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는 80세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고 120세까지 건강한 심신으로 살았다. 120세 수명이 우리 앞에도 현실로 다가왔다. 지금 살아 있는 우리의 삶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들이 마냥 즐겁지 만은 않다. 재앙일지 축복일지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조만간 암 등의 질병도 근본적으로 치료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러나 수명이 늘어나면서 가장 두려운 질병은 뇌 관련 병들이다. 그중 퇴행성 질환인 치매는 가장 피하고 싶은 질병일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050년경에는 치매로 고통 받는 수가 지금의 3배인 3천6백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수

명이 늘어나면서 치매인구가 늘어난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심신이 건강한 노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늘어난 수명만큼 고통의 시간이 늘어나고 삶은 저주가 될 것이다. 인간의 뇌의 비밀을 풀기까지 수명이 천천히 연장되기를 바라는 것이 낫다. 그러나 세상은 우리 마음처럼 순서를 맞춰 변하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으로 노년을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불행을 줄이는 길이다. 현재 80세 이상 치매 발병률이 약 20% 이상이라고 한다. 5가정 중 한 가정에 치매 환자가 있다는 결론이다. 가족 중 치매 환자가 있는 경우 법적으로 복잡한 상황이 전개된다.

부양 문제와 재산으로 인한 형제간 다툼 갈등을 피할 길이 없다.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힘든 부모의 재산을 증여받으려는 자식들은 부모 쟁탈전을 벌인다. 의사결정이 힘든 부모를 집에 모시고 다른 형제들의 접근을 막는 경우가 많다. 그 사이 유언장을 작성토록 하기 위한 것이다.

사후에 상속인들이 유언장의 효력을 다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의사결정 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작성된 유언장은 무효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2013년 기존의 금치산 한정치산 제도를 폐지하고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하는 민법을 개정했다.

치매가 있는 상태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고 사후에 다투는 것보다 미리 방지하는 것이 덜 소모적이다. 요즘은 신종 사기가 판친다. 치매 노인을 만나 가족 몰래 혼인신고를 하고 신속하게 전 재산을 가로채는 경우가 많다.

결혼사기로 고소하고 빼돌린 재산을 되찾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재산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 빠지듯 사라질 수 있다. 예상치 못한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치매를 확인하면 즉시 성년 후견인을 두는 것이 현명하다.

/조양교회 장로, 한국장로신문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