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역 근방에
이웃 교회 장로님이 하시는 치과가 있다.
10여 년 전, 재개발 협상 때의 속상한 일로 인해
치아 5개가 빠진 이후, 하나씩 치료하는 중
마지막 단계로 임플란트 2개를 위한 치료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며칠 전,
치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경비하시는 분이 나를 보더니 반갑게 인사를 하신다.
“지난 번 주신 봉투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무슨 봉투지.... 했는데 순간, 떠오른다.
작년 성탄절에 어려운 분들에게 성탄사랑 전하라고
교회에서 준 왕중 성탄봉투!
5천원이 든 그 봉투를 나는 그 때 치과에 오면서
추운 날에 경비하시는 그분을 보고
안쓰러운 마음에 예수님의 탄생의 기쁨을 그 분께 드렸었다.
그런데 그 분이 그걸 아직까지 간직하고 계시단다.
그러면서 나에게 매우 감동적인 인사를 하신다.
아, 그걸 아직까지 간직하고 계시다니...
그걸 간직하고 계시는 동안 그 봉투를 바라볼 때마다
저 분은 얼마나 마음이 따뜻했을까...
그래, 우리 그리스도인의 사랑은 이런 감동이 있어야 한다.
단순하게 예수님의 사랑, 그 탄생의 기쁨을
작은 사랑에 담아 전해드릴 것뿐인데
거의 반년을 저 분은 간직하며 행복했던 것이다.
알게 모르게 이런 사랑, 좀 더 많이 하다 가면 좋겠다.
드러나지 않더라도 한 두 사람의 마음속에
언제나 따뜻한 감동으로 늘 자리 잡을 그런 사랑,
좀 더 많이 전하면 좋겠다.
그날, 나는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행복을 누리고 왔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