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 나이 스물 아홉에 14 시간을 출산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려서야 아기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그리고 그 기쁨을 나는 잊을 수 없다 .

서른 일곱 살에 그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갔고 , 학교에 다니면서 우등상장을 처음 타왔을 때 , 나는 그 상장을 액자로 만들어 방에 걸어놓고 쳐다보고 또 쳐다 볼 때마다 행복하였었다 .

마흔 여덟에 아이가 대학 입학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 직장에 나가기는 했지만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그렇게 가슴이 울렁거리고 초조할 수 없었다 .

쉰 세 살에 딸은 첫 월급을 타서 내 내의를 사왔고 , 쓸데없는 데 돈을 썼다고 나무랐지만 밤늦은 시간에 내의를 입어보고 또 입어보고 만져보면서 행복해 했다 .

예순 한 살에 딸이 시집을 갔다 . 그 날 , 딸은 도둑놈 같은 사위 얼굴을 쳐다보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데 , 나는 멀찍이 서서 눈시울이 뜨거워오는 것을 느꼈다 .”

아버지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 옛날 중국 진나라에 환온이란 장수가 촉나라로 가기 위해 양자강을 거슬러 올라가던 중 병사 하나가 강변에서 놀고 있던 새끼 원숭이 한 마리를 붙잡아 배에 실었습니다 . 그러자 새끼를 잃은 어미 원숭이가 강변을 따라 함선을 좇아오기 시작했습니다 . 따라오다 지치면 포기하겠지 생각했는데 , 어미 원숭이는 100 여리 , 40 여 km 를 슬피 울며 계속 따라왔습니다 .

그러다 폭이 좁은 협곡에서 어미 원숭이는 새끼를 태운 배를 향해 몸을 날려 새끼 원숭이를 껴안고는 그 자리에서 죽었습니다 . 아무런 외상도 없는데 죽었기에 사람들이 이상해서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있었습니다 . 새끼를 잃은 극심한 슬픔과 절망 때문에 그리 되었다고 해서 이후로 사람들이 견디기 힘든 큰 슬픔을 단장의 슬픔 , 단장지애 (斷腸之哀 ), 창자가 끊기는 아픔 , 슬픔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

언젠가 우연히 국군의 방송을 들었는데 , 어버이날이라고 DJ 가 어느 사병의 집에 전화를 걸어 제대말년의 그 집 아들 이름을 대며 ‘병장 누구의 어머니시냐 ’고 확인하고는 잠시 기다리라 하였습니다 . 그리곤 다시 그 제대 말년의 병장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은 어버이날이니 어머님께 예상치 못한 기쁨을 드리자 ’ 하며 , 상황도 알지 못하는 그 어머니와 갑자가 대화를 하게 하였습니다 .

반응이 어땠을까요 ? 그 어머니는 아침 일찍 웬 낯선 사람이 전화를 하더니 , 갑자기 아들 이름을 대고는 잠시 기다리라고 하자 , 제대 말년의 아들이 혹시나 잘못되었는가 싶어 순간적으로 긴장을 하는데 , 그 목소리가 얼마나 떨던지 ...

예상치 못한 기쁨을 드리자 했던 그 방송의 DJ 와 PD 는 군에 아들을 보낸 어머니의 마음을 전혀 모릅디다 . 집 나간 아들 , 돌아올 때까지 따뜻한 방에서 못 주무신다는 게 우리네 어머니의 마음 아닌가 !

이런 어머니 , 이런 아버지의 사랑과 정성으로 큰 것이 자식입니다 . 종종 동물의 세계에서 짐승들이나 곤충들이 자식을 키우며 애정을 쏟는 것을 보며 감탄 하는 데 , 인간은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애정을 쏟았습니다 . 그걸 보며 자녀들이 감탄하는데 , 자기들은 그것보다 더한 사랑과 희생 속에 큰 걸 모릅니다 .

정말 인간은 부모를 향해서만 큼은 염치없는 동물인 것 같습니다 . 이런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자랐으면서도 부모 공경은 어떻게 합니까 ?

어린이날에 비싼 장난감들을 준비한 가게는 돈 벌고 , 어버이날을 맞아 비싼 선물들을 준비한 가게들은 망한답디다 . 자기 자식을 위해서는 아무리 비싸도 , 최고의 선물을 사 주는데 , 자기 부모를 위해서는 비싼 선물은 피하며 생색만 내는 추세라고 합디다 . 참 이상하지요 ? 결국 자기가 그 부모가 될 텐데 말이죠 .

예수님 시대에도 이런 기막힌 머리 굴림이 있었습니다 . 레 1:2 에 “이스라엘 자손 중에게 말하여 이르라 . 너희 중에 누구든지 여호와께 예물을 드리려거든 가축 중에서 소나 양으로 예물을 드릴지니라 .”하였습니다 . 여기서 ‘예물 ’이란 단어가 ‘고르반 ’입니다 . 자기가 갖고 있던 어떤 재물을 ‘고르반 !’하였다 하면 하나님께 드렸다 하여 절대로 손을 대지 못하였습니다 . 하나님께 드림이 우선적이고 , 드려진 것은 신성하다는 사실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

그런데 인간이 얼마나 머리를 악하게 굴렸는가 하면 , 마땅히 부모님께 드려야 할 것인데 , ‘고르반 ’하면 그건 하나님께 드려진 것이기에 부모님께 안 드려도 드린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다 했다는 것입니다 . 사회 지도자들 장로들이 그렇게 가르쳤다는 것입니다 . 그게 그 사회의 전통이 되었습니다 .

