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대학교 동기인 제 친구와 조그마한 원룸을 얻어 1년간 함께 생활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부모님에게서 독립하여, 친한 친구와 함께 재미있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며칠을 잠도 못자고 설레여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 작은 방에서 1년을 함께 생활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막연한 걱정과 염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부동산 몇 군데를 다니면서, 친구와 함께 방을 얻고, 이사 날짜를 정하였습니다. 날짜가 다가와 함께 머물 방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필요한 물품들을 골라 구비하였습니다. 다 큰 남자 두 명의 동거였기 때문에, 마치 결혼한 부부의 신혼생활과 같은, 그런 천국같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행복하고 신나는 기분이었습니다.

모든 짐을 넣어 다 정리하고, 저녁 식사를 한 후에 좀 쉬다가, 드디어 1년 동거의 첫 번째 밤을 맞이하였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이미 눈빛으로 동의한 바,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함께 이불을 펴 놓고 그 위에서 하나님 앞에 감사의 예배를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함께 찬송을 뜨겁게 부르고, 말씀은 친구가 전하였습니다. 친구와 함께 잠자리 이불에서 드리는 예배에는 특별한 은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예배의 마지막 순서로는 기도제목들을 나누고 함께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함께 기도한 후에 친구가 1차 마무리 기도, 제가 최종 마무리 기도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날, 친구 가 마무리 기도를 하는 가운데 하나님 앞에 드렸던, 어떤 한 부분의 기도가 저의 마음을 사정없이 망치질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기도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기도가 되었습니다. 그 기도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하나님, 제가 1년 동안 재인이와 함께 살면서, 제가 더 많이 손해보게 해 주세요”

그 때, 그 기도를 들으면서 저는 이렇게 주님앞에 외치듯 기도하였습니다. “아니요 하나님! 제가 진우보다 더 많이 손해보게 해 주세요.” 그 후로 1년동안 친구와 저는 서로 더 손해보기 위해 애를 썻고,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하게 되었습니다. 1년간의 그 시간은 물론 사랑과 행복으로 충만한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사랑은 상대방보다 내가 더 손해보기로 작정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하늘 영광의 보좌를 버리는 손해를 보시며 우리를 위해 죽으셨던 것처럼, 우리도 서로를 위해 손해보기로 작정하고 그러한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아갈 때, 우리의 삶은 늘 주님께서 부어 주시는 행복의 열매로 충만하게 될 것입니다.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
(요일3:18)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