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목사님이 설교를 하시는데, 예배당 뒤쪽에 앉은 두 명의 십대 학생들이 킥킥 대며 주위 사람들의 눈총을 받고 있었습니다. 목사님은 설교를 중단하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거기 두 사람은 설교를 전혀 듣고 있지 않네요?” 그러자 학생들은 곧 바로 장난을 멈추고 조용해졌습니다.

그런데 그 날, 이상하게도 예배 후, 열 명도 넘는 교인들이 목사님께 설교 시간에 졸아서 죄송하다고 용서를 구했답니다.

요즘 설교 시간에 존다는 정보가 있던데... ‘거기 두 사람, 졸지 마세요’ 했다가는 열 명도 넘는 이가 미안하다고 할까봐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대신 내가 설교를 좀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강단에서 그동안 10,000번 이상 거의 20,000번 가까이 설교를 했습니다. 이 한 사람에게서만 20,000번 가까이 설교를 들으며 은혜 받는다는 것이 성령의 역사요 기적이요 축복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니 이젠 졸릴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은데 ... 그럼에도 바라기는 더욱 하나님의 말씀을 권능 있게 증거하도록 기도 많이 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본문의 주인공은 솔로몬입니다. 솔로몬, 지혜의 왕으로 유명합니다. 그가 아버지 다윗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의 왕으로 등극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평탄한 길이 아니었습니다. 자기보다 뛰어난 형님들이 수두룩했고, 순위로 따지고 서열로 따진다면 저 뒤에 서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하나님의 강권적인 은혜로 드라마틱하게 아버지 다윗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권력을 잡은 솔로몬, 기쁨보다 더 앞서는 것은 두려움이었습니다. 호시탐탐 반전의 기회를 노리는 정적(政敵)들은 여전했고, 백성들은 아버지 다윗을 기억하며 그 유약한 아들 솔로몬이 과연 아버지만큼 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오고, 이웃나라의 시선과 태도는 만만치 않고, ... 솔로몬은 두려웠습니다. 이때 그의 나이가 20세가량 이었다니 오죽 했겠습니까.

그래서 그는 기브온으로 하나님께 제사 드리러 갑니다. 하나님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전무후무한 일천번제, 소 일천 마리를 희생 제물로 드렸습니다. 일천번제란 일시에 소를 일천 마리를 잡아 드린 건지, 한 마리씩 일천 번의 제사를 드린 건지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도 일천 번의 제사를 뜻하지 않나 싶습니다.

일천번제는 기다림의 외적 표현입니다. ‘일천 마리의 소’에 초점을 맞춰 화려함과 풍성함으로만 보는데, 아닙니다. 그건 ‘일천 번’, 기다림의 외적 표현입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 10번, 20번, ... 100번, 300번, 500번, ... 기다림!

신앙은 기다림입니다. 여러분은 하나님께서 언제 자신에게 응답하시고 찾아오실 것을 아십니까? 모를 것입니다. 그러기에 신앙은 기다림입니다. 하나님께서 응하실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 불안한 솔로몬, 하나님께 제사 드리고, 그것도 일천번제의 제사를 드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이런 솔로몬의 기다림에 마침내 하나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곤 말씀하십니다. “내가 네게 무엇을 줄꼬 너는 구하라”

“나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께서 종으로 종의 아버지 다윗을 대신하여 왕이 되게 하셨사오나 종은 작은 아이라 출입할 줄을 알지 못하고 왕께서 택하신 백성 가운데 있나이다. ... 누가 주의 이 많은 백성을 재판할 수 있사오리이까?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7-9)

