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27:3-54

3 그 때에 예수를 판 유다가 그의 정죄됨을 보고 스스로 뉘우쳐 그 은 삼십을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에게 도로 갖다 주며
4 이르되 내가 무죄한 피를 팔고 죄를 범하였도다 하니 그들이 이르되 그것이 우리에게 무슨 상관이냐 네가 당하라 하거늘
5 유다가 은을 성소에 던져 넣고 물러가서 스스로 목매어 죽은지라


1. 오래 전부터 이런 우스개 글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습니다.

“죽고 싶나요? 가장 먼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하루 동안 아무것도 먹지 말아 보세요. 배고파 죽습니다. 죽지 않았다면 앞선 하루 동안 못 먹었던 음식을 쌓아 놓고 다 먹어 보세요. 배 터져 죽습니다.

이것도 안 되면 하루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말아 보세요. 심심해 죽습니다.
그래도 안 죽으면 자신을 힘들게 하는 일에 맞서서 두 배로 일해 보세요. 힘들어 죽습니다. 혹시나 안 죽으면 500원만 투자해서 즉석복권을 사세요. 그리곤 긁지 말고 바라만 보세요. 궁금해 죽습니다. 잠시 후 죽을 랑 말랑 할 때 긁어 보세요. 반드시 꽝일 것입니다. 그러면 열 받아 죽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는 짜증 나 죽을 것 같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쓰고 있는 저도 짜증납니다. 그래도 죽고 싶다면 홀딱 벗고 거리로 뛰쳐나가 보세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 일수록 좋습니다. 얼어 죽기보다는 얼굴(쪽) 팔려 죽습니다.”

뜬금없이 웬 죽는 이야기인가 싶지요?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 노회의 목사후보생지도위원회에 갔더니 몇 목사님들이 자살에 대해 열띤 설교를 하고 있더라고요. 왜 그런가 했더니 며칠 전, 교회학교 아이가 자살하여 장례를 치르고는 너무 맘이 아파서 그런답니다.


2. 자살, 요즘 우리 사회의 심각한 주제입니다. 더구나 유감스러운 것은 요 몇 년 동안 연예인들이 자살하였는데, 그들의 장례식이 모두 기독교식이었다는 점입니다. 본인들이 생전에 교회 생활을 잘 했는지, 이름만 걸어놨는지, 아니면 가족들만이 교회 다녀서 가족을 위해 기독교식으로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살한 연예인들이 거의 모두 기독교와 관련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연예인들의 자살로 인해 일명 베르테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베르테르 효과’란 '동조자살'(copycat suicide) 또는 '모방 자살'을 지칭하는 말로, 유명인이나 자신이 모델로 삼고 있던 사람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출간된 18세기 말 유럽에서 소설 속 주인공 베르테르가 실연(失戀) 후 권총 자살한 것을 모방해 젊은이들의 자살이 급증한 것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얼마 전,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소속 어느 의원이 2003년부터 2007년까지의 '월별, 성별 자살자 수'를 분석한 결과, 유명인이 자살한 직후 이를 따라하는 일반인들의 자살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영화배우 이은주가 자살한 2005년 2월 이후, 당시 2월 여성자살자 수는 240명이었으나, 이은주가 자살한 직후인 3월에는 여성자살자 수가 462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고 합니다. 가수 유니와 탤런트 정다빈이 자살한 직후에도 일반 여성들의 자살자 수는 현격하게 증가했습니다. 2007년 1월 21일 유니, 2월 10일 정다빈이 자살한 직후인 2월 한 달간 여성자살자 수는 1월(289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534명이었습니다.

정몽헌 현대 회장이 2003년 8월 자살했을 때도 8월 한 달간 일반 남성 자살자 수는 전달(7월ㆍ737명)에 비해 늘어난 855명이었으며, 2003년 전체로 봤을 때도 8월 자살자 수가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최근, 탤런트 안재환씨가 자살한 이후에는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운영 중인 ‘보건복지콜센터 129’에 접수된 자살상담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답니다. 지난 8월, 220명에서 안 씨 자살 직후인 9월에 439명으로 급증했으며, 이는 월별 200건에 불과한 자살상담 건수가 안 씨 사건을 계기로 2배가량 증가한 수치입니다.

연예인들 세계에서는 다음번엔 ‘누가 자살한 것이냐’로 전전긍긍한다는 말도 있답니다.

