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 화홍문 근처에 주변 건물에 비해 너무나 낡은 동신교회가 있습니다. 이 동신교회는 일본 최초의 조선선교사 노리마쓰 마사야스(1863~1921)가 개척하여 설립한 교회입니다.

 

노리마쓰는 일본 시고쿠(四國) 북서부 지역 사무라이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는 가나가와 현청 공무원으로 살아가던 중 하숙집 주인의 전도로 요코하마 카이간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에서 예수님을 만나 새 삶을 살게 된 노리마쓰는 장래가 보장된 관직을 버리고 메이지학원대학 신학부에 입학하여 목회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 후 노리마쓰는 전도활동을 하다가 조선에서 건너 온 박영효를 만나면서 조선 선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박영효는 김옥균과 함께 갑신정변에 실패한 뒤 일본에 망명 중이었습니다. 청일전쟁 후 일본에 의해 명성황후 시해사건이 일어났을 때 노리마쓰 목사는 매우 가슴 아파했으며, 조선의 비극적 상황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신앙적 결단을 하게 되어 조선을 위한 선교사로 헌신했습니다.

 

노리마쓰는 1897년 12월 11일 고베를 출발해 27일 밤 제물포항에 도착했습니다. 강추위에 한강 물이 얼어 배 운항이 중단돼 말을 빌려 타고 수원에 짐을 풀었습니다. 그가 수원에 정착한지 한 달 후 첫 조선인 열매를 맺었다는 내용을 기도편지에 써서 일본에 보냈습니다. “서문 밖 서호에 쉬러 갔는데 한 무리의 부인들이 항미정이라고 하는 곳에 머물러서 저희 가족이 있는 것을 보고 떡 등을 우리에게 주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잡지를 주었습니다. 여기서 노인 이창민 씨가 신앙을 고백하고 정자 아래 폭포수 밑에 내려가 세례를 받고자 해 주의 이름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노리마쓰는 철저히 현지인이 되어 살았습니다. 의복도, 식기도, 주택도 모두가 조선식으로 살았습니다. 그의 아들 요시노부는 조선어 밖에 할 줄 몰랐습니다. 일부러 일본어를 가르치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사람들은 이것이 노리마쓰의 조선 전도가 축복 받은 이유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후원자가 없던 선교활동은 쉽지 않았지만, 부부는 짚신을 신고 다니며 전도지를 나눠주었습니다. 몰려드는 아이들에게 안약을 넣어주었고, 또 물가에 데려가서 씻겨주었습니다. 어른들에게는 치통과 피부병 약을 주어 낫게 했습니다. 때로 먹을 것이 없어 비지로 연명하다 쓰러지기까지 했습니다. 어느 해 여름이었습니다. 보릿고개로 양식이 떨어졌을 때 지방의 성도들이 그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노리마쓰는 아내 사토오에게 식사준비를 요청했지만 쌀통에 쌀이 없었습니다. 눈물 짓던 부인 사토오는 궁리 끝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달비로 팔아 쌀을 샀습니다. 이렇듯 한국식으로 살며 어떻게든 이웃을 살피는 그를 동네 사람들은 ‘성자’로 불렀습니다.

 

가난한 전도자의 순종하던 부인 사토오는 결혼 10년째 폐렴으로 투병했습니다. 죽기 전 그녀는 어린 4형제를 모아 놓고 말했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사이좋게 지내라. 엄마는 예수님 곁에 가도 주님은 언제나 변함없이 너희들을 사랑하며 보호해주시니까 항상 예수님을 의지해라. 예수님이 곧 오실 때 또 만날 수 있으니까…”

사토오는 수원 광교산에 묻혔습니다.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