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밤부터 월요일까지 목회자들을 위한 세미나가 있어서 강원도 속초에 다녀왔습니다. 세미나를 마치고 60여년간 민간통제 구간이었던 외옹치 해안 일대 약 2km의 해안길을 조성한 ‘바다향기로’에 산책을 갔습니다. 동해 바다 특유의 요란한 파도소리와 산책로 뒤쪽의 해송바람 소리가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산책로 중간쯤에서 특이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철썩! 쏴아~’하는 소리 대신 ‘철썩! 자그르르르~’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해변 약 10m 구간에 몽돌들이 넓게 깔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구간을 지나갈 때만 밀려 왔다 다시 내려가는 파도에 ‘자그르르르~’하는 몽돌 구르는 소리가 들렸던 것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바닷가는 대부분 모래해수욕장입니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 숨은 듯 몽돌해수욕장이 있습니다. 자갈해수욕장은 바다의 수심이 깊고 파도가 거친 곳에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갈해수욕장이라고도 합니다. 몽돌은 모나지 않은 둥근 돌을 뜻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거친 파도와 바람에 바위가 부서지고 깎이면서 둥글둥글한 조약돌 모양으로 다듬어진 돌입니다. 몽돌 하나를 손에 쥐고 만져보면 비단결처럼 매끄럽습니다. 겉에는 나무의 나이테 모양으로 갖가지 무늬가 아름답게 그려져 있습니다. 셀 수 없는 오랜 세월 동안 부서지고 깎이고 씻겨 닳고 달아 여기까지 왔을 것입니다.

 

갓 부서진 바위 마냥 거칠고 뾰족뾰족한 우리의 모습 때문에 서로 상처를 주고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랑해야만 하는 가족과 성도들 사이에도, 마음과 힘을 모아야할 동료들 사이에도 서로를 아프게 하는 일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개성이나 재능이나 자유라고 말하기에는 함께 살아가기가 너무나 힘들 때가 많습니다. 파도와 바람에, 때로는 서로 부딪히며 깎이고 다듬어진 몽돌같이 우리도 그렇게 깎이고 다듬어져야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를 다듬어 가시는 주님께 우리 자신을 기꺼이 내어드리며 인내할 때 우리의 모습도 몽돌같이 아름답게 빚어질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연단을 받아 스스로 정결케 하며 희게 할 것이나 악한 사람은 악을 행하리니 악한 자는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되 오직 지혜 있는 자는 깨달으리라(단12:10)

 

/홍익교회 담임목사