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서 12:1-13) 
   
     1.
     어느 시골길을 선교사가 차를 몰고 가고 있었습니다. 순회 전도를 위해 한 마을로 가는 중이었는데, 할머니 한 분이 무거운 짐을 머리에 얹고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선교사는 그 모습이 안타까워, “할머니, 마을까지 태워드릴 테니 차에 타세요.”했다. 할머니는 고마워하며 차에 탔습니다.
 
     한참을 운전하고 가던 선교사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뒤를 돌아보니, 할머니가 여전히 머리에 무거운 짐을 얹고 흔들리는 차 위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 머리 위의 무거운 짐은 내려놓으세요.”했더니, 할머니가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차를 얻어 탄 것도 고마운데, 어떻게 무거운 짐까지 내려놓을 수 있겠수. 이건 내가 지고 가겠수.”
 
     무거운 짐을 지고 교회에 나온 여러분, 아버지 집에 들어오셨으니, 마음에 있는 무거운 짐은 내려놓읍시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편히 쉬게 하리라.’하셨으니 짓누르던 근심 걱정거리를 주님의 사랑 안에 내려놓읍시다. 여전히 힘들게 서있지 말고, 주안에서 평안을 누립시다.
 
     찬송 한 절 불러볼까요. 370장, “주 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 십자가 밑에 나아가 내 짐을 풀었네. 주님을 찬송하면서 할렐루야 할렐루야 내 앞길 멀고 험해도 나 주님만 따라가리” 할렐루야!
 
     2.
     열심히 사는 데 답답합니다. 열심히 하는데도 답답합니다. 그저 열심히, 성실히만 달려가면 다 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정직하고, 내 마음에 꺼릴 것이 없으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낙심이 되고 주저앉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열심히 그리스도인답게 산다고 분주히 살고, 나름대로 신자답게 행한다고 분주하고, 밤낮으로 열심히 봉사하는데도, 어느 순간, 도리어 생이 피곤해지고, 헌신, 봉사, 열심, 선행, ... 모든 것이 의미가 없어지고, 가치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일은 열심히 하는데 기쁨도 없고, 의미도 못 느낍니다. 낙심이 찾아듭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어떻게 하면 신앙의 순수성을, 의미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오늘 성경은 이러한 우리들에게 이런 권면을 합니다.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일을 바라보고 문제를 바라보지 말고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사명을 바라보지 말고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본문에 쓰인 ‘바라보자’는 헬라어 단어는 “옆 눈을 팔지 않고 한 초점을 향해 주의 깊게 응시하는 것”을 뜻합니다. 영어 성경에 보니까, “fixed upon Jesus!” 하여, 바라보자를 ‘고정시키다’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눈을 고정시키자는 것입니다. 어디에? 예수님께! 아무리 바빠도 중심을 예수님께 고정! 일에 쫓기면 시험 듭니다. 예수님께 주목하십시오!
 
     성도는 삶의 초점을 예수님께 고정시켜야 합니다. 성도가 믿음 생활하며 자신의 눈을 예수님께 고정시키지 않으면 우리의 믿음 생활은 벅찰 수밖에 없습니다.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 보고 걷기 시작한 길이라면 끝까지 예수님 바라보고 가야지, 세상으로, 곁으로, 세파로 눈길을 돌렸다가는 낙심하고 맙니다. 예수님을 바라보고 살아갈 때 우리 성도들은 모든 일에 자신 있고, 힘이 생기지, 세상 바라보며 살다보면 어느새 깊이 가라앉는 자기를 발견할 뿐입니다. 모든 게 두려워질 뿐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믿음의 주입니다. 믿음의 주란 믿음을 컨트롤(control)해 주는 이란 뜻입니다. 우리가 여러 상황에서 예수님을 바라볼 때 예수님은 우리의 믿음을 컨트롤해 주십니다. 믿음의 수준, 분량을 조절해 주십니다. 그래서 그 모든 상황을 감당할 수 있도록 온전하게 하십니다. 믿음으로 이겨가게 하십니다.
 
     그러니까 예수님께 우리의 눈을 고정시키지 않으면 믿음의 분량이 조절되지 않아 갈팡질팡하게 됩니다. 믿음의 주이신 예수님께 우리의 눈을 고정시키지 않으면 흔들리기 쉽습니다. 우리의 눈을 예수님께 고정시킵시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예수님께 우리의 시선을 고정시켜야 합니다.
 
     교회에 와서 목사 바라보지 마십시오.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서 있다고 목사 바라보지 마십시오. 그 뒤에 있는 예수님을 바라보십시오. 예수님이 우리의 주인이십니다. 예수님께 주목할 때, 예수님께서 여러분을 위로하시고 격려하시고, 적절한 믿음을 허락하시어 모든 것을 감당하게 하실 것입니다. 예수님께 주목하지 못한 사람이 믿음의 주로부터 믿음의 분량을 조절 받지 못해 시험 들고 넘어지는 것입니다. 믿음의 주요 온전하게 하시는 예수님을 바라보아 낙심보다 격려를 누리십시오.
 
