경의 나라였습니다. 어제 밤 늦게 문자가 왔는데, 오늘 라오스 선교 설교를 하실 때 설교문을 인터넷에 올리는 교회는 지명과 인명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녀간 이들의 교회를 모니터링한답니다.

그런 라오스 북부 산악지대의 한 도시를 방문하였습니다. 그곳으로 갈 때는 수도 비엔티엔에서 비행기, 그것도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서 잘 몰랐는데, 그곳에 근처의 유명한 유네스코에 등재된 고대 도시로 내려오는데 해발 1000미터 높이의 산악지대를 5시간가량 돌고 돌고 또 돌아, 멀미할까봐 출발 전에 멀미약을 먹으라고 할 정도의 그런 산악지대, 해외로밍이 전혀 안 되는 그런 오지였습니다.

이런 곳에서 16년 째, 결혼도 안한 혼자의 몸으로 현지인 몽족과 함께 사는 한 여인의 헌신된 삶이 있었습니다.

당신의 간증에 의하면 87학번으로 대학에 들어가 클럽을 전전하며 춤추는 재미로 살던 여학생이 우연찮게 소망교회 대학부에 전도 받아 갔다가 하나님의 영에 사로잡히게 되어 24살에 태국으로 혼자 떠나 4년간 그곳에서 더불어 살았고, 그 후 신학공부를 더하여 라오스로 옮겨 오늘까지 결혼도 하지 않고 그 열악한 환경에서 혼자 사역을 꾸준히 하고 있는 여선교사였습니다.

라오스의 그 가난하고 희망도 없는 아이들을 제자로 삼고 그들과 함께 살며, 말씀과 복음을 가르치며 하나님의 일꾼으로 키우는, 그야말로 사도 바울과 같은 열정적인 선교사였습니다. 라오스가 완전 개방되어 민주화가 될 때 전국으로 파송될 예수님의 사역자, 제자들을 꿈꾸며 그 날을 위해 예수님의 제자들을 헌신적으로 키우는 이였습니다. 남자들도 갖지 못할 열정이 그녀에게서 느껴졌습니다. 그녀와 뜻을 같이 하는 디자인, 컴퓨터, 영어 전문가인 독신의 여자 청년 3명이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자기만 알고 살던 이들, 그들은 모두 부유한 강남, 호주, 캐나다에서 살던 이들인데 그들이 그 열악한 곳에, 아무런 연고도 없이 무작정 가서 그 원주민들과 함께 살며 그들에게 예수의 복음과 사랑을 전하는 이로 변화된 것,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요?

그 선교사가 고백합니다. 성령께서 자신에게 ‘가라!’하셨답니다. 긴 설명 없이 그저 단순하게 ‘가라!’하셨기에 자신은 순종하여 왔을 뿐이라고! 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심령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말도 제대로 안 통했을 텐데 그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오늘 성경에 그 힌트가 보입니다. 4절, “그들이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성령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를 시작하니라” 6절, “이 소리가 나매 큰 무리가 모여 각각 자기의 방언으로 제자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소동하여 다 놀라 신기하게 여겨 이르되 보라 이 말하는 사람들이 다 갈릴리 사람이 아니냐 우리가 우리 각 사람이 난 곳 방언으로 듣게 된 것이 어찌 됨이냐?”

4.

갈릴리 사람들, 그 촌사람들이 사투리로 말을 하는데, 사람들은 다 자기네 나라 말로 들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말을 하고, 그 말이 전달되는 그 과정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성령의 역사가, 다시 말해 감동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성령이 충만하자, 하나님의 영의 사람이 되자 그가 무슨 말을 하는데, 그것이 그 사람의 의지대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그 사람의 말의 뜻을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달되게 했다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 초창기에도 외국 선교사들은 언어 때문에 참으로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한 선교사가 시골 장터에서 노방 전도를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전도를 하는데 시골 사람들은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생긴 사람이 뭔가 땀을 흘리며 열심히 말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구경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외국인 선교사는 속이 탔습니다. 자기가 복음을 전하고는 있었지만 자신의 한글 실력이 형편없기에 아무도 자기 말을 알아듣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참을 설교하였지만 사람들은 그저 이상하게 생긴 사람이 너무 애처롭게 말을 한다 하여 호기심 반, 동정심 반으로 구경하였을 뿐입니다. 이윽고 해질 녘이 되어 사람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 마을의 한 어른이 선교사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 같군요. 우리 집에 가서 좀 더 자세히, 천천히 말씀해 줄 수 없겠습니까?”

