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에 빵장수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빵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에게 공급하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매일 아침 버터를 공급해 주는 가난한 농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납품되는 버터를 보니까 정량보다 조금 모자라 보였습니다. 그래서 며칠을 두고 버터를 저울로 일일이 달아 보았는데, 예측대로 정량 미달이었습니다. 화가 난 빵장수는 버터를 납품하는 농부에게 변상할 것을 요구하고 법정에 고발했습니다. 이 재판을 맡은 재판관은 체포된 농부의 진술을 듣고 놀랐습니다. 버터를 공급했던 가난한 농부의 집에는 저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빵장수가 만들어 놓은 1파운드짜리 빵의 무게에 맞추어서 버터를 자르고 포장해 납품했던 것입니다. 문제는 그 빵장수가 이익을 더 남기기 위해 자신의 1파운드짜리 빵의 규격을 조금 줄이고 양을 줄였던 것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농부는 줄여서 만들어진 빵에 맞추어서 버터를 만들었으니 당연히 그 버터가 함량미달이 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 대가는 버터 장수인 농부가 아니라 빵장수가 치러야 했던 것입니다.

 

대통령이 추천한 장관 후보들을 보니, 과거 야당일 때 여당 후보를 낙마시켰던 부적격 사유가 똑같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적폐청산을 외치며 등단한 청와대의 도덕 불감증, 정당한 요구에 귀를 막으면서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만과 자폐에 빠진 집단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비판이 들려옵니다. 과거 야당시절 여당의 후보들에게 들이댔던 그 잣대로 자신을 돌아보면 단 하루도 더 후보자 자리에 머물러 있지 못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판단할 때와 남을 판단할 때, 완전히 다른 이중 잣대를 적용합니다. 자기 자신에게는 관대한 기준을, 타인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세우곤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잘못은 쉽게 용서하고 타인의 잘못은 가혹하게 대합니다. 내 자신은 얼마나 진실되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자기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우리가 아닌, 남에게는 관대하고 자기에게는 엄격한 우리가 될 때 우리 사회는 더욱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입니다.

 

시인 신경림씨가 지은 “동해바다-후포에서”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한 잘못이 맷방석만 하게

동산만 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 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 보다.

 

멀리 동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