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오늘은 예수님의 생일인데, 실은 성경 어디에도 예수님이 12월 25일에 태어나셨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교회 역사에도 215년경에 죽은 교부 클레멘트가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날이 혹 5월 20일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했다는 기록만 남아 있을 뿐, 크리스마스가 지켜지고 있는 기록이 4세기 말까지는 없습니다. 그런데 왜 성탄절을 12월 25일로 정했을까요?

이런 기록이 있습니다. 교회가 창조기념일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3월 25일로 정하고 예수님의 잉태되신 날도 3월 25일로 정하여 그 후 10개월 만에 아기가 태어나니까 만 9개월 후인 12월 25일을 예수님 탄생 기념일로 정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 12월 25일이 태양신의 탄생 축일이기에 그날로 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당시에 로마를 중심으로 주변의 나라들이 태양신을 숭배하고 있었기에 이 이방의 태양신에 대항하여 기독교를 포교할 방법으로 태양이 상징하는 것처럼 참된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 12월 25일이라고 정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독교가 로마 국교로 공인된 후인 350년경에 최초로 그 해에 성탄절이 지켜졌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후 해마다 공식적으로 지켜진 것은 아니고 565-578년 사이에 유스틴 황제가 이 날을 의무적으로 지키도록 공포하였다고 합니다.

그 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성탄절 기념행사는 차츰 다양한 세속적이고, 이교적인 풍습이 들어와 변질되고, 또 그것은 기독교적인 것으로 토착화되어 왔습니다. 트리에다 촛불을 밝히는 것은 애굽과 로마의 풍습에서 기인했고, 어린이들을 지켜준다는 수호성자로 부르는 세인트 니콜라스(St. Nicholas)의 이름이 잘못 불려져 산타크로스가 되었으며, 이 니콜라스가 자선을 많이 한 것이 발전하여 공공연하게 선물을 나눠주는 풍습이 되었습니다. 징글벨이니 화이트크리스마스니 하는 캐럴들이 세속적인 성격을 가진 노래임은 말할 나위도 없는 것입니다.

“I'm dreaming of white christmas ..."하고 노래하는 빙 크로스비의 달콤한 목소리는 기분은 좋지만,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성서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일입니다. 예수님이 태어나신 팔레스틴에는 눈이 내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성탄절에 기쁜 마음으로 지키는 대다수의 행사들은 성경적인 의미보다는 이교적인 배경에서 출발한 것들입니다.

그러면 성경은 예수님의 태어나심에 대해서, 크리스마스에 대해서 어떻게 말씀하고 있습니까? 크리스마스가 기록된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는 유독 예수님의 탄생에 대한 연도나 일시를 밝히는 데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누가복음에서 “그 때에 가이사 아구스도가 영을 내려”라는 역사적 사건만을 기록하고 있을 뿐입니다.

도리어 성경에서 관심 있게 보여주는 것은, 예수님의 탄생은 철저히 예언의 성취로 이루어진 것이며 성령으로 잉태되어 동정녀의 몸에서 베들레헴에 태어나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날짜를 기록하기 보다는 오히려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곳의 형편을 기록하는 데 관심을 더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경은 크리스마스에 관하여 그 어떠한 화려한 형식과 절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하나님의 아들이 예언을 따라 이 낮고 천한 마구간에 태어나셨다는 사실만 전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성경의 기록이 크리스마스에 관련하여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뭔가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언이 이루어졌음을 말하기도 하고, 하나님이 우리를 이토록 사랑하신다는 것을 말하기도 하고, 하나님이 가난한자들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을 말하기도 하며, 하나님께서 하시고자 할 때는 능치 못함이 없다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번 성탄절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특별히 주시고자 하는 메시지는 뭘까요? 나는 성탄에 관한 말씀을 묵상하다가 올해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성탄의 메시지를 이렇게 받았습니다. 궁금하시죠?