솔로몬은 ‘듣는 마음’을 달라고 합니다. ‘듣는 마음’(hearing heart)입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이 솔로몬의 간구에 기쁨으로 응답하시는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에 하나님이 그에게 이르시되 네가 이것을 구하도다. 자기를 위하여 장수하기를 구하지 아니하며 부도 구하지 아니하며 자기 원수의 생명을 멸하기도 구하지 아니하고 오직 송사를 듣고 분별하는 지혜를 구하였으니 내가 네 말대로 하여 네게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을 주노니”(11-12a)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이 있습니다. 분명 솔로몬은 ‘듣는 마음’을 달라고 했는데, 하나님께선 ‘지혜’를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선 ‘듣는 마음’과 ‘지혜’를 동일시하신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이제 마악 왕이 된 지도자에게, 선한 통치자에게 절대 필요한 것, 그건 ‘듣는 마음’이요 ‘지혜’입니다.

한문으로 거룩할 성(聖)자는 임금 왕(王) 자 위에 귀 이(耳) 자와 입 구(口)자가 올라가 있는 모습입니다. 무엇보다 듣기를 왕같이 하라는 것입니다. 왕은, 지도자는 무조건 억누르며 통치하는 게 아니라 잘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들은 것을 지혜롭게 소화해서 말을 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9년 전, 2007년 10월 한글날을 전후하여 우리 사회가 일시에 주목한 단어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국립국어원에서 신조어로 등록시킨 ‘놈현스럽다’는 단어입니다. 놈현스럽다는 단어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표출된 단어였습니다.

그 의미가 ‘상식과 원칙’을 말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뒤통수친다는 뜻이었습니다. 송태경 당시 민주노동당 정책 국장은 이 단어의 의미를 이런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기편 아니면 모두 적으로 간주, 보수든 진보든 모두 나쁜 놈이고 틀렸다고 우긴다.” “즉흥적인 판단 오류도 무언가 ‘깊은 뜻’이 있는 것으로 포장하고 옳다고 우긴다.” “입장이 다른 경우 말이나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자기가 보는 현실만 현실이라고 박박 우기는 사람” “상식과 원칙을 지맘대로 바꾸는 사람” “자기를 한번 지지해 준 사람들은 자기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지지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가끔 눈물로 땜질하면서 상대를 현혹시킨다.” 이런 의미가 ‘놈현스럽다’는 단어의 뜻이었습니다.

어, 이거 누구 두고 말하는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어쩌면 이 ‘놈현스럽다’는 말은 ‘근혜스럽다’와 똑같지 않나 싶습니다. 이 두 분은 정치적으로 서로 다른 입장에 서 있던 분들인데, 그 과정과 결론은 거의 같은 것 같습니다. 이 두 분의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

백성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자기 신념과 자기 사람들만 중시했지 백성들의 한탄과 지적에 대해선 꿈쩍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두 사람 모두 탄핵이란 단어에 휩싸였습니다. 군주는, 지도자는 들어야 합니다. 백성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민심이 천심이라고 하던 옛날, 그 절대군주 시대에도 왕은 백성의 말을 들었습니다. 측근, 신하들의 말로도 부족하여, 왕 스스로 평민 복장을 하고 몰래 야행(夜行)을 나갔습니다. 시장 저자 거리에 나가 백성들의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어떤 시대인데, 국민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고집만 부리는가요? 지도자는 들어야 합니다. 들어도 백성의 말을 들어야지 신접한 여인의 말을 들으면 결국 패망의 길에서 무너지고 맙니다.

오늘 우리 사회의 혼란은 어디서 왔는가요? 듣지 않으려는 미련함, 고집스러움에서 왔습니다! 자기 측근 말만 듣는 것은 듣는 게 아닙니다. 자기와 다를 바 없는 이들의 말은 들어서 뭐 하나요? 자기와 다른 이들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그동안 이 나라가 실력도, 자질도 없는 신접한 한 여자에 의해 좌지우지 됐다는 게 말이 되는가요?

잠19:10에 “미련한 자가 사치하는 것이 적당하지 못하거늘 하물며 종이 방백을 다스림이랴” 합니다. 종이 방백을, 즉 종이 지도자들을, 전문가들을 다스린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하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꼭 그런 꼴이었습니다.