     3.
     그런데 말이죠, 이렇게 믿음으로 격려 받아 일하다 보면 속에서 끓어오르는 일이 생깁니다. 정말 그리스도인답게 사는데 억울한 일도 당하고, 우수이 여김을 당하고, 바보 소리를 듣고, .... 그래서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게 재미도 없고, 피곤하고, 낙심이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본문은 또 이렇게 우리에게 말합니다. “너희가 피곤하여 낙심하지 않기 위하여 죄인들이 이같이 자기에게 거역한 일을 참으신 이를 생각하라!”
 
     낙심하지 않으려면 예수님을 바라봄에서 하나 더! 예수님을 생각하라고 합니다! 어떤 예수님? 죄인들이 조롱하고, 거역하고, 매질하고, 못 박는데도 끝까지 참으신 예수님! 생명을 주겠다는 데, 평화를 주겠다는 데, 사랑을 주겠다는 데, 도리어 침 뱉고 못질한 이들을 참으신 예수님을 생각하랍니다.
 
     세상은 내가 선을 행한다고 반드시 나에게도 선을 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옳게 산다고 세상도 나에게 옳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셋을 주었다고 세상도 나에게 언제나 셋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옳게 삶에도 세상은 나에게 불의를 줍니다. 내가 정직함에도 세상은 나에게 거짓을 줍니다. 내가 성실하게 살았음에도 세상은 나에게 실직을 선사합니다. 이게 하나님을 떠난 죄악된 세상의 모습입니다. 이런 기막힌 세상에서 예수님은 어떻게 사셨습니까?
 
     “그는 죄를 범하지 아니하시고, 그 입에 거짓도 없으시며, 욕을 당하시되 맞대어 욕하지 아니하시고, 고난을 받으시되 위협하지 아니하시고, 오직 공의로 심판하시는 이에게 부탁하시며, 친히 나무에 달려 그 몸으로 우리 죄를 담당하셨으니, 이는 우리로 죄에 대하여 죽고 의에 대하여 살게 하려 하심이라.”(벧전 2:22-24a)
 
     자기를 몰라주는 세상을 원망하지 아니하셨습니다. 도리어 선을 베풀고, 사랑을 주고, 생명을 주는 자기를 향하여 욕하고 침 뱉으며, 못질하는 세상을 바라보며 십자가 위에서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눅23:34).
 
     올바르게 믿음 생활하다 힘이 들 때에, 이 예수님을 생각하십시오. 깨끗하게 살려고 애쓰다가 오해를 사고, 욕을 먹을 때에 예수님을 생각하고 인내하십시오. 예수님의 인내, 예수님의 오래 참으심을 생각하십시오. 그리하면 이겨 나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으레 다 그렇지만, 나는 어렸을 때 유독 주사 맞기가 두려웠습니다. 어떨 때는 하도 싫어서, 병원에 갈 때 친구를 데리고 가서, 진찰은 내가 받고, 주사실에서 이름을 부르면 친구에게 10원을 주며 대신 들어가게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전도사님이 십자가 달리신 예수님의 고통을 말씀하시면서, 얼마나 실감나게 예수님이 못 박히는 장면을 설명하시는지, 그 여운이 오래 갔습니다. 그 뒤로부터 주사 맞을 때마다 나는 그 예수님의 손바닥, 굵은 못이 박히는 장면이 생각나곤 했습니다. “예수님은 굵은 못으로 찔리셨는데 ...” 주사 맞는 게 뭐 대단한 희생이요, 십자가라고 그랬는지 모르지만, 어린 나이에 주사 맞을 때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시는 예수님을 생각하였습니다.
 
     남들이 볼 때 우습기 짝이 없는, 어리석은 짓인지 모르지만 그러나 아닙니다. 그 때부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때부터 주사가 두렵지 않았습니다. 아프지 않았습니다. 한 아이에게 그것은 절대 공포였는데, 그 후론 그게 별 거 아니었습니다. 유치하고 엉뚱했지만,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렇게 하니까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왜 이리 힘든가요? 내 머리 속에 예수님이 안 계십니다. 내 삶 속에 예수님이 안 계십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어려울 때, 힘들 때, 낙심 될 때 예수님의 인내를 생각하십시오. 혼자 속이 상해 잠 못 자고, 이를 갈고 해 봐야 그것은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4.
     내가 몇 해 전에 속상하는 일이 많아서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릅니다. 생각만 해도 속이 끓어오릅니다. 이렇게 속상한 일이 많으니 속이 멀쩡하겠습니까? 아니나 다를 까, 검사를 해 보았더니 정말 속이 많이 상했더라구요. ‘속상해 죽겠어’라는 말을 자주 하지 마십시오. 정말 속이 상합니다. 혼자 잠을 못 자고, 분이 나서 끙끙 앓아보았자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자기 속만 상합니다. 자신만 손해 볼 뿐입니다.
 
