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잠자는 듯 죽은 듯

깡 추위에 갇혀 겨우 목숨 부지했지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산등성이

기지개 켜며 빼꼼히 눈 뜨던 날

세상은 아름다워라

천지는 고와라

산책길 나선 동네 아저씨 눈길

아줌마 손길

한마디 고백

‘아유 예뻐라’

살맛나는 세상에 태어났지요

 

-푸른 잎-

화려했던 세상 지나

짙은 녹음 덮는다

너도 나도 앞 다퉈 태양빛에 목숨건다

뿌리에서 뻗치는 강렬함

이파리에 쏟아지는 빛 잔치

푸르러라 더 푸르러라

세상을 푸르게

악취나는 세상 더러운 군상

피톤치드 뿌리자 또 뿌리자

향기로운 세상 될 때까지

 

-낙엽-

세상을 호령하며 꿈꾸었던 청년 기백 떨어지고

가는 세월 따라 자꾸만 약해진다

가지 끝에 매달려 얼굴 붉도록 소리쳐 본다

‘우리 힘으로 세상을 바꿔 보자’

백두산 정기 흘러

백두대간 지나 한라산에 이르도록

세상을 아름답게 바꿔보자

단풍과에 속한 것들아 모두 모여라

 당단풍과 신나무 고로쇠나무 시닥나무 부게꽃나무 산겨릅나무 복장나무

찬 바람이 분다

땅바닥을 아름답게

굴러나 보자

 

/보배로운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