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골동품 가게에 오랫동안 팔리지 않은 상품이 있었는데, 어느 날 직원이 실수로 가격표에 0을 하나 더 붙였더니 하루도 되지 않아 팔렸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가 제품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가격이 비쌀수록 소비는 줄어들어야 하고,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가 늘어가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 가격이 올라갈수록 오히려 소비가 늘어가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을 가리켜서 ‘베블렌 효과’라고 합니다.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란 남들보다 돋보이거나 뽐내고 싶어서 비싼 물건일수록 사려고 달려드는 인간의 심리를 설명하는 경제용어입니다.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으로,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발생하거나, 부유층이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하는 과소비를 중산층과 서민층에서 따라하게 되면서 발생합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으스대기 위하여 몇 천 만원에 달하는 가방, 수 천 만원대의 옷, 수 억 원대의 자동차를 선뜻 구입하는 사람들의 소비 심리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명절 때마다 명절선물세트로 등장하는 갈비, 굴비 등의 상품이 평소보다 수 십 배가 뛰어도 그 수요는 오히려 증가한다고 합니다. 같은 크기의 굴비세트라도 일반 대형마트에서 판매할 때의 가격과 백화점에서 판매할 때의 가격이 확연히 다른 것도 결국 이런 현상을 이용한 것입니다. 이러한 심리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것이 소위 말하는 명품입니다. 걸치기만 해도 남들이 우러러보는 샤넬, 구찌, 루이비통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물론 이 상품들은 확실히 품질이나 완성도 면에서는 단연 최고이며, 그 디자인은 아름다움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이것들의 가격은 그 품질에 비해 엄청난 것도 분명 사실입니다.

 

성경에서는 이런 모습을 가리켜서 ‘이 세상의 풍조를 따르는 사람(엡2:2)’, ‘눈의 욕망과 세상 살림에 대한 자랑(요일2:16)’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제 2017년이 저물어 갑니다. 열심히 부지런히 달려왔지만 무엇을 위해서 애쓰고 힘썼는지, 무엇 때문에 마음 졸이며 힘들어 했는지 돌아봅시다. 영원한 것을 위해 덜 중요한 것을 포기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바른 생각, 바른 마음을 갖게 하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체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세상 살림에 대한 자랑은

모두 하늘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일2:16)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