그 어른이 마침내 전도를 받고 그 마을에 교회당을 세우고, 마을이 복음화 되었습니다! 그 선교사님도 그러더라구요. 처음엔 원주민들과 함께 살며, 말이 통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수개월을 사니까 그들이 그러더랍니다. ‘당신은 거짓을 말할 사람이 아니군요.’

성령 충만한 사람, 오순절 성령 강림으로 성령이 충만해 지면 뭔가 견딜 수 없는 심령의 사람이 됩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사람이 됩니다. 전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이 됩니다. 섬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이 됩니다.

충성하다 그만 멈춰서는 이들, 시험들었다 하는 이들, 무엇이 문제인가요? 성령 충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령으로 채워지지 않아서 그렇지 무슨 신학적인 문제도, 인간관계의 문제도 아닙니다. 하나님의 영, 성령에 충만하면 견딜 수 없는 사람이 됩니다. 무엇에 견딜 수 없는 사람? 하나님의 역사,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데 견딜 수 없는 심령의 사람이 됩니다.

그것도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이 됩니다. 오늘 말씀에서 성령 충만한 성도들, 그들이 성령 충만의 결과는 방언, 예언, 투시, 병 고침, 입신, .... 이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도행전에 나타난 이들의 성령 충만 결과는 견딜 수 없는 사랑의 공동체를 이룸에 있습니다.

전혀 같이 살 수 없는 사람들이 함께 삽니다. 내 것, 네 것을 엄격히 따지던 사람들이 서로 물건을 공용합니다. 양반 상놈하며 엄격한 사회적 지위로 구별되던 이들이 함께 형제자매가 됩니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이들이 서로를 끌어안고 위해서 기도해 줍니다.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들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가장 위대한 사람, 가장 무서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선한 일에 견딜 수 없는 심령의 사람입니다. 되도 그만 안 돼도 그만,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하는 사람보다는 불타는 심령을 갖고 영혼 하나하나를 위해 눈물 흘리는 사람, 변화되지 않는 이들을 붙들고 속이 타서 기도하고 애쓰는 사람, 사랑을 받아 주지도 않는 이들을 향해 사랑의 진실을 전해 주기 위해 속에 열불이 나는 사람, 이런 이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마침내 선한 세상, 선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게 됩니다.

성령께서 이 땅에 임하신 이유가 뭐라고요? 예언 기도, 신유, 입신,... 뭐 이런 것으로 자기 능력을 보여주라고요?

아닙니다. 오순절 날에 성령이 임하여 일어난 역사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으로? 참을 수 없는, 견딜 수 없는 심령의 사람으로 변화시킨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늘 속으로만 생각하던 그 아름다운 일들, 그 선한 일들을 용기를 내어 이루게 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겐 누구나 다 실지 자신은 그렇게 살지 못해도 속으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있습니다. 이것을 성령이 충만하여 심령이 뜨거운 사람이 되면 이룰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될 때 사람들은 통하게 됩니다. 언어를 뛰어넘는 진실의 소통, 마음과 뜻의 소통이 일어납니다.

5.

뜨뜻미지근한 삶보다는 뭔가 에너지가 흘러넘치는, 뭔가 활기찬, 견디지 못하는 심령으로 이웃을 사랑하고, 사회봉사하고, 주님을 섬기는 그런 성령 충만한 사람으로 삽시다.

그런 사람이 되라고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성령의 임하심을 사모하고 또 사모하라 하시지 않았습니까? 예수님께서 내게 원하신 삶은 성도로 겨우 명맥이나 유지해 가는 게 아니라 선한 일에, 신령함에, 하나님의 나라 건설에 견딜 수 없는 심령의 사람이 되어 능력 있는 삶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한 주간 특별한 시간을 정해놓고 기도합시다. 오순절 성령 강림의 역사가 내 삶에도 이루어지도록 합시다. 바람 같은 성령, 불의 혀 같은 성령께서 내 기도하는 현장에, 순박한 심령으로 사모하는 우리들에게 임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오순절에 성령께서 오시도록 예정되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성령님은 다른 때에도 오실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오순절에 성령님이 오신 것은 사모하고 기다리며,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한 예수님의 말씀을 굳게 믿고 여전히 기도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그러한 것입니다.

이번 한 주간, 우리도 약속을 믿고 기도할 때, 무릎 꿇을 때, 주의 성령께서 임하는 신령한 역사와 권세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능력 있는 그리스도인, 그토록 변화되려고 애쓰던 그 소원대로 변화되어 가는, 선한 일에 견딜 수 없는 심령의 성도들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