성탄은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용납하셨음을 의미합니다. 즉 자기 백성들을 돌아보시고, 그 죄인들을 받아주셨다는 것입니다. 죄인이 어디 거룩한 하나님 앞에 설 수 있겠습니까? 결코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외아들을 세상에 보내시며 이름을 미리 주셨는데, 그 이름이 예수입니다. 예수란 뜻이 뭔가요? 마 1:21절,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할 자 이심이라.”

예수님은 죄인인 자기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 오신 분이십니다. 즉 죄인들을 하나님께서 궁극적으로 돌아보시기 시작하셨음을 뜻합니다. 죄인들을 용납, 받아주시기 위해 예수님을 이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거룩한 하나님이 어떻게 죄인을 받아줄 수 있습니까? 죄인은 반드시 죽는다고 선언한 하나님께서 어떻게 죄인을?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예수 안에 머무는 죄인들을 받아주시기 위해 예수님을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그 죄인들을 돌아보시고, 용납하시고, 도와주시기 위해 하나님은 예수님을 보내셨습니다.

여러분, 예수님은 잘난 나를 위해 오신 분이 아니십니다. 부족한 나, 늘 넘어지는 나, 언제나 마음뿐인 나를 붙들어주고, 그래도 너는 괜찮은 인간이야 하고 하나님의 위로와 격려를 전해 주기 위해 오신 분이십니다. 나 스스로 하나님 앞에 설 수 없다고 여기는 데, 그래도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신다고 일러주시기 위해 오신 분이십니다. 하나님은 나를 용납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나를 받아주셨습니다. 믿습니까? 바로 아멘 하는 여러분을 위해 예수님은 오셨습니다.

하나님만이 아닙니다. 첫 번 성탄절 그 현장엔 이 못잖은 받아줌의 사랑이 깔려 있습니다. 오늘 읽은 본문에 요셉이 등장하는 데, 5절에 이렇게 나옵니다. “그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호적 하러 올라가니 마리아가 이미 잉태하였더라.”

요셉은 마리아와 약혼은 하였지만 동침한 적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1:34절에 보면, “마리아가 천사에게 말하되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니 어찌 이 일이 있으리이까?”합니다. 이때까지 요셉은 결코 마리아와 동침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마리아를 보니 배가 불렀습니다. 이런 기막힌 일이 있습니까? 마리아가 잉태한 씨는 도대체 누구의 씨입니까? 요셉으론 기막힌 일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누가복음에는 아무리 봐도 이런 마리아를 요셉이 어떻게 부인으로 데리고 왔는지 설명이 없습니다. 도리어 요셉이 고민 고민하다 천사의 방문을 받고 마리아를 부인으로 데리고 오게 된 과정은 마태복음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복음의 기록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요?

이 말은 다시 말해, 요셉이 결국 마리아를 용납했다는 것입니다. 자기 부인 될 여인이 자기 씨가 아닌 다른 씨를 받았다는 것이 어디 받아들이기 쉬운 일인가요? 그러나 요셉은 마리아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곤 아무런 말도 없이, 불평이나 투덜댐 없이 마리아의 보호자로 오늘 성경에 등장합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예능교회 구봉서 장로님의 일화 중에 잘 아는 이야기가 있죠? 구 장로님이 집사 시절에 목사님이 성경공부를 하며 마리아의 동정녀 탄생 이야기를 하자, 어떤 연예인이 결코 믿을 수 있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어떻게 처녀가 아기를 잉태하느냐고 믿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구 장로님이 그 사람 뒤통수를 탁 치며 그랬답니다. “야, 임마, 그 여자 남편이 믿었는데 니가 뭔데 안 믿어?”

요셉은 자기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마리아의 잉태 사실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곤 보호자로 등장합니다.