들어야 합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솔로몬처럼 ‘듣는 마음’을 달라고 간구하여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지혜가 생기고, 이 나라를 이끌고 크게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정치적인 설교를 하는 게 아닙니다. 나는 그 누구의 편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실 이 설교는 진작에 하고 싶었는데 두세 주간 추수감사 주제에 맞춰 설교를 하다 보니 못했던 것입니다. 나는 정치적인 성향은 사람마다 다 다르기에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강단에서 정치 설교를 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는 목사입니다. 그런 설교 하고픈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기본적인 것, 도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제 이 혼란을 어떻게 할 것인가요? 누구에게 하소연할 것인가요? 뒤집어엎을까요? 그러고 싶기도 하지만 그러자고 하는 이들을 보니 그들도 예전에 지독히도 국민 말 안 듣던 이들이더라구요.

그래요, 많은 사람들은 길거리로 나가지만, 우리 성도들은 기도의 골방으로 들어갑시다. 우리는 하나님을 상대하여 부르짖읍시다. 왜?

하나님은 들어주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 하나님 앞에 나아가 부르짖습니다. 탄원합니다. 마음을 쏟아놓습니다. 우리 하나님은 두렵고 떨리는 분이시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그 분은 잘 들어주시는 분이십니다. 특별히 예수 이름으로 간구할 때 우리 하나님은 응답해 주십니다. 역사해 주십니다.

그러기에 성경에서는 ‘부르짖으라. 간구하라. 두드리라, 기도하라. ...’ 고 우리에게 권합니다. 왜? 하나님은 들어주시는 분이기에 그러합니다. 혹자는 기도하는 것을 유약하다고 여기는데, 모르는 말입니다. 우리가 기도할 때 역사의 섭리자요 주권자인 하나님이 일하십니다. 내가 일해 봐야 그게 그건데, 하나님께서 일하신다면 역사는 엄청난 것입니다. 우리가 나라를 위해 기도할 때 하나님은 하늘 군대를 동원하여 이 나라를 둘러 진 치시고 보호하시고 평강을 베푸실 것입니다. 그러기에 하나님께 나아가 부르짖읍시다.

사람들이 자기 보고 수군거리어 매우 힘든 욥이 이렇게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욥기23:3-6 “내가 어찌하면 하나님을 발견하고 그의 처소에 나아가랴, 어찌하면 그 앞에서 내가 호소하며 변론할 말을 내 입에 채우고 내게 대답하시는 말씀을 내가 알며 내게 이르시는 것을 내가 깨달으랴, 그가 큰 권능을 가지시고 나와 더불어 다투시겠느냐 아니로다 도리어 내 말을 들으시리로다.”

하나님은 들으십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무슨 말을 해도 먼저 들으십니다. 헤아려 주십니다. 그러기에 어떤 이도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고 부르짖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 나아가 이 나라와 형편을 위해 더욱 간구합시다!

문제는 우리들입니다. 정치인들만 들으려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우리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자기만 고집 부립니다. 조금만 자기와 다르면 아예 외면을 합니다. 자기 생각과 다르면, 자기 고향이 아니면 상종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늘 자기 형편, 자기 사정만 내세우려 합니다. 집에서도 그러지 않습니까? 가족 간에도 자기 말만 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왜 그런지 들어주려고 조차하지 않습니까?

지혜는 들음에서 옵니다. 많이 들어주는 이가 지혜가 충만한 이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지혜로운 연대는 언제인지 아십니까? 노인입니다. 왜? 그 분들은 평생 들으면서 살았습니다. 들은 풍월이 어마어마합니다. 그러기에 학교 문턱에도 못 가본 어른들이 무척 지혜롭습니다.

들어주십시오. 적어도 들으려는 마음을 갖고 사십시오.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남편의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자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짜증내지 말고 들어주십시오.

