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가장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어느 장례식장에서 자녀들이 울면서 이렇게 고백하더라구요. “아빠, 내가 사랑한다고 제대로 고백도 못했는데 그냥 훌쩍 가시면 어떡해?” 참 맘이 아프더라구요. 표현하십시오.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표현하십시오.

우리 안에 있는 아름다운 마음들, 고마운 마음들, 정말 소중한 마음들, ... 이런 마음을 그냥 간직하고만 있으면 잘 모릅니다. ‘다 알겠지 뭐...’ 하는데, 알긴 뭘 알겠습니까? 옆에 있는 이도 모르는데. 그 아름다운 마음들을 자그마한 몸짓으로라도, 정성어린 손짓으로 표현해 낼 때 많은 사람들은 행복해집니다.

남편을 위하여, 아내를 위하여,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뭔가 그 사랑을 표현해 낸다면 우리는 얼마나 더 행복한 세상을 살겠습니까! 몇 해 전까지 우리 교회는 오후예배 때 ‘남편을 위한 주일’, ‘아내를 위한 주일’을 지켜왔습니다.

부부를 앞에 나오라하고, 꽃을 한 송이씩 선물하며, 고백과 함께 상대방을 축복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곤 부부가 팔짱을 끼고 퇴장하라고 했더니 나중에 어느 분이 그러십니다. “목사님, 결혼식 이후 처음으로 팔짱을 끼어봤습니다.” “목사님, 부부가 처음으로 손을 잡고 기도해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자그마한 몸짓이지만, 다소 귀찮고 어색한 손짓이지만 그걸로 서로의 마음이 표현되고 행복을 느끼더라구요.

우리가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 그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나는 가장 답답하고 괴로운 것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벙어리 냉가슴 앓듯!

표현할 수 있음을 감사합시다. 우리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음을 행복해 합시다. 내 마음을, 내 생각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음을 감사합시다.

한 바리새인이 예수님을 자기 집 식사에 청하였습니다. 평소 잘난 체 하기를 좋아하고, 위선적인 행동을 즐기는 바리새인이 예수님을 청한 것을 보니, 진심으로 예수님을 존경하여 청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하면, 당시에는 샌들을 신고 다니던 시대이기에 사람들의 발은 언제나 먼지로 더러웠습니다. 그래서 손님이 오면 반드시 물을 떠다가 종으로 하여금 손님의 발을 씻겨 주었고, 입맞춤의 인사를 하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감람유를 손님의 머리에 부어 머리카락의 먼지를 씻어주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바리새인은 예수님을 청하고도 음식만 차려 놓았지, 그렇게 하지를 않았습니다. 존경하는 마음이 없다는 표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수님은 바리새인의 집에 들어가셔서 식사를 하기 위해 앉으셨습니다. 유대인의 식사 자세는 우리와 크게 다릅니다.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가끔 본 적이 있겠지만 그들은 식사를 할 때 침상에 비스듬히 누워서 식사를 합니다. 예수님도 이런 자세로 식사를 하시는데 갑자기 한 불청객이 나타났습니다. 성경은 이 여자를 “죄를 지은 한 여자”라고 하는데, 성경 원문으로 추측하건데 윤락 여성으로 보입니다.

초대받지 않은 여인이 등장하자, 순간 그 만찬은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집주인 바리새인은 이 여인을 바퀴벌레 보듯이 했을 것입니다. 그런 부정한 여인이 정결한 자기 집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불쾌해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여인의 행동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뒤로 와서 발 곁에 섰습니다. 비스듬히 누워 있는 예수님의 발 곁에 서서 이 여인은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아마도 전에 예수님의 설교를 듣고 은혜를 많이 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감사와 감격 속에 주님의 발 곁에서 그저 울고 또 울었습니다. 울다보니 얼마나 울었던지 그녀의 눈물이 예수님의 발을 흠뻑 적실 정도였습니다. 먼지 투성이였던 예수님의 발이 눈물로 얼룩얼룩합니다. 잠시 후, 자신의 눈물로 젖은 예수님의 발을 보고 여인은 당황하였습니다. 그래서 자기의 머리카락을 풀어 예수님의 발을 닦았습니다. 그리곤 예수님의 발에 입을 맞추고, 특별한 존경의 표시로서 향유를 발 위에 부었습니다.