왜 자살하는 걸까요? 오죽 했으면 자살하는 걸까 라는 동정심도 가지만, 그런데 정말이지 왜 자살하는 걸까요? 현대 교회는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주어야 합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교회만큼 생명을 존중하는 곳도 없습니다. 교회는 천국을 지향하고, 천국의 삶을 희망하고 열망하는 곳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땅의 삶을 하찮게 여기고, 죽자고 하는 곳이 아닙니다. 이 세상은 죄악의 세상이니 우리 다 죽자고 가르치는 곳은 사이비요 이단일 뿐입니다. 아무리 이 세상이 죄악의 도성이요, 사탄의 세계일지라도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서 살아야 합니다. 그게 주님의 뜻입니다. 죽자고 가르치는 곳은 전부 사이비입니다.

생명은 교회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의 대상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러셨습니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과 바꾸겠느냐”(마 16:26)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요 15:13) 자기 목숨을 주는 것이 가장 큰 가치란 말씀입니다. 그만큼 목숨, 생명은 소중한 것이란 주님의 가르침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상한 갈대도 꺾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심지도 불어 끄지 않으신답니다. 상한 갈대, 갈대가 상했다면 그건 가치 없는 것입니다. 어차피 죽을 겁니다. 그런데도 그걸 꺾지 않으신답니다. 우리는 그걸 일부러 솎아내어 꺾어버리는데, 우리 예수님은 그렇게 상한 것조차도 미리 꺾어버리지 않으신답니다. 가물가물 꺼져가는 심지 불꽃, 그 가물가물거리는 것이 애처로워 그저 ‘훅’ 불어 꺼버리면 시원할 텐데, 예수님은 그것조차 불어 끄지 않으신답니다. 왜? 생명은 소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예수님은 한 마리 양을 찾아 산골짜기를 샅샅이 뒤지는 분이십니다. 왜? 그 한 마리 양의 목숨이 귀하기에, 생명이 소중하기에 그리 하십니다. 군대 귀신들려 한 사람이 완전히 망가져있을 때, 돼지 떼 수천마리 속으로 군대 귀신을 집어넣으시고, 그 한 사람의 생명을 살려주시는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우리의 경제 상식으로, 우리의 세속적인 계산으로는 그럴 수 없는 일을 하시는 분이 우리 예수님이십니다. 한 사람, 어차피 망가진 사람, 군대 귀신에 사로잡혀 인간 같지도 않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멀쩡한 돼지 떼 수천마리에게 군대 귀신이 옮겨가게 해 갈릴리 호수로 치달려 돼지 떼를 몰살시키는, 그러면서까지 한 사람의 생명을 살려내는 그게 예수님의 본 모습, 예수님의 사랑이요 가치입니다.

이런 기독교적 사랑과 생명 존중에 힘입어 서구 사회는 단 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하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멀쩡한 사람들이 위험 지역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우리 동양의 가치관이라면, 제 팔자가 그러니 그렇게 죽으라고 해 하거나, 이미 틀려버린 이를 위해 멀쩡한 사람들이 희생하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여기는데, 기독교적 영성, 기독교적 가치관은 그렇지 않습니다. 생명, 그것이 아무리 하찮은 존재의 것이라 할지라도, 상한 갈대도 꺾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심지도 불어 끄지 않는 예수님의 사랑으로 그 생명을 살리기 위해 다 나섭니다.

이토록 소중한 생명인데, 이 생명을 누가 하찮게 여깁니까? 누가 이 생명을 멸시하십니까?


3. 사탄! 사탄은 결코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사탄은 우리의 생명을 하찮은 것으로 여깁니다. 그 까짓 것 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무시해 버립니다.

시골에서 자랐고, 고생 고생하여 서울대 의대에 들어간 학생이 있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지만, 서울에서 자란 환경 좋은 친구들과 경쟁하며 공부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여건이 너무 어렵다 보니 이렇게 해서라도 살아야 하는가 싶은 우울증 증세까지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만남, 대화도 끊고 늘 혼자 우울하게 지냈습니다. 그런 어느 날 의대 건물 옥상에 올라갔답니다. 그 옥상 가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뛰어내리면 정말 죽겠더랍니다. 그런데 갑자기 뭔가 저 밑에서 자신을 막 끌어당기는 것 같더랍니다. 자기는 거기서 꼭 뛰어내려야만 한다는 강박감이 들더랍니다. 그래서 옥상 가에 서서 눈을 따악 감고 뛰어내리려는데 갑자기 귀에서 ‘안 된다, 아들아!’ 하는 큰 소리가 들려오며, 눈앞에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확 나타나더랍니다. 그리곤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이 섰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벌써 여러 명이 그 옥상에서 투신자살했더랍니다. 그곳엔 악한 영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늘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의 기도, 그 기도가 자신을 붙들어 준 것입니다.