그러니까 ‘고르반 ’ 제도는 하나님 우선주의 , 하나님께 대한 헌신을 강조하기 위해 생겨난 제도인데 , 인간이 얼마나 못 됐는지 그 좋은 제도를 부모 공경을 안 하는 데 악용했습니다 . 참 못됐지요 ? 하필이면 부모님께 드려야 할 것으로 그렇게 합니까 ? 아니 다른 것으로 할 일이지 , 부모님께 드려야 할 것으로 하나님께 드렸으니 부모님께 드린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왜 그랬을까 ? 이건 마치 ‘아버지 , 이번 달엔 교회에 특별헌금할 게 많아서 용돈 못 드려요 ’하는 것입니다 .

8 절 , “너희가 하나님의 계명은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느니라 .” 하나님의 계명과 사람의 전통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

9 절 , “또 이르시되 너희가 너희 전통을 지키려고 하나님의 계명을 잘 저버리는도다 .” 사람의 전통을 지키려고 하나님의 절대 계명을 버린다는 책망이십니다 .

10 절 , “모세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 하고 또 아버지나 어머니를 모욕하는 자는 죽임을 당하리라 하였거늘 ” ‘모세는 ’ 이라는 뜻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란 뜻입니다 . 절대 율법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 즉 하나님께서는 부모를 공경하되 , 그렇지 않은 자는 돌로 치라고 까지 하셨습니다 .

11 절 이하 , “너희는 이르되 사람이 아버지에게나 어머니에게나 말하기를 내가 드려 유익하게 할 것이 고르반 곧 하나님께 드림이 되었다고 하기만 하면 그만이라 하고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다시 아무 것도 하여 드리기를 허락하지 아니하여 너희가 전한 전통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폐하며 또 이같은 일을 많이 행하느니라 하시고 ” 즉 너희는 고르반 제도를 악용하여 하나님의 절대 명령 부모 공경을 못하게 한다는 책망입니다 .

14 절 , “무리를 다시 불러 이르시되 너희는 다 내 말을 듣고 깨달으라 !” 정말 제대로 알아들으라는 뜻입니다 .

여러분 , 우리는 여기서 매우 중요한 것을 보게 됩니다 . 예수님께서 구분하시기를 , “절대적인 하나님의 계명 ”이 있고 , 또 “너희의 전통 , 즉 장로들의 전통 ”이 있답니다 .

절대적 하나님의 계명을 따르면 부모 공경은 절대적이요 , 그렇지 않으면 돌로 치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 그런데 장로들의 전통 , 즉 사람들이 제도를 세워 가르친 바에 따르면 , 부모 공경도 잠시 멈출 때 , 접어 둘 때가 있는데 , 그것은 하나님께 먼저 드릴 때 , 하나님 우선주의로 헌신이 앞설 때 부모 공경은 접어둬도 된다고 가르쳤습니다 .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이런 태도에 흥분하십니다 . 애들 말로 핏대를 세우십니다 . 부모 공경은 하나님의 계명으로 절대적이요 , 고르반 제도 , 비록 하나님 우선주의에서 나온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하나님의 절대 계명이 아닌 인간이 만든 것으로 , 우리는 이 둘이 서로 부딪힐 때 무엇부터 순종하고 따라가야 합니까 ? 하나님의 계명 , 부모 공경이 우선이다는 것입니다 !

놀라운 일 아닙니까 ? 하나님 먼저라고 해서 하나님께서 ‘그래 , 그래 고맙다 ’하는 분이 결코 아니십니다 . 도리어 부모 공경을 뒤로하고 하나님 공경부터 한다고 하는 이들을 향해 , ‘너희가 너희 전통을 지키려고 하나님의 계명을 잘 저버리는도다 !’하고 책망하십니다 .

조금 위험성이 내포된 말이지만 , 어떤 이가 이런 표현을 합디다 . “부모는 눈에 보이는 하나님이시다 .” 어찌 부모님이 하나님의 위치에 올라가겠습니까 ! 우리들의 신앙 세계에서 볼 때 절대로 그럴 수는 없습니다 .

다만 자식의 부모 공경은 그만큼 절대적이라는 것입니다 . 하나님을 공경한다는 구실로 부모 공경을 소홀히 하면 , 그건 하나님의 뜻이 절대로 아니란 것입니다 . 부모 공경은 인간이 이런 저런 구실로 이렇게 저렇게 희석시킬 수 있는 대상의 것이 아니란 뜻입니다 !

전통 , 그 공동체에 속한 이들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 그런데 말이죠 , 아주 놀라운 것을 예수님께서 구분하셨는데 , 부모 공경은 우리네 전통이 아니랍니다 . 부모 공경은 전통이 아니라 하나님의 절대 명령 , 말씀이랍니다 . 전통 보다 앞서는 하나님의 계율이랍니다 . 전통은 필요에 따라 개혁할 수 있지만 , 주의 말씀 , 명령은 일점일획이라도 변화가 없습니다 . 다 그대로 순종해야 합니다 . 그래야 삽니다 !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는 계명입니다 .

“너희가 하나님의 계명은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느니라 . 또 이르시되 너희가 너희 전통을 지키려고 하나님의 계명을 잘 저버리는도다 .”

부모 공경은 우리의 전통이 아닙니다 . 그건 하나님의 축복과 약속이 담겨 있는 절대 명령입니다 !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엡 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