받아줄 수 없는 이를 받아주자. 그게 성탄을 제대로 보내는 이입니다. 용서할 수 없는 이를, 이해해 줄 수 없는 이를, 생각만 해도 기분 나쁜 이를 그저 용납하고 받아주는 것, 그게 성탄의 정신입니다. 아니 첫 번 성탄절은 바로 이 큰 요셉의 사랑이 깔려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우리도 서로 용서하고 용납합시다.

그런데 간과할 수 없는 것, 그것은 이렇게 하나님도 죄인들을 받아주시고, 요셉도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서 약혼녀 마리아를 받아주어 보호해 주는데, 정작 하나님의 아들을 기다리던 인간들은 그 하나님의 아들 메시아를 용납지 않고 있습니다. “거기 있을 그 때에 해산할 날이 차서 첫아들을 낲아 강보로 싸서 구유에 뉘었으니 이는 여관에 있을 곳이 없음이러라.”

그날 밤 만삭의 부인이 나타났음에도 여관에 방이 없어서 짐승들이 있는 마구간으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모진 사람들입니다. 모진 세상입니다. 정작 자기들을 위해 오시는 메시아를 거절하고 마구간으로 보내는 이들입니다.

물론 그 아기가 메시아인줄 알았다면 그러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말이죠, 상식적으로, 기본적인 인간의 정, 기본적인 인간다운 마음이 없으면 그 누구도 다 똑같습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지 않는 이는 하나님을 거절하는 입니다! 타종교는 모르겠는데 기독교는, 성경은 하나님을 사랑한다면 사람을 사랑하랍니다. 인간의 기본 도리를 지키랍니다.

마 25장에 보면 인류 최후의 심판이 나오는데, 거기서 축복의 자리에 서는 양과 저주의 자리로 내몰리는 염소, 그 판단의 기준은 다른 것 아니더라구요. 없는 사람을 돌아 봤느냐, 아픈 이를 찾아가 주었느냐, 헐벗은 이에게 옷을 주었느냐, ... 뭐 이런 인간의 기본 도리이더라구요.

그날 밤 베들레헴의 사람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대단한 신앙심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정, 도리였습니다. 만삭의 여인을, 그 추운 밤에 어떻게 마구간으로 보낼 수 있느냐는 말입니다. 그저 그 동네 사람들이, 그 여관에 들은 사람들이 인간적인 기본 마음만 제대로 있었다 해도 그 만삭의 여인을 위해 방을 내주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직 자기만이 중요하고, 자기 편리함만이 중요했기에, 다른 이들은 어찌되든 상관이 없다는 지독한 이기주의에 빠져 정작 메시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 쫓고 말았습니다. 혼자 지내는 것, 좋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 의식, 기본 삶의 자세를 잃지 맙시다. 어려운 이를 도와주는 것, 불쌍히 여기고, 긍휼히 여기는 것, 그것만은 잃지 맙시다.

사랑하는 여러분, 성탄의 메시지는 받아줌입니다. 서로 받아줍시다. 하나님께서도 우리를 받아주셨습니다. 요셉도 이해할 수 없는 약혼녀 그 불쌍해 보이는 여인을 받아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날 밤 따뜻한 여관방에서 자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자기가 제일 하나님 잘 섬긴다고 잘난 체 하던 사람들, 그들은 인간의 기본 양심을 외면하고 만삭의 임산부를 추운 마구간으로 보내며 하나님의 나라를 대망한다 했지만, 메시아를 기다린다 했지만, 그들은 결국 하나님의 나라, 임하는 메시아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왜? 자기들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받아줍시다. 그게 아들이건, 딸이건, 아버지건, 어머니건, 친구이건, 이웃이건 성탄의 기쁨을 안다면 받아줍시다. 예수님은 평화의 왕으로 오셨습니다. 모든 이들과 평화 하십시오. 그리할 때 그에게 성탄의 더욱 큰 기쁨과 축복이 임할 것입니다.

올해 성탄의 메시지는 받아줌입니다. 이후에라도 용서하고 용납하며 서로 받아주는 축복의 역사가 여러분에게 충만하기를 평화의 왕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