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나이에 매우 민감합니다. 사람을 만나게 되면 일단 나이부터 확인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내 나이가 상대방 보다 많기를 기대합니다. 내 나이가 상대방보다 적으면 괜한 위축감마저 느끼게 됩니다. 내 나이가 더 많으면 ‘음~ 내가 형이구나!’ 하면서 상대방을 하대하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은 외국인들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한국인들만의 특징입니다. 연장자를 존중하는 서열의식이 뿌리 깊고, 유난히 존댓말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나이 또래를 만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같은 나이 또래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나는 저만큼 늙진 않았겠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모습은 한국인이나 외국인이나 모두 공통인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유머가 신문에 실렸습니다. 치아 치료를 위해 치과 병원을 찾아간 어떤 여성이 쓴 글이었습니다.

 

치과에 들어선 나는 진료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병원 주위를 살펴보니 벽에 담당 의사의 치대 졸업장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의사의 이름을 보는 순간, 갑자기 근 40년 전 고등학교 시절에 같은 반을 했던 같은 이름의 그 크고 멋지게 생긴 검은 머리의 남학생이 떠올랐습니다. ‘혹시 이 사람이 그 당시에 내가 남몰래 좋아했던 그 친구일까?’하고 혼자 생각하고 있는데, 그 의사의 얼굴을 본 순간 그런 생각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대머리에다 회색 머리칼에 주름살이 깊게 나 있는 이 사람이 자신의 동급생이기엔 너무 늙어 보였습니다. 혹시나 해서 진료를 다 마친 뒤에 그 의사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문화고등학교에 다니지 않으셨나요?” “아, 그래요. 그 학교 졸업했습니다. 제가 공부 좀 했지요.” 자긍심을 보이며 그는 활짝 웃었습니다. “언제 졸업했습니까?” “1975년에… 그런데 왜 그러시죠?” “그럼 우리 반이었네!”라며 내가 맞장구쳤습니다. 그러자 그 추하게 생긴 대머리에다, 주름살 가득한, 늙어 빠진, 회색 머리의 그가 나를 자세히 쳐다보더니 묻더군요. “잘 생각이 안 나는데… 혹시 무슨 과목 가르치셨는지요???”

 

나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성숙입니다. 나이가 들었지만 그만큼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않으면 추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앙의 연수만큼 영적으로 성숙하지 않았으면 비웃음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나이보다 얼굴이 더 젊어 보이려 하기 보다는 나이가 든 만큼 예수님을 더 닮은 인격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 사귀어 살면 주 닮으리니

널 보는 이마다 주 생각하리

(찬 420)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