여러분, 이 사실을 아십시오. 자살의 현장엔 늘 검은 영, 어둡고 음습한 일을 이루는 악한 영의 역사가 있습니다.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악한 영의 역사가 대다수입니다.

오늘 읽은 본문, 가롯 유다의 죽음입니다. 유다는 양심의 가책을 받았습니다. 자신이 무고한 스승 예수님을 밀고해 죽였다는 양심의 가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물리려고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에게 받은 돈 은 30냥을 갖고 가 물리려고 했지만, 그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그 악한 자들, 사탄의 권세에 사로잡힌 사탄의 하수인들은 다 발뺌을 합니다. “이르되 내가 무죄한 죄를 팔고 죄를 범하였도다 하니 그들이 이르되 그것이 우리에게 무슨 상관이냐 네가 당하라.”

꼬일 때는 알뜰살뜰하게 꼬입니다. 그러다가 정작 죄를 범하면, 자신들은 상관이 없다고, 그런 저주는 너 혼자 당하라고 발뺌을 합니다.

이토록 심한 절망감에 유다는 어떻게 합니까? “유다가 은을 성소에 던져 넣고 물러가서 스스로 목매어 죽은지라.” 자살했습니다.

얼마나 아팠으면 그랬을까 하는 동정도 갑니다. 그러나 아무리 아프고, 아무리 그래도 그건 그리스도인의 자세가 아닙니다. 그건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가 아닙니다. 그건 사탄의 권세에 사로잡혀 가는 것입니다.

가롯 유다는 예수님을 배신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가책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실상 이 가롯 유다보다 더 나쁜 제자가 있습니다. 유다는 한번 배신했을 뿐인데, 이 제자는 3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고, 만약 예수와 자신이 상관이 있다면 저주를 받아도 좋다고 까지 하며 예수를 부인하고 배신한 제자입니다. 누구? 베드로!

그런데 이 베드로는 자신의 죄를 깨닫고 양심의 가책으로 목매어 자살한 게 아니라, 대성통곡 하였습니다. 울고 또 울었습니다. 그리곤 예수님이 부활하셨을 때, 어찌해야 할 바 몰라 쩔쩔 매었고, 그런 베드로를 예수님은 아무런 책망 없이 제자로서 복권시켜 주셨고, 사랑으로 일으켜 주셨습니다.

그러나 가롯 유다는? 그는 죽었습니다. 자살했습니다. 자살이 왜 나쁩니까? 예수님께서 붙들어주실 기회를 스스로 박탈한 것입니다. 그 넓으신 사랑, 베푸실 기회를 박탈한 것입니다. 자기가 아무리 강한 인간, 자기가 한 일 자기가 책임지고, 자기가 뿌린 씨앗 자기가 거두겠다고 사뭇 책임감 강한 인간처럼 보이지만, 여러분, 궁극적인 것인 우리가 책임지지 못합니다. 그건 예수님께서 해 주셔야 할 뿐입니다.

그러기에 베드로는 그저 대성통곡, 울며 눈치 보며 기다렸고, 가롯 유다는 의분에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목매어 자살하였습니다.

누가 예수님의 마음을 제대로 아는 것입니까? 누가 상한 갈대조차 꺾지 않는 예수님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한 것입니까? 이 둘 다 생전에 예수님의 말씀을 똑같이 들었는데, 대체 누가 예수님을 제대로 받아들인 것입니까? 그 오만가지 죄인들을 다 용서하시고 품어주시는 예수님을 3년 동안 다 똑같이 봐왔는데, 대체 누가 진심으로 이 예수님을 마음에 모신 것입니까?

어떤 이들이 가끔 묻습니다. 가롯 유다는 구원을 받았을까 못 받았을까? 아니, 목사님들 세계에서도 요즘에 그런 논쟁이 있습니다. 자살한 이들은 구원 받는가 못 받는가? 그들은 천국 가는가, 지옥 가는가?

정직하게 말해서 자살하는 이가 지옥에 갑니다, 천국에 간다는 게 명백하게 성경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이런 저런 경우를 추론하여 말할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온 신경을 써야 할 것은 그런 경우 천국 가냐 지옥 가냐, 구원 받았냐 못 받았느냐 하는 교리적인 게 아닙니다. 그건 주님께서 알아서 하실 일입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게 주님의 뜻이냐 하는 것입니다.