바리새인은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도 이해할 수 없었고, 여인의 행동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하는 불쾌한 심정으로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러한 바리새인의 심정을 눈치 챈 예수님께서 물으셨습니다. ‘시몬아, 500데나리온 빚진 자와 50데나리온 빚진 자가 있는데, 둘 다 갚을 능력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이를 보고 불쌍히 여긴 전주(錢主)가 둘 다 탕감해 주었다. 그러면 둘 중에 누가 더 행복하겠으며, 누가 더 전주에게 감사하겠느냐? 누가 더 사랑하겠느냐?’

많이 사함을 받은 자는 많이 사랑하고, 적게 받은 자는 적게 사랑합니다. 많은 사랑을 받은 자는 많이 사랑을 베풀고, 적게 받은 자는 적게 사랑합니다. 정말이지 “나 같은 죄인 살리신 그 은혜 놀라와..”하고 찬송할 수 있는 사람, “늘 울어도 눈물로써 못 갚을 줄 알아 몸 밖에 드릴 것 없어 이 몸 바칩니다.”라고 찬송할 수 있습니다. 큰 사랑을 받은 이는 모든 것을 다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우리가 주목해야할 예수님의 의미심장한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큰 사랑과 은혜를 받고 사는 가는 우리가 하나님께 표현해내는 그 헌신과 열정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왜 겨우 명맥만 이어갈 정도로 헌신하십니까? 왜 겨우 체신머리 세울 정도로만 신앙생활을 해 나가십니까? 왜 겨우 겨우 산소호흡기 꽂을 정도로만 주님을 사랑하십니까?

하나님의 사랑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충만한 은총을 받고도 얼굴 두껍게 그걸 아닌 척 하며 사는 것입니다. 마음속으로는 언제나 감사한 마음이 하나 가득한데, 그걸 표현하자니 계면쩍고, 좀 창피한 듯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고, 아니, 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심정에 아닌 척하며 하나님의 은총과 사랑을 떼어먹으며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사함이 적은 자는 적게 사랑한다! 어쩌면 여러분의 헌신과 행동은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얼마의 죄사함을 받았는지, 얼마의 기막힌 은총을 얻었는지를 만인에게 공포(公布)하는 삶이란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하나님께서 어떠한 은혜를, 얼마큼의 은총을 주셨는지 결코 숫자로 계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 예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살아가는 우리네 삶이 그걸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장로님, 나는 장로님이 얼마나 큰 은총을 받았는지 장로님의 헌신과 참 된 생활을 보며 알 수 있습니다. 집사님, 나는 집사님이 얼마나 놀라운 은혜를 얻었는지 집사님의 섬김과 열정을 보며 가름할 수 있습니다. 권사님, 나는 권사님이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는지 권사님의 봉사하는 삶을 보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결코 여러분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것으로 가름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헌신과 섬김으로 그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신명기 16장을 보니 하나님께서도 이렇게 당신의 백성들에게 명하셨더라구요. “너의 가운데 모든 남자는 일 년에 세 번 곧 무교절과 칠칠절과 초막절에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택하신 곳에서 여호와를 뵈옵되 빈손으로 여호와를 뵈옵지 말고, 각 사람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주신 복을 따라 그 힘대로 드릴지니라.”(신 16:16-17)

반드시 하나님을 뵈러, 제사 드리러 정해진 장소, 성전으로 나아올 것이요, 즉 주일성수 할 것이요, 그 때, 즉 예배드리러 나올 때는 빈손으로 나오지 말고 하나님께서 주신 복을 따라 힘껏 드리라고 하십니다. 왜? 하나님께 나오는 네 마음을 표현하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무슨 재물이 필요해서, 배가 고파 그러는 게 아닙니다. 우리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의 분량을 알고프시다 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선 놀라운 은혜와 사랑을 우리들에게 모두 동일하게 부어주셨는데, 그걸 제대로 받았는지, 대체 얼마나 받았는지,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이 헛되이 떨어지지 않았음을 보고 싶으신 것입니다. 그런데 말로는 늘 엄청 받았다고,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지요 라고 말은 하는데, 하나님 앞에 나올 때 들고 오는 것을 보면 우리 하나님이 얼마나 인색한 분이신지를 나타내는지 모릅니다.