내 어린 시절에 밥상머리 교육이 엄했는데, 밥상에 앉아선 어른이 수저를 들기 전에는 아이들은 수저를 못 들었고, 밥 먹으면서 말 하면 안 되었고, 쩝쩝 소리를 내어도 안 되었습니다. 밥 먹다가 방구를 뀌거나 화장실 다녀오겠다고 하면 야단을 맞았고, 밥을 남겨도 엄청 혼이 났습니다.

그런 시절에 엄한 할아버지와 자녀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데, 어린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말을 겁니다. ‘저 할아버지..’ 그러자 할아버지가 버럭 화를 내시며 그러십니다. ‘어허, 이게 무슨 버릇인고? 밥상에서는 말 하는 게 아니야. 다 먹고 나서 말하는 거야.’ 아이는 기가 죽었습니다. 이윽고 밥을 다 먹고 나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래, 얘야, 아까 하려던 말이 뭐냐?’ 그랬더니 아이가 그러더랍니다. ‘아까 할아버지가 드시는 국에 똥파리가 하나 빠졌는데 할아버지가 모르고 그냥 드시려고 해서 알려드리려고 그랬어요.’

들어야 합니다. 가족의 말을 들으십시오. 친구들의 말을 들으십시오. 목사의 말도 좀 들으십시오. 지혜는 들음에서 옵니다. 지혜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들음에서 옵니다.

그러기에 지혜로운 사람은 듣습니다. 듣지 않고 고집만 부리는 이는 미련한 사람입니다. 들으려 하지 않기에 미련해 집니다. “미련한 자는 명철을 기뻐하지 아니하고 자기의 의사를 드러내기만 기뻐하느니라.”(잠18:2) “마음이 지혜로운 자는 계명을 받거니와 입이 미련한 자는 멸망하리라.”(잠10:8)

솔로몬은 ‘듣는 마음’을 달라고 합니다. 왕이 되고선 백성의 말을 듣겠다는 것입니다. 자신은 평생 귀공자로, 제멋대로 살아왔는데 이제 통치자가 되어선 들으며 살겠답니다. 저 사람이 왜 저 말을 하는지, 백성들이 왜 힘들어 하는지, 저이는 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들어야겠답니다.

특히 ‘듣는 마음’, 그 의미가 뭘까요? 삶의 기본자세로 들으면서 살겠다는 것입니다. 평상시 들으려고 하는 기본 삶의 자세가 있어야겠다는 것입니다.

솔로몬만 그런 게 아닙니다. 우리도 필요합니다. 듣는 마음을 갖고 삽시다. 아니 들으려고 하는 마음의 자세를 갖고 삽시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교회에서도, 나라에서도 듣는 마음을 갖읍시다. 그런 이들에게 하늘의 지혜, 땅의 지혜가 샘솟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이 위기도 잘 듣는 이들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백성의 말을 듣는 이들을 통해 극복되어 가리라 믿습니다. 놈현스러운 이도 아닌, 근혜스러운 이도 아닌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백성의 말을 듣는 지혜로운 지도자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듣겠습니다 / 말씀하옵소서. / 너무 말을 많이 했습니다. / 이젠, 듣겠습니다. / 말씀하옵소서. // 그 누구의 말이라도 / 무시하지 말고 / 듣게 하옵소서. / 그 들음 속에 /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게 하시고 / 내가 해야 할 말을 알게 하소서. // 주님, 지금 우리 사회는 / 도무지 들으려 하지 않던 이들 때문에 / 말의 봇물이 터져 / 말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 모두가 겸허한 심령으로 / 들어야 할 말을 듣게 하시고 / 자기 목소리 크게 내세우다가 / 남의 말 못 듣는 일이 없게 하옵소서. /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그 어느 곳에서도 / 듣는 마음을 저희에게 주시사 / 지혜로운 삶을 살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