성경에 나타난 분명한 것은, 생명에 관한 예수님의 자세는 아주 분명합니다. 살라! 피투성이라도 살라! 다 틀렸다고, 이미 꺾였다고, 이미 심지가 말라간다고 해서 절망하여 자살할 생각 말고 살 때까지 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생명을 매우 존중하십니다. 반면에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존재는 사탄입니다.


4. 사랑하는 여러분, 사는 것이 옳습니다. 왜 죽고 싶은 때가 없겠습니까? 목사인 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린 살아야 합니다. 지금 비록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지만, 그렇다고 지금 죽으면 기회는 아예 다 사라집니다. 앞으로 내 인생의 무대에서 펼쳐질 그 아름다운 일들, 터져 나올 함박웃음들, 행복에 겨워할 내 친구들, 알콩달콩 사랑스러운 내 가족들, ... 숨겨져 있는 그 좋은 일들이 모두 다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공부에 지친 중 3짜리가 있었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이 공부란 것이 끝도 없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고등학교엘 갔다 쳐도, 또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엘 가야하고, 그곳에 가서도 열심히 공부해서 취직을 해야 합니다. 취직을 해서도 계속 열심히 공부해야 그나마 인정받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리곤 끊임없이 자신은 시험을 통해 사람들로부터 A급, B급, C급 판결을 받습니다. 정말 기분 나쁜 일입니다.

그래서 이 아이가 수면제를 다량으로 구했습니다. 연희동 뒷산에 올라가 저 산 밑의 동네를 바라보며 이제 그 수면제를 먹으려고 합니다. 눈물이 납니다. 이제 내가 이 수면제를 탁 털어 넣기만 하면 이 눈에 보이는 것들은 다 끝나겠구나. 더 이상, 이런 느낌을 갖지 못하겠구나 하는 서글픔이 찾아듭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친구가 보고 싶어집니다. 마침 가까운 연희동 아파트에 사는 친구입니다. 그래서 그 친구를 불러내어 자기가 갖고 있던 애지중지하던 하모니카를 그 친구에게 줍니다. 평상시엔 만지지도 못하게 하던 하모니카를 주는 것을 좀 이상하다 느낀 친구가, 왜 그러느냐 묻고, 자초지종을 들은 후, 갑자기 달려들어 약 봉지를 빼앗습니다. 그리곤 오늘은 죽지 말고 내일 죽으랍니다. 왜 그러느냐 했더니 오늘 죽으면 자신이 피곤해진답니다.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자기이기에 여기저기 불려 다닐 것을 생각하니 싫답니다. 그러니 약을 내일 여기 갖다 놓을 테니 자기 만날 것도 없이 여기 와서 혼자 약 먹고 죽으랍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그날 집으로 돌아갔는데, 다음 날, 신촌 집에서 연희동에 가려니까 차비가 없었습니다. 순간, 걸어가기 귀찮은 생각에 ‘에라 다음에 가자’ 하였습니다. 그 뒤로 어찌 되었을까요?

어찌 되긴, 이렇게 목사가 되어서 여기 서있습니다. 그 때 내가 약을 먹었다면 이렇게 다정한 여러분을 만났겠습니까? 이렇게 즐거운 일들을 누릴 수 있었겠습니까? 이렇게 정겨운 여러분과 웃을 수 있었겠습니까? 만날 때마다 깨가 쏟아지는 이 기쁨을 누릴 수 있었겠습니까?

자살은 담겨있는, 비록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내 삶속에 담겨있는 앞으로 펼쳐질 모든 웃음과 미소, 행복을 다 말살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어둡고 힘들어도 그 뒤를 따라 정말 정말 아름다운 것들이 뒤따라 올 것인데, 그것들조차 다 죽여 버리는 것입니다.

사십시오! 무슨 일이 있어도 사십시오. 생명은 소중한 것입니다. 인생은 반드시 역전됩니다. 내 하나님이 살아계시고, 나의 구주 예수님이 살아계시는 한, 내 인생은 반드시 역전됩니다. 나에게도 빵빵한 행복이 찾아올 것입니다. 나에게도 가득한 웃음이 찾아들 것입니다. “저녁에는 울음이 깃들일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시 30:5b)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죽고 싶으십니까? 정말 죽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죽으십시오. 그런데 이왕 죽는 것,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죽으십시오!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죽으십시오! 복음 들고 저 적대국에 가 순교하십시오! 이왕 죽는 것, 죽으면서 어려운 이들을 위해 좋은 일이라도 하며 죽으십시오. 곧 만날 하나님께 할 말이라도 있기 위해서라도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죽으십시오.

