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1926), 제목만 보고도 눈물이 핑 돌던 내 젊은 시절이 있다. 일본의 강점기, 그들이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고 억누르던 그런 시절의 아픔을 느끼던 시절이 있었다.

어릴 적 교회에 가면 장로님들은 늘 모세 이야기를 해 주셨다. 애굽에서 해방의 역사를 펼친 모세의 이야기, 나라 사랑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이었다. 교회 다니는 것과 나라 사랑은 동일한 느낌이었다. 강단 위엔 늘 태극기가 놓여있었다.

그 배후가 아무래도 3.1 독립운동과 관련이 있었을 것 같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독립운동을 일으켜 확산시킬만한 조직이 없었다. 그러나 곳곳에 세워진 교회를 통해 운동은 전국적으로 번져나갈 수 있었다. 당시 남북한 전체 인구는 1,600만 명 정도, 그중에 기독교인은 30만 명으로 1.86%!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독교인들이 참여했다. 평양 장대현 교회를 비롯한 거의 모든 교회들이, 일본의 심장 동경에서조차 기독청년(YMCA)들이, 상해 임시정부의 주 구성원들 거의 모두 기독교인들이었다.

그랬기에 당시 47개의 교회당이 군화 발에 유린되었고, 많은 성도들이 옥에서 고초를 겪고, 세상을 떠났고, 수원 제암리 교회에선 일제가 성도들을 모아 놓고 불을 질러 몰살시켰다.

미국 기독교 연합회는 1919년 4월에 발행한 ‘삼일운동 비사’(The Korean Situation)에서 “한국 교회는 참혹한 식민 통치 아래에서도 소망을 포기하지 않았던 유일한 부류의 한국인들”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경배 교수의 한국교회사를 보면, 당시에 “예수를 믿는다는 말과 독립 시위에 참여한다는 말은 동의어가 되었다”라고 증언하고 있다.

일제의 강압적인 식민 통치로 이 민족이 절망에 빠졌을 때, 한국 교회는 이 암흑같은 현실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았고 도리어 사람들에게 소망을 비추어주는 등대 역할을 했다. 이제 그 삼일 독립운동 100주년, 다시는 나라를 외세에 빼앗기지 말고, 건강한 나라, 행복한 나라, 자유와 복음의 축복을 받은 나라로 후세에게 물려주는 역사가 교회를 통해 이어지기를 기도한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