     그렇게 속이 상해 끙끙 혼자 속으로 앓을 때, 주님께서 내게 이런 감동을 주십니다. “너는 왜 나를 바라보지 않니?” 내가 왜 주님을 바라보지 않았겠습니까? 바라보았습니다. 영광의 주님, 사랑의 주님, 거룩하신 주님, 공의로우신 주님! 그런데 그 날 내 안에 찾아든 예수님은 그런 예수님이 아니었습니다.
 
     십자가의 예수님, 가시 면류관에 푸욱 찔려 고통 속에 피범벅이 되신 예수님, 당신의 사랑을 몰라주고, 아니 배신하고 침 뱉고, 못질하는 이들을 그저 이를 악물고 참아내시는 예수님!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못질 당하는 기막히신 예수님! 아, 창조주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그 보잘 것 없는 인간들에게 수모를 당하시며 참아내고 계셨습니다!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시더니 ... 죄인들이 이같이 자기에게 거역한 일을 참으신 이를 생각하라!’
 
     나는 그 예수님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시원하게 원수 갚아주는 예수님만 생각했지, 그것을 참고 참으시는 십자가의 예수님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능력과 권세가 있으면서도 수모를 그저 묵묵히 당하시는 예수님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억울하다고, 분하다고, 화난다고, 신경질 난다고 할 때 내가 생각하고 생각해야 할 분은 억울하게 십자가 지신 예수님이셨습니다. 그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그 예수님을 깊이 생각합시다.
 
     5. 
     오늘 본문의 바로 앞장인 히 11장은 ‘믿음장’이라고 합니다. 구약 성경에 나타나는 수많은 믿음의 용사들을 쭈욱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벨, 에녹, 노아, 아브라함, 사라, 이삭, 야곱, 요셉, 모세, 광야의 이스라엘 민족, 라합, 기드온, 바락, 삼손, 입다, 다윗, 사무엘, 선지자들, 다니엘,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 ... 성경의 역사에 무수한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 믿음을 지킨 위대한 인물들이 나옵니다. 우린 흉내도 못 낼 그러한 믿음을 가진 분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11장은 온통 믿음의 용사들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바로 이어지는 12:1절의 서두 접속사가 “이러므로”이기에, ‘이러므로 이런 믿음의 용사들을 모델로 삼고, 그들의 믿음의 분투를 거울삼아 우리도 믿음의 생활을 제대로 해 나가자’로 권면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그런 말이 없습니다.
 
     “이러므로 우리에게 구름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이 있으니 모든 무거운 것과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 버리고 인내로써 우리 앞에 당한 경주를 하며”라고 말하면서,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고 권면합니다. 무슨 의미인가요?
 
     아무리 훌륭한 믿음의 용사들이 있더라도,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따라갈 수 없는 놀라운 믿음의 선진들이 있더라도, 그들을 바라보지 말고, 오직 우리 주 예수님만 바라보자는 것입니다. 그래야 실족하지 않습니다. 그래야 시험에 들지 않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의 기준, 중심은 사람이 아닌 우리의 주님, 예수님이십니다.
 
     바쁘면 바쁠수록, 속이 상하면 상할수록, 낙심이 되면 될 수록 예수님을 바라보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실패합니다. 우리의 눈을 예수님께로 향해야 합니다. 고정시켜야 합니다. 십자가의 예수님께로 고정시키고, 그 예수님을 깊이 생각하며, 따라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때 우리는 쉽게 낙심하게 되고, 주저앉게 됩니다. 오로지 예수, 예수님만 바라보십시오!
 
     6.
     그 예수님께서 우리의 믿음을 조절하시고, 우리의 신앙을 온전하게 조절해 주실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께 우리의 눈을 고정시킬 때, 우리의 연약하고, 불완전한 믿음, 지치기 쉬운 믿음을 온전하게 하시는 예수님의 은총이 우리에게 임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그 분을 깊이 생각합시다. 그 분과 더욱 가까이 동행합시다. 예수님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으십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예수님을 바라보는 사람, 그는 결코 낙심하지 않을 것이요, 그 예수님께서 주시는 은총과 격려, 위로로 마침내 세상을 이길 수 있는,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영적 권세와 힘이 주어질 것입니다. 나는 예수 믿는 사람입니다! 맞습니다, 그 예수님을 더욱 더 바라봅시다! 무너지지 않고(낙심하지 않고) 떠오르는(격려받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게 될 것입니다. 할렐루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