사도 바울이 빌립보 교회를 향해 이런 말씀을 하였습니다. “나의 간절한 기대와 소망을 따라 아무 일에든지 부끄러워하지 아니하고 지금도 전과 같이 온전히 담대하여 살든지 죽든지 내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되게 하려 하나니 이는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 그러나 만일 육신으로 사는 이것이 내 일의 열매일진대 무엇을 택해야 할는지 나는 알지 못하노라. 내가 그 둘 사이에 끼었으니 차라리 세상을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일이라. 그렇게 하고 싶으나 내가 육신으로 있는 것이 너희를 위하여 더 유익하리라.”(빌 1:20-24)

자기는 차라리 죽고 싶답니다. 왜? 빨리 예수님께 가고 싶답니다. 그러나 억지로라도 살아있는 것이 성도들을 위하여, 교회를 위하여 유익하기에 살아있답니다.

이게 그리스도인입니다. 정말 죽고 싶어도 교회를 위하여, 주님을 위하여, 가족을 위하여, 성도들을 위하여 사는 것, 그에게 마침내 하나님께서 일으켜주시고 복을 주시고,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가르쳐 주십니다.

성경에 보면 ‘차라리 죽여주세요.’라고 기도한 위대한 인물 세 명이 있습니다. 모세(민 11:5), 엘리야(왕상 19:4), 요나(욘 4:3)! 모세는 율법의 대명사, 엘리야는 선지서의 대명사입니다. 요나는 그저 그렇고. 그런데 이토록 위대한 인물 모세와 엘리야가 ‘차라리 죽여주세요’라고 기도하였다는 사실.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도 이럴 때가 있습니다. 당신이 힘든 것, 당신만 그런 거 아닙니다. 멀쩡해 보이지만 다 그러합니다. 그럴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들의 이 기도에 하나님께서는 ‘오냐’하며 죽이지 않으셨다는 사실. 그들이 힘들어하는 것, 하나님도 아십니다. 그러나 그들의 기도대로 죽이진 않으셨습니다. 왜? 그게 다가 아니니까. 그 다음의 역사가 준비되어 있으니까. 그러니 조금만 참으라는 것입니다.

더욱이 다행스러운 것은 이들은 ‘죽여주세요’라고 기도는 했지만, 실제로 자살하진 않았다는 것입니다. 왜? 자살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향해 베푸실 그 놀라운, 기막힌 은총의 역사를 박탈하는 행위입니다.

불치의 병으로 고생하는 히스기야 왕은 이런 고백을 합니다. “스올이 주께 감사하지 못하며 사망이 주를 찬양하지 못하며 구덩이에 들어간 자가 주의 신실을 바라지 못하되 오직 산 자 곧 산 자는 오늘 내가 하는 것과 같이 주께 감사하며 주의 신실을 아버지가 그의 자녀에게 알게 하리이다.”(사 38:18-19)

살아있을 때 뭔가를 할 수 있고, 기댈 수 있습니다. 죽으면 아무 것도 못합니다. 그야말로 죽어서 망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에스겔서에서 하나님께서는 고통 속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 다시 이르기를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겔 16:16)

피투성이 인생이라도 살아 있어야 역사를 벌일 수 있습니다. 기회가 있습니다.


6. 며칠 전, 최진실 씨가 목매어 자살했습니다. 그녀가 받은 고통은 십분 다 이해가 됩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그러면 안 되었습니다.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술 때문에 그렇다고. 또순이 이미지의 그녀가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진 것이 술 때문이라고. 그날 밤, 혼자 술에 취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녀는 숨넘어가기 직전에 후회했을 것입니다. ‘아니, 내가 이거 무슨 짓을 한 거지?’ 술김에 그랬지만,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했을 것입니다. 자살한 이들의 마지막 모습의 90%가 모두 살고픈 동작들이랍니다. ‘에라’하고 감행했지만, 정작 그 문턱에서, 숨이 넘어가기 직전엔 모두들 살고픈 욕망을 드러낸답니다. 그러니 죽지 마십시오. 그건 사탄의 유혹입니다.

그건 절대로 절대로 예수님의 뜻 아닙니다. 이미 상한 갈대, 끝장 난 갈대조차도 예수님은 꺾지 않으십니다. 왜?

정말 예수를 믿습니까? 예수님은 바로 이런 분이십니다. 생명이 그토록 귀함을 알려주시고 알려주신 분이십니다. 내 생명이든 남의 생명이든,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예수님의 제자들로 이 사회에 밀려드는 악한 영의 역사를 말끔히 몰아내는 강한 그리스도인들로 사시기 바랍니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