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저서 ‘예수'는 꾸준히 서점가에서 팔리고 있다고 한다. 나라가 어렵고 세상이 힘들어지면서 예수 믿는 사람들이 많아짐은 절대자에 대한 의지 및 동경이리라.

“나는 80여 년 책과 더불어 살았다. 그리고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는 예수의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그는 ‘예수'의 집필 동기를 “만일 나와 내 친구들이 젊었을 때 성경을 직접 읽지 않아도 ‘예수가 누구인지 우리와 상관이 있는지' 묻는다면 권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왜 예수에게는 그의 인간다움을 넘어 종교와 신앙적 질문에 해답을 주는 뜻이 잠재해 있는가를 찾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를 알기 위해 성경 4복음서를 다 읽는 것도 부담이 되거니와 고전 및 역사적으로 해석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이들을 위해 4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기록된 내용을 알기 쉽게 기술했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그의 설명대로 4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를 기록된 내용대로 살펴본 책이다. 이야기는 예수가 세례 요한을 만나기 위해 떠나는 장면을 시작으로 시간 순차대로 전개되고 있지만 저자는 4복음서를 단지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예수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하나의 스며든 뜻을 세밀하게 건져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예수의 죽음의 순간에 대해서는 마가복음과 마태복음에 의하면 예수는 십자가에 달리고 긴 시간이 지난 뒤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라고 외쳤다. 몇 사람이 그 말을 듣고 “보라, 엘리야를 부르고 있다. 과연 엘리야가 와서 저를 구해줄 수 있을까”라면서 의아심을 품었다고 전해준다. 그러나 예수가 외친 이 말은 시편 22편 첫머리에 나오는 것이다. 왜 예수는 시편 22편 첫머리를 외쳐 불렀을까. 전반 부분이 예수가 당하는 고통을 묘사해 주었기 때문이다.

22편 중간에는 모태 때부터 나를 경륜해 주신 하나님에 대한 충성과 믿음에는 변함이 있을 수 없다는 뼈저린 신앙고백이 들어가 있다. 끝부분에는 온 무리들 가운데 이 사건이 전해질 것이며, 하나님의 뜻은 영원하다는 찬양을 포함하고 있으며, 예수는 이 찬양의 첫 부분을 죽음을 앞에 둔 고통 속에서 외쳤던 것이다. 뜻이 있는 사람은 깨달았을 것이며, 믿음이 있는 사람은 뉘우칠 수 있기 위해서 그리고 신념을 다짐하는 뜻에서도. 그러나 한편 이 고백은 모든 사태를 지켜보면서 남긴 인간과 역사에 관한 지극한 사랑의 발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98세의 노구에도 건강하게 강의‧특강을 하면서 전국을 누비는 김형석 교수는 진정 예수님의 제자임에 틀림없다.

사순절 기간에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한국장로신문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