오랫동안 판사로 지낸 남자가 퇴직을 하고 신학교에 갔다가 마침내 목사가 되어 처음으로 결혼식 주례를 맡게 되었습니다. 신랑을 만나 이런 저런 상담을 하는데, 신랑인 남자는 목사님께 드릴 사례비를 놓고 고민하였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물었습니다. “저, 목사님, 사례비는 얼마나 드리면 될까요?” 대화를 하다보니 목사님은 상대가 구두쇠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네와 결혼하는 신부의 미모(美貌)만큼만 주게.” 그러자 이 구두쇠 신랑은 얼굴이 밝아지며 얼른 주머니에게 사례비를 넣은 봉투를 꺼내었습니다. 얼마? 10,000원! 목사님은 속으로 괘심하면서도 말은 못하고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맙네’하고 받았습니다.

결혼식 날 목사님은 서약 시간에 신부에게 물었습니다. “그대는 이 남자를 그대의 남편으로서 인정하는가?” 이에 신부가 “예, 인정합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신랑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있던 목사님은 무심코 신랑에게 이렇게 물었답니다. “피고는 그것에 대해 할 말이 있는가?”

어쨌거나 이렇게 결혼식을 끝내고 신랑 신부가 신혼여행을 떠나려는데, 목사님은 구두쇠 신랑을 불러 세우고는 이렇게 말했답니다. “신부의 미모만큼만 주례비를 달랬는데 웬 만원씩이나 줘? 자, 여기 잔돈 가지고 가, 9000원!”

사랑하는 여러분, 사랑하는 이에게, 그 사랑을 표현하는 만큼,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말로는 늘 엄청 사랑하지 하면서 아무런 행함도, 표현도 없다면, 그건 죽은 사랑입니다. 살아있는 사랑은 표현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그 표현은 부담이 아닙니다. 그건 즐거움이요 행복입니다. 비록 그 사랑의 표현을 구체적으로 하기 위해 밤새 일을 더해야 하고, 더 뛰어야 할 지 모르지만, 그 사랑을 나타내고 싶어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안 사고 꼬깃꼬깃 모아야 할지 모르지만, 그러나 그건 행복입니다. 그건 즐거움입니다. 자기가 사랑하는 이에게 자기의 사랑을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 그건 축복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요3:16) 하나님께서도 우리를 향해 “얘들아, 내가 너희를 사랑한다~~”하고 말만 하신 게 아닙니다.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내놓으셨습니다! 독생자가 뭔가요? 하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토록 귀한 것입니다. 그 하나 밖에 없는 것을 사랑하기에 내놓으셨습니다.

하나님께선 자기의 목숨과 다를 바 없는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셔 우리를 위한 희생 제물로 죽이심으로, 그 정도로 우리를 사랑하심을 표현해내셨습니다. 그걸 알고 감격하는 우리, 우리는 어느 정도의 사랑을 표현해드리고 있습니까?

오늘 성경에 나오는 여인, 문제 많은 여인입니다. 그러나 은총을 입고, 남들의 시선도, 따가운 눈총도 의식하지 않습니다. 뭐라고 욕설을 퍼부어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자기에게 찾아온 주님의 사랑이 너무 커서, 그녀의 눈에는 오직 예수님만 보일 뿐입니다. 그래서 자기의 모든 것을 다 드리며, 감격해 합니다. 그 사랑과 감격을 표현해냅니다. 그만큼 큰 사랑이 그녀에게 머물고 있다는 뜻입니다.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 그건 행복입니다. 그건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가족에게 그것을 표현하고, 사랑하는 이에게 그것을 표현하고, 우리 하나님께 그걸 표현하십시오. 기꺼이 그걸 표현해내는 여인에게 우리 예수님은 이렇게 축복하시더라구요.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이 장면에서 갑자기 왜 믿음이 튀어나오는가요?

예수님의 축복의 말씀에 의하면 감사는 믿음이랍니다. 진정한 믿음이 없으면 그런 큰 감사를 표현해내지 못한답니다. 그 믿음, 그 감사가 우리를 구원하고 마침내 평안한 